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48)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2.09.01 영화 <육사오> 날짜: 2022년 9월 1일 목요일 (겁나 맑음) 장소: CGV 벌써 9월이다. 눈부시게 화창해서 가을을 여는 9월 첫째 날 날씨로 안성맞춤이다. 이런 날 집에 있는 것은 날씨에 대한 모독이기에 오전에는 영화, 오후에는 산행으로 계획을 잡아본다. 백수의 삶이 부럽쥬? 조조 영화를 보러 갔더니 오늘도 영화관에 나 혼자다. ㅎ 오늘 간택된 영화는 두 시간 내내 실컷 웃다 나올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난 . 의 코미디 버전이라는데... 로또 한 장이 불러온 해프닝을 남북 분단이라는 배경 속에서 풀어냈다. 웃음 한 바가지에 로맨스와 감동 한 스푼씩. 영화관에 사람도 없겠다, 낄낄, 깔깔, 하하, 큭큭, 꺽꺽, 나 혼자 마음 놓고 소리내어 웃고 나왔다. 그런데 배우들, 왜 이리 연기를 잘 하는 거야? 책 <사랑의 현상학 - 환상 없는 사랑을 위하여> (Die Liebe) 지은이: Hermann Schmitz 독일 현대철학의 거목이라는 헤르만 슈미츠는 사람들이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사랑을 찾을 때 그들이 욕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사랑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도대체 철학자들은 왜 그리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지... ㅜㅜ 돋보기를 들고 필리아와 에로스, 아가페를 구분하고, 정박지점이니 응축영역이니, 변증법적 사랑이니, 연합적 사랑이니 하며 사랑을 하나의 현상으로서 학문적 용어를 사용하여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으며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그 모든 말들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 싶다. 나 또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왜 사랑하는지, 과연 진짜 사랑하고 있는.. 책 <평범한 인생> (Obycejny Zivot) 지은이: Karel Capek 은 , 과 함께 카렐 차페크의 철학 3부작 중 하나이다. 평범한 철도공무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기록한 자서전을 통해 개인의 사고가 각각의 관점들에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나의 삶 안에 나 자신의 다양한 모습들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조부모의 모습들까지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곧 타인들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수록 나 자신의 삶은 더욱 완성되리라." 결국 차이점과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말이 되겠다. 이 부분에서는 철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인 고찰의 냄새가 난다. 그런 면에서, 삶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자서전을 써보는 것은 이.. 책 <방랑자들> (Bieguni) 지은이: Olga Tokarczuk 이 책은 여행과 관련된 100여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사실 에세이와 소설이 뒤섞여있는 것 같다. 주제가 "여행"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원제인 는 폴란드 어로 "극(極)"이라는 뜻이다.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여행이라는 말인가? 생각의 이동까지 포함한다면 꼭 장소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여행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의 주제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이동에 관한 것이다. 변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것은 삶이 아니라는, 결국 노마드의 삶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플라스티네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그것이 여행과 무슨 상관인지 의아했다. 책을 읽다 보니 플라스티네이션으로 상징되는 많은 사람.. 2022.07.05 영화 <헤어질 결심> 날짜: 2022년 7월 5일 화요일 (흐림) 장소: 롯데시네마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그렇지... 영화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그만의 색채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줄거리는 뻔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참으로 감질 난다. 그렇다, '감질 난다'는 말이 적당할 것 같다. 너무 터뜨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미적거리지도 않고, 적당히 몸이 꼬이게 만든다. 탕웨이의 무덤덤하고 서툰 한국어가 오히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 것 같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은 못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여운을 강하게 남긴다. 역시 여자의 사랑은 남자의 사랑보다 크다. 하지만 도대체 이 놈의 사랑이란 뭐기에 이토록 오래 세월 얘기해도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것일까? 영.. 책 <기억의 기술> (Memory Technique) 편집: Life Expert 기억력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녹이 슬더니 요새는 폐기 처분 직전이다. '나이를 먹었잖아.' 하고 마음 편하게 살고 있던 참에 나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기억력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라는 명제 아래 시작된다. 따라서 기억력은 연마함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이를 먹음에 따라 영양 상태나 운동 부족, 정신적 활동의 감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기억력이 감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뇌의 기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과 방법들이 다양하.. 책 <어스시 연대기> (The Earthsea Cycle) 지은이: Ursula Le Guin 흔히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 , 를 꼽는다. 앞의 두 개는 오래 전에 읽었고, 이번에는 조금 인지도가 떨어지는 를 읽어보려고 한다. 판타지 소설의 효시라 불리는 은 재미있기도 할 뿐더러 언어학자인 J. R. 톨킨의 전문 지식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더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언어학적 계보를 추적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원서로도 읽었다. 톨킨의 동료이자 친구인 C. S. 루이스의 는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만큼 스펙터클하거나 아주 심오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판타지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잘 묘사된 책이라 정말 은혜 받으며 읽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도 기독교적 세계관을 묘사한 것으로 보였는데... 두 개의 판타지 소설이 영국 교수들이 쓴 것인 반면 는 미국 .. 2022.06.22 영화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날짜: 2022년 6월 22일 수요일 (대체로 맑음) 장소: 롯네씨네마 역~시, 톰 크루즈다! 이 남자의 한계는 어디일까? 1편이 나온 때가 1986년이니까 36년 전인가? 나이는 못 속이지만 연륜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비슷한 연배의 그가 보여주는 자기 관리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또한 뛰어난 흡인력을 지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과 진한 감동, 여기에 약간의 멜로까지. 게다가 그의 살인적인 미소가 있지 않은가? Don't show me that look. 피칠갑을 하지 않고도 이렇게 멋진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는데 왜 요새는 누가 누가 더 잔인한가 경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더 쉽고 편한 방법이라서? 오랜만에 마음에 꼭 드는 영화를 만났다. 그 마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 책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 (Der Kampf um's Recht) 지은이: Rudolf von Jhering 이 책은 19세기 독일 법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의 법철학서이다. "자신을 벌레로 만드는 사람은 나중에 그가 짓밟힌다고 불평할 수가 없다... 너의 권리를 짓밟은 타인이 처벌을 면해 활보하게 하지 말라."는 칸트의 말을 인용하여 예링은 권리감각을 일깨우려 하고 있다. 모든 권리자는 자신의 권리를 지킴으로써 자신의 윤리적 생존 조건을 지킨다. 권리침해는 목적물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인격 자체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권리자의 권리 주장은 자신의 인격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또한 나의 권리가 침해되고 부인되면 법 일반이 침해되고 부인되는 것이기 때문에 권리침해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권리자 자신의 의무인 동시에 국가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지은이: Matt Haig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들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지우고 새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이 책은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 또한 젊었을 때는 한 가지 삶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아쉬워서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난 내 삶에 후회가 없다. 그것은 지금의 내 삶이 완벽하거나 완전해서가 아니라 어떤 삶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했던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후회가 되는 선택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또한 내 인생이고, 그로 인해 배운 것이 있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Stand Firm) 지은이: Svend Brinkmann "철학자가 들려주는 행복한 개인으로 사는 법"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덴마크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스벤 브링크만이 쓴 "안티 자기계발서"(?)이다. 발전과 성공을 강요하는 현대의 "가속화 문화" 속에서 현대인의 불안을 치료할 약으로 그는 스토아 철학을 처방한다. 웬 스토아 철학?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어진 현실 속에서 만족을 얻도록 하는 스토아 철학의 덕목들이 우리로 하여금 일상적 삶에서 더 깊은 충만감을 느끼도록 해주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끊임없는 변화에 발맞추느라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1.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2. 삶은 흠투성이라는 걸 받아들여라. 3. 때로.. 책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Shoes: The Meaning of Style) 지은이: Elizabeth Semmelhack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안 되는 특이 체질이 있다는데 혹시 내가 그런 체질인지 착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나도 확진자가 되고 말았다. ㅜㅜ 어차피 1주일 동안은 격리해야 하니 마음 편하게 있자. 계속 잠을 자는 것도 그렇고, 할 일이 없어 그동안 미뤄놓았던 책을 읽었다.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담긴 시대정신과 욕망"이라는 부제의 이 독특한 책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바타 신발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가 신발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에 관해 쓴 것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가 어떻게 변해왔으며 역사적으로 어떤 사회-문화적 역할을 수행해왔는지 이야기한다. 고대부터 사용된 샌들이 자유주의를 상징한다거나 발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이전 1 ··· 3 4 5 6 7 8 9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