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2020.02.06 (함양) 공개바위, 독바위/노장대

산행일시: 2020년 2월 6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방곡마을 ~ 가현교 ~ 법전암 ~ 공개바위 ~ 안락문 ~ 독바위 ~ 운서마을 ~ 동강마을
산행거리: 14.1km
산행시간: 10:50 ~ 17:00
산행트랙:

(함양)독바위 20200206.gpx
0.23MB

등산지도:

 

그제 산돌이 대장님께서 대간 산행을 하시던 중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마지막 봉우리를 하나 남겨놓고 산우들과 이야기를 하며 가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한다.

산돌이 대장님은 내가 <좋은사람들> 산악회에 나가서 처음 산행을 할 때부터 함께 산행을 한 분이시고, 더욱이 대간 산행까지 같이 하셨기 때문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분이다.

인간이니까 허물이야 없겠느냐는 만은 나에게는 어쨌든 고마운 분이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대간 산행을 하고 계시며 그 외에도 1주일에 2, 3차례 산행을 하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일흔 넘으신 분이 너무 무리를 하셨나 보다. ㅠㅠ

혹자는 대간 산행하느라 골병드셨다고 하는데 나도 더욱 조심해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산돌이 대장님은 저 세상으로 가시고, 가리봉 대장님과 가을국화 대장님은 그만두시고, 만사 대장님은 휴식 중이시고...

정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니 마음이 안 좋고 갈 곳도 없다. ㅠㅠ

오늘 산행도 원래 가리봉 대장님이 올리신 공지인데 갑자기 그만두시는 바람에 좋은인연님이 리딩 하시게 되었다.

원래 공지는 동강마을에서 꽃봉산만 산행하거나 독바위까지 가는 것이다.

일행 중 대부분은 동강마을에서 내리고 나와 좋은인연님, 그린나래님 세 사람은 체력을 아끼고자 방곡마을로 가서 하차하였다.

 

최강 한파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춥지도 않고 날씨가 너무 좋다.

방곡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가현교까지 간 다음 우측 해맞이 산장 쪽으로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가현교

그런데 도대체 이놈의 임도가 언제 끝나는 거야? ㅠㅠ

동강마을에서 꽃봉산을 올라가는 저쪽 길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시멘트 길을 계속 올라가야 하는 이 짝 길도 쉽지는 않다.

드디어 공개바위 안내판이 나타났다.

이제 1km만 가면 되는군.

 

500m 정도 가면 법전암이 나온다.

법전암 앞에 있는 바위들이 엄청 크다.

 

법전암

법전암에서 500m 가면 공개바위가 나온다.

살짝 올라갔다가 산모퉁이를 돌아 내려가면 공개바위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공개바위까지 무지막지하게 치고 올라간다.

 

에고, 힘들어. ㅠㅠ

아래 바위가 보이면 공개바위에 다 온 것이다.

 

한국의 피사의 사탑이라는 공개바위는 하나이 바위가 아니라 다섯 개의 바위가 포개어 있는 것이다.

공개바위는 한쪽에서 보면 4개, 다른 쪽에서 보면 5개의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삐딱하게 포개어져 있는데 신기하게 넘어지지 않는다.

 

공개바위

                              (이쪽에서 보면 4개)

                  (이쪽에서 보면 5개)

공개바위에 도착하자 눈이 쌓여있어 아이젠을 하였다.

공개바위에서 군계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도 엄청 가팔랐다.

게다가 눈까지 쌓여있어 더 미끄러웠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였다.

 

(공개바위에서 군계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군계 능선에 이르러 왼쪽으로 베틀재를 향하여 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꽃봉산 정상이 보였다.

 

꽃봉산

전나무 숲을 지나고,  베틀재가 어디인지 모른 채 지나고, 1210봉으로 갈수록 눈은 더 많이 쌓여있었다.

깊은 곳은 무릎까지 눈이 쌓여 발이 푹푹 빠졌다.

이번 겨울 제대로 된 눈 산행이라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러셀도 안되어 있는 험한 길을 가느라 엄청 힘들었다.

게다가 키 큰 산죽들로 인해 발밑이 잘 안 보여 선두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다.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은 지 오래 건만 달랑 세 명이서 가다 보니 행여 일행을 놓치면 산중 미아가 될까 봐 기를 쓰고 쫓아갔다.

2시나 되어 1210봉에서 빵 하나도 허기진 배를 채웠다.

독바위로 가려면 1210봉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내려가야 한다.

직진하면 오뚜기바위와 와불산으로 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빨간 리본이 달려있다.

1210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간다.

스키 타듯 재미있게 내려갔지만 스패츠를 가져오지 않아서 눈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양말이 다 젖었다. ㅠㅠ

그다음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가는데 이게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눈이 쌓여 길이 보이지도 않고 등로가 있을 법하지도 않다.

그저 좋은인연님만 죽어라 쫓아갔다.

그런데 좋은인연님이 제대로 길을 알고 가시는 것일까?

이거 완전 오지 산행에 심설 산행이다.

오랜만에 아이젠을 하니까 발도 너무 무겁고, 푹푹 빠지는 눈길을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나도 산돌이 대장님처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다 힘 빠지면 그냥 쓰러지는 거구나.

하나님, 제발 무사히 하산할 수 있게 해 주세요. ㅠㅠ

정신없이 가다 보니 안락문에 도착하였다.

이 첩첩산중에 빨간 페인트로 안락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안락문

안락문을 통과하여 조금 가다 보니 갑자기 눈앞에 집채만 한 바위들이 보였다.

와!~~

바로 독바위였다.

독바위를 보는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이 순삭 되었다.

독바위는 하나의 바위가 아니라 여러 개의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전에는 밧줄이 있어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밧줄이 다 제거되어 있었다.

뭐, 그래도 올라갈 사람은 올라가겠지만 난 그냥 밑에서 보련다.

독바위는 노장대라고도 하는데 1951년 이 일대에서 국군 전투부대가 지리산 빨치산 부대를 토벌했다고 한다.

한편 독바위는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근처 산청에도 있고, 하동에도 있고, 서울에는 북한산에도 있다.

모양은 산청(진주) 독바위가 제일 멋있는 것 같은데 거기도 가볼 수 있으려나?

 

독바위

원래는 독바위에서 고열암과 신열암, 선녀굴, 유슬이굴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려 그냥 독바위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상당히 가파르게 내려간다.

아이젠을 했는데도 질질 미끄러졌다.

 

눈길을 하염없이 내려간다.

그런데 갑자기 앞서 가던 좋은인연님이 안보였다.

뒤따라가던 나와 그린나래님은 이리저리 헤매고.

오늘 산행 코스는 이정표는 물론 리본도 별로 없어 잘못했다가는 미아 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내가 알바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가?

촉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좋은인연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너덜길을 내려가면 양민 거주지였던 곳이 나온다.

지금은 돌배나무만 지키고 있다.

돌배나무가 이렇게 크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돌배나무

이후로는 산죽 밭이 계속 이어진다.

머리끝까지 뒤덮는 산죽을 헤치며 한참을 내려갔다.

 

드디어 광명의 세계에 도착하였다.

이제부터는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적조암을 지나고, 운서 쉼터를 지나고, 엄천강을 따라 동강마을 엄천교로 가서 산행을 마쳤다.

이 길은 지리산 둘레길이다.

만사 대장님이 3월부터 지리산 둘레길을 리딩 하시는데 오늘 보니 안 걸어도 될 것 같다. ㅎ

나 포장도로 싫어하거든.

 

적조암

운서 쉼터

버스 출발 시간까지 30분이 남아 동강횟집에서 짜파게티를 먹었다.

오늘 산행은 참으로 가리봉 대장님스러운 코스였다.

무지 힘들었지만 무지 멋있는.

그런데 이제는 이런 산행 못하는 거야? ㅠㅠ

아쉽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멈추게 하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위험한 산행은 하지 말라고.

가리봉 대장님과 산돌이 대장님을 통해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