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이날치 밴드>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오랫동안 풀지 못해 끙끙대던 문제를 비로소 푼 느낌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현대음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음악학회가 창설되었고, 서양의 조성 체계를 사용하는 음악이 <한국음악>으로 인식되어오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문화적 식민지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한국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학문적인 논의와 아울러 <제3세대 작곡가>들이라 부르던 일단의 작곡가들이 한국적인 음악을 찾기 위해 실천적인 노력을 하였지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양악 작곡가들이 서양 음악에 국악을 가미하려 했다면, 국악 작곡가들은 국악에 서양 음악을 가미하려 하였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들만의 리그"로 머물게 되었고 그러한 시도가 발전적으로 계속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현대음악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에 들어서 차츰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오늘 우연히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듣게 되었고, 오래전 예술 음악 분야에서 노력하던 <한국현대음악>이 대중음악 분야에서 먼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치 밴드>는 2019년에 결성되었는데 판소리를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한 팝 밴드라고 한다.
밴드 이름도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이었던 이날치에서 따왔다고 한다.
보컬 모두가 국악 전공자들이다.
설 자리를 찾던 국악 전공자들과 K-팝의 유행 물결을 타고 새로운 것을 찾던 대중음악 연주자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필요가 산물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리고 수요가 그 산물을 뒷받침함으로써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뭐든지 때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역사에서 보듯이 시대를 너무 앞서가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믿으며 서양음악의 아류가 아닌 우리 고유의 음악을 찾으려 했던 클래식 음악가들의 노력이 30~40년 후에 다소 의외이기는 하지만 대중음악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분들이 이 음악을 듣는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문득 한국현대음악에 대한 논의에 불씨를 지폈던 고 이강숙 선생님이 보고 싶다.
훌륭한 학자이기는 하셨지만 별로 좋은 스승은 아니었기에 마지막 가시는 길이 외로웠는데...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