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년 1월 23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형제봉 탐방지원센터 ~ 형제봉 ~ 일선사 ~ 대성문 ~ 산성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9.2km
산행시간: 11:11 ~ 15:25
산행트랙:
등산지도:
요새 오지 산행을 리딩하시던 만사 대장님과 가리봉 대장님이 둘 다 안 계시는 바람에 갈 곳이 없다.
불광역에서 일행을 만나 버스를 타고 북악터널 입구로 가는 길에 평창동 서울예술고등학교 앞을 지나면서 옛 생각이 났다.
선생님을 졸라 수업을 땡땡이치고 물장구치며 놀던 학교 뒤편 북악산 계곡에는 아직도 맑은 물이 흐르고 있을까?
간식을 사러 나가느라 드나들던 개구멍은 아직도 있을까?
변변한 분식점조차 없어 버스정류장 앞 구멍가게에서 친구들과 쥐포를 사 먹던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 자리엔 음식점이 들어서 있었다.
음악과 미술에 둘러싸여 지낸 중, 고등학교 시절이 참으로 축복이었음을 살아갈수록 느낀다.
북악터널 입구에서 내려 형제봉 입구로 올라갔다.
이만큼 올라가서 산행을 시작하니 오늘 산행은 거저먹기겠네.
형제봉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도 되고, 왼쪽으로 가도 된다.
우리는 오른쪽 명상길 구간으로 진행하였다.
형제봉 입구
오늘 날씨가 봄 날씨처럼 포근한데도 데크 계단 옆 계곡에는 얼음이 얼어있었다.
구복암을 지나 국민대 옆 정릉 탐방안내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누가 북한산 아니랄까 봐 돌길이 나온다.
조망터에는 북악산, 인왕산, 안산이 보였다.
북악산, 인왕산, 안산
잠시 후 형제봉의 아우봉에 도착하였다.
아우봉은 암봉이다.
따라서 조망이 아주 좋다.
족두리봉에서부터 향로봉, 비봉, 보현봉, 그리고 가야 할 형제봉의 형님봉이 보였다.
아우봉 올라가는 길
아우봉을 가파르게 내려간 후 형님봉으로 향하였다.
형님봉은 나무로 가로막혀 조망이 없었다.
높이는 형님봉이 더 높을지 모르나 조망이나 형세로는 아우봉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ㅎ
아우봉 내려가는 길
형제봉(형님봉) 정상
형님봉을 내려간 후 갈림길을 두 번 지나 보현봉 아래 일선사를 향하여 갔다.
이후로는 암릉 구간은 없다.
보현봉과 일선사
일선사는 자그마한 절이었다.
일선사 위쪽에 마애석불이 있다는데 올라가 보려고 하니 철 계단에 있는 문이 잠겨있었다.
이미 두 분은 올라가셨는데 어떻게 올라가셨나?
나중에 물어보니 문을 뛰어넘었다고!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대단하다.
간이 콩알만 한 misscat은 그 문을 뛰어넘을 생각은 하덜 못했는데...
일선사
일선사에서 바라본 형제봉
(철계단에 있는 문을 뛰어넘어 올라가면 마애석불과 귀여운 불상이 있단다.)
일선사에서 50m 정도만 올라가면 보현봉 정상에 도착할 것 같은데 왜 비탐으로 묶어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갈 사람들은 다 가던데.
일선사를 나가 대성문으로 향하는 길에 칼바위 능선이 보였다.
조금 더 가니 하얀 눈밭이 나타났다.
설악에서도 눈을 제대로 못 봤는데 북한산에서 보네.
칼바위 능선
대성문에서 휴식을 취하고 산성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였다.
완만하게 계속 내려가는 길이지만 눈이 쌓여 조심스러웠다.
난 아이젠은 되도록 하지 말자는 주의라 살금살금 내려가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대성문
행궁터 입구까지 내려가면 넓은 길이 나온다.
태고사, 중성문, 무량사, 대서문은 지나 산성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산행을 마쳤다.
무량사 앞에서 바라본 북한산은 내가 용기 내어 다가서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백두대간을 마치고, 산을 500개 이상 오르고, 암릉 산행도 어느 정도 했는데도 북한산에만 가면 주눅이 든다.
도대체 바위는 왜 이리 친해지지가 않을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여!
칼루이스 대장님 산행에 항상 사람들이 많이 붙는데 오늘은 명절 연휴 전이라 그런지 12명밖에 안되었다.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나에겐 딱이다.
원래 뒤풀이에도 참석하지 않는데 오늘은 바로 집에 간다는 사람들이 많아 시간이 널널한 misscat은 참석하게 되었다.
대장님 포함 다섯 명이 산성탐방센터 앞 전주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다.
다빈아빠님이 오리고기와 김치를 함께 구웠는데 김치 맛이 정말 예술이었다.
고기를 먹은 후에는 반찬으로 나온 각종 나물과 김치, 오리고기를 넣고 볶음밥을 만들었다.
세상에나, 이건 특허감이야!
배불리 먹고 식당 사장님이 감사하게도 연신내 역까지 차를 태워주셨다.
그런데 2차를 가자고 한다.
이미 배가 상당히 부르지만 회라는 말에 솔깃하여 따라나섰다.
광어회까지 배 터지게 먹고 나니 오늘 산행 왜 했나 싶다.
운동하러 산에 갔다 오히려 살이 더 붙어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형제봉도 처음 만났고, 산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