본문 바로가기

문화

(148)
책 <공중그네>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를 읽은 후 오쿠다 히데오에게 반해 이라부 시리즈를 연달아 읽었다. 은 각각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처럼 재기발랄함과 포복절도할 만큼의 위트는 없었다. 이 보다 2년 앞서 나온 소설이니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번역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 비해 문체가 매끈하지가 않아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 또한 단어 몇 개를 바꿈으로써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보이던 이라부가 느끼한 변태로 보이니 말과 글에 있어서 단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를 읽기 전에 을 먼저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 역시 한 번 높아진 눈은 낮추기가 힘들다. 출처: https://misscat.tistory.com/1..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Socrates Express) 지은이: Eric Weiner 학창 시절 C+라는 치욕스러운 점수를 준 과목 두 개가 있었는데 철학 개론과 체육이었다. 체육이야 원래 나하고는 거리가 머니까 신경 안 쓰지만 철학 개론은 나름 관심이 있던 분야였는데... 강한 경상도 사투리의 교수님은 안 그래도 어려운 철학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철학과 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이후 어쩔 수 없이 칸트니 헤겔이니 철학 주변을 떠돌아야 했을 때에도 한 번 멀어진 마음을 돌이키긴 힘들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철학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열네 명의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일단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운동과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지는 것처럼 진짜 읽을수록 재미있다. 구면인 철학자들도 있고 초면인 철학자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에피쿠로스와 스..
2021.12.31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The Matrix Resurrections) 날짜: 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맑음) 장소: CGV 또다시 강력한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다. 맹추위를 뚫고 를 보러갔다.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이냐? 3편이 끝난 지 18년 만이라네, 헐. 사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다. 나이 들어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때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는 게 좋더라. 그러면서도 궁금해서 결국 2021년 마지막 날을 와 함께 하게 되었다. 희끗희끗해진 삭발 머리에서 두 배우의 나이가 느껴진다. 그토록 마음을 흔들어놓던 조각 같은 미남 배우는 사라지고 노숙자 같은 존윅이 나왔다. 그럼에도 섬세한 산들 바람 같은 그 눈동자만은 변함이 없었다. 나이 들어 약간 둔탁해진 네오의 액션은 장풍으로 커버하였다. 오히려 트리니티는 여전히 ..
2021.12.27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날짜: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약간 흐림) 장소: 롯데씨네마 지난 토요일부터 강력한 한파가 와서 원정산행을 다 취소하고 한 주 쉬어가기로 했다. 대신 그동안 못 본 영화를 보러 갔다. 오늘 볼 영화는 . 멋들어진 슈트 빨의 영국 신사가 보여주는 신나는 액션물은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명대사를 낳기도 하였다. 앞서 1, 2편을 재미있게 보았던 지라 프리퀄도 기대가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킹스맨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살짝 철학적이기도 하다. 평화를 위해 싸움을 해야 하는가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다툼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킹스맨도 그런 생각이겠지? 전편들에 비해 액션은 그다지 뛰어..
2021.08.18 영화 <프리 가이> (Free Guy) 날짜: 2021년 8월 18일 수요일 (비 후 갬) 장소: CGV 가상현실이라는 소재가 나 를 생각나게 하고, 인공 지능의 반란(?)이라는 점에서는 가 생각나기도 한다. 오픈 월드 게임과 AI라는 디지털 코드 속에 Guy나 Buddy 등 이름 없는 게임 속의 엑스트라들이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과정이라든지, 가이가 악 대신 선을 택하여 레벨 업을 하는 과정, "I'm sitting here with my best friend, trying to help him get through a tough time. Now, if that's not real, I don't know what is.", "I'm just a love letter to you."와 같은 대사 등의 아날로그 코드가 적절히 섞여있어 ..
2021.08.08 영화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날짜: 2021년 8월 8일 일요일 (맑은 후 비) 장소: CGV 인간관계는 언제나 딜레마다. 너무 멀면 외롭고, 너무 가까우면 상처 받거나 힘들고. 난 전자를 택했으니 평생 고독은 내 친구다. 감정적인 교류가 없이 허공을 떠도는 이야기들만 오고 가는 자리에 앉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혼자 노는 것이 낫다.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영화를 안 보지만 오늘은 이래저래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영화관을 찾았다. 요즘 핫하다는 .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조인성도 나온다. ㅋ 영화가 끝나고 나니 창자가 끊어질 듯이 고통스러운 선율을 이어가는 바버의 가 흘러나오던 의 끔찍한 장면도 생각나고, 에서 마지막에 ..
2021.06.22 영화 <루카>(Luca) 날짜: 2021년 6월 22일 화요일 (맑고 한 때 비) 스토리 상 꼭 바다괴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디즈니의 상상력이란! 그런데 이 감동은 뭐지? 엔딩 크레딧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영화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 아마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 감정이었을 듯. 영화관을 나오며 맴도는 한 가지 생각.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무엇일까? 그 세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난 익숙함이 좋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사람인데 왜 항상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걸까?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런 호기심이 사라지려는지...
2021.05.28 영화 <크루엘라>(Cruella) 날짜: 2021년 5월 28일 금요일 (비 후 갬) 장소: CGV 평촌점 대간 산행을 할 때 국망봉에서 어의곡 삼거리에 이르는 철쭉 군락지를 보고 꽃이 만개했을 때 꼭 다시 오리라 생각했다. 꽃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여태 못 가다가 올해 드디어 가게 되었는데 하필 오늘 돌풍이 불며 비가 온단다. ㅜㅜ 산행을 하기가 싫어서 산행비를 날리고 산행을 취소하였다. 소백산 철쭉이랑은 연이 안 닿나? 비가 쏟아지는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더 처지는 것 같아 영화를 보러 갔다.이럴 때는 재미난 영화를 봐야지. 그래서 고른 게 이다. 디즈니 영화라 딱 내 수준이다. ^^ 만화 같은 영화. 에스텔라에서 크루엘라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그 엄마에 그 딸인 이야기. 하지만 내용은 별 의미 없고..
2021.03.14 영화 <미나리> 날짜: 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대체로 맑음) 장소: 롯데시네마 인덕원점 에 이어 해외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를 보았다. 예전에 이광모 선배가 추천해주던 그런 종류의 영화들 같았다. 소위 . 전문가가 추천해주는 영화라 기대를 하고 갔다가 번번이 툴툴거리며 돌아오곤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재미 하나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 영화들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그런 영화들이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런 영화들의 공통점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에 대해 인간극장 같다는 말들도 있고 하여 별 기대를 안 하고 봤지만 난 무척 좋았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혹자는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한다. 아니면 미나리처럼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생명력?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말하는 영화에 미..
2021.03.11 영화 <소울>(Soul) 날짜: 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대체로 맑음) 장소: 롯데시네마 을 볼까 을 볼까 고민하다가 은 본 거니까 을 보기로 하였다. 내 수준이 딱 디즈니 만화 정도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ㅎ 오프닝 애니메이션 부터 시작하여 잔잔하면서도 파문이 큰 영화였다. 행복과 성공, 삶의 이유 내지는 목적에 큰 의미를 두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조가 잡동사니들을 보면대 위에 늘어놓고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비전과 소명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고군분투하며 이대로 내 인생이 무의미하게 끝나는 건 아닌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결국 깨달은 것은 내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내 존재 자체로 하나님께서는 날 사랑하신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
2021.01.30 <이날치 밴드>와 한국현대음악에 대하여 오늘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오랫동안 풀지 못해 끙끙대던 문제를 비로소 푼 느낌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현대음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음악학회가 창설되었고, 서양의 조성 체계를 사용하는 음악이 으로 인식되어오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문화적 식민지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학문적인 논의와 아울러 들이라 부르던 일단의 작곡가들이 한국적인 음악을 찾기 위해 실천적인 노력을 하였지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양악 작곡가들이 서양 음악에 국악을 가미하려 했다면, 국악 작곡가들은 국악에 서양 음악을 가미하려 하였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들만의..
2020.02.13 <미스터 트롯> 열풍 집에 케이블 방송도 안 들어오고, 공영 방송도 안 보고 사는 터라 연예계에 대해서는 깜깜무소식인 나에게도 작년 가을부터 송가인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다.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데렐라가 되었다는 가수. 그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지난 달 초에는 이라는 프로가 1회부터 난리라는 소문이 돌았다. 트로트(trot)라는 영 단어는 "빨리 걷는다."라는 뜻인데, 스포츠댄스의 한 종목인 4/4박자의 폭스트롯(fox-trot)이 191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하면서 그 스텝과 리듬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댄스 용어로만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 트로트가 도입된 것은 1920년대 말이다. 일제강점기 대부분의 신문물은 일본을 통하여 들어오게 되는데 당시 일본에는 일본 고유의 민속음악과 폭스트롯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