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9월 3일 화요일 (가는 비)
산행코스: 동산마을회관 ~ 약수암 ~ 내동산 ~ 계남마을 ~ 백운농협
산행거리: 10.2km
산행시간: 10:21 ~ 13:50
산행트랙:
등산지도:
때늦은 장마가 와서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단다.
우중 산행 진짜 싫은데 내가 올려달라고 부탁한 산이기 때문에 안 갈 수도 없고. ㅜㅜ
산행하는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명마대에서 마이산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나 동산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니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비를 입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동산마을에서 내동산 정상까지는 2.1km이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 비포장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약수암에 도착한다.
약수암은 참으로 허접한 암자이다.
개가 짖어대자 꼬부랑 할머니가 고개를 내밀고는 우리를 쳐다보셨다.
비가 와서 약수암 뒤에 있는 바위 절벽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지도에 내동산폭포라고 나와 있는 건데 비가 안 올 때도 물이 떨어질까?
약수암
내동산은 군데군데 바위 절벽이 있어 빙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약수암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약수암 바위 절벽 상단부를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면 전망바위가 나온다.
이정표 <내동산 정상 0.43km> 지점이다.
비가 와서 아무것도 안 보이겠지? 했는데 웬걸 구름이 낮게 드리운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망바위 지점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벤치가 있는 쉼터에 도착한다.
올라가는 도중 우비를 벗어버리고 우산을 썼다.
우비를 입어도 젖고, 안 입어도 젖는데 입으면 덥기만 하니 그냥 안 입는 게 나을 것 같다.
지난주 석 기사님이 만들어주신 비닐봉지 우비는 덥지도 않고 좋던데 앞으로는 그걸 사용해봐야겠다.
쉼터
다시 190m만 올라가면 내동산 정상에 도착한다.
운해가 낀 산의 모습이 나름 멋있었다.
그런데 마이산은 보이질 않네. ㅜㅜ
내동산 정상
가야 할 마이산 방향
내동산 정상에서 계단을 내려간 후 절벽 위에 있는 좁은 등로를 따라간다.
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에서 우산을 쓰고 가려니 번거로워 그냥 맞기로 하였다.
다행히 비가 더 많이 오지는 않았다.
전망바위를 지나고, 계남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무인감시카메라를 지나 계속 좁은 능선 길을 타고 간다.
우중산행이 싫어서 빨리 산행을 끝내려고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며 가다가 기운이 빠져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이후 가파르게 내려갔다가 잔 봉을 넘으면 구수보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구수보로 내려가야 하는 걸 모르고 직진하여 몇 명이 방화마을로 내려갔다.
이쪽으로는 앞서 간 사람들이 없어서 등로에 거미줄이 많았다.
거미줄 팩을 하며 내려갔다.
마을이 보이는 곳까지 내려가면 갑자기 등로가 묘연해진다.
이리저리 헤매다 임도를 찾아 내려갔다.
여기까지 5.5km 정도 걸렸다.
내려가 보니 계남마을이네?
어쩐지 명마대가 없더라. ㅠㅠ
오늘 같은 날에는 명마대에서도 마이산이 보이지 않을 거라 위로를 하며 도로를 따라 동산마을회관으로 향하였다.
이 길이 진안고원길이라는데 동산마을회관까지 5km 정도 가야 한단다. ㅜㅜ
중간에 트럭을 얻어 타고 1km 정도 가다가 다시 내려 걸어갔다.
오랜만에 트럭을 타봤다.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동산마을회관 앞에는 아무것도 없어 백운면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산에서 아무것도 먹질 않고 내려왔더니 배가 고팠다.
재작년 12월에 고덕산에 갔다가 내려와 백운농협 맞은편에 있는 <선희네>에서 추어탕을 맛있게 먹었다.
그 맛을 못 잊어 오늘도 먹으러 가니 문이 닫혀있었다.
할 수없이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사가 되는지 물어봤더니 할머니께서 김치찌개를 해줄 테니 먹으란다.
밥을 먹기 전에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가 기겁을 하고 나왔다.
손 씻을 데도 없을뿐더러 재래식 화장실이다.
멀쩡하게 생긴 식당에서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가 나왔는데 양푼에 쟁반을 뚜껑으로 올려놓았다.
헐!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렇지.
물티슈로 손을 닦고, 김치찌개가 끓는 동안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할머니께서 귀가 많이 먹어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았다.
산에 갔다 왔다고 했더니 다짜고짜 버섯 따러 산에 갔다고 야단을 치신다.
버섯 따러 간 게 아니라 그냥 등산을 한 거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전혀 소용이 없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우리 배낭을 보시곤 버섯 따러 가서 따지도 못하고 내려왔다고 혀를 차신다.
아이고, 할머니!
문화충격을 받은 식당이지만 김치찌개는 맛있었다.
진짜 시골 할머니가 끓여주는 그런 맛이다.
게다가 쌀이 좋은지 밥도 맛있었다.
아님,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가?
배불리 먹고 식당에서 기다리다가 동산마을회관에서 일행들을 태우고 오는 산악회 버스를 타고 귀경하였다.
오늘 명마대에서 마이산을 못 봐서 아쉬웠는데 귀경하는 길에 마이산 옆을 지나가서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