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8월 22일 목요일 (약한 비 후 갬)
산행코스: 옥동교 ~ 얼쿠리계곡 ~ 덕가산 ~ 응봉산 ~ 재령치 ~ 연하계곡 ~ 연하 휴게소
산행거리: 10.4km
산행시간: 09:55 ~ 14:55
산행트랙:
등산지도:
아침에 버스에 오르니 가리봉 대장님이 보이질 않는다.
어머님이 위독하셔서 갑자기 오늘 산행을 못하게 되셨단다.
내 나이 또래는 누구나 부모님 건강이 문제인 것 같다. ㅠㅠ
어쨌든 오늘은 "우리끼리" 산행해야 한다고.
트랙을 다운로드하여 온 카라와 고섶이 앞서 가며 리본을 달아놓기로 하였다.
옥동 송어양식장을 조금 지난 곳에서 내리니 비가 오고 있어 우산을 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옥동천 옆의 산비탈에 난 좁은 등로를 따라간다.
다행히 비는 금세 그쳤다.
마른 계곡을 건너면 원두막이 나오고, 또다시 계곡을 건너면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비 때문에 길이 무척 미끄러워 초반에 넘어지고 말았다.
이후 얼쿠리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길은 미끄러워도 비가 와서 계곡은 너무 좋다.
계속해서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 옆으로 올라가게 되어있어 등로는 당연히 가파르다.
위험한 곳에는 아쉬운 대로 밧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쨌든 오늘은 폭포 풍년이라 이것만으로도 오늘 산행은 백점이다.
그런데 어느 게 얼쿠리폭포지?
계속 계곡치기를 하며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물이 없는 계곡 상류에 이르렀다.
이제는 계곡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능선을 항해 치고 올라간다.
300m 정도 올라가는 것 같은데 얼마나 가파르고 미끄러운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어 사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길로는 짐승들도 다니지 않을 것 같다.
욕이 나올 법 하지만 앞서 계곡 트레킹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용서해준다.
간신히 주 능선에 이르러 왼쪽으로 갔다.
주 능선에 올랐다고 좋아할 것도 없는 것이 덕가산까지 봉우리를 5개 정도 지나야 한다.
양 옆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이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보면 봉우리가 많아서 능선이 울퉁불퉁하다.
덕가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없다.
덕가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응봉산으로 향하였다.
덕가산 정상
덕가산에서 응봉산까지 3km 정도 되는데 그 사이 고도를 200m가량 올려야 하며 봉우리를 9개 정도 지난다.
사람들의 많이 다니지 않아 사뭇 오지 분위기가 나는 길을 풀과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야 한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슨 산이 이러냐며 괜히 왔다고 불평을 할 만한데 오늘은 초반의 계곡 트레킹이 이후 산행의 모든 단점을 가릴 만큼 좋았고, 날이 흐려 너무 덥지 않아서 산행하기에도 좋은 날씨라 그다지 화가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귀신이 나올 것 같다고 하지만 난 물안개가 가득한 이런 산의 모습이 푸근하게 느껴져서 좋다.
폐 헬기장을 지나고, 관중 숲을 지나 응봉산으로 갔다.
폐헬기장
응봉산 정상
응봉산 정상에서도 조망은 없다.
응봉산 정상을 내려선 후 오른쪽으로 300m 정도 가파르게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간식을 먹으며 쉬다가 연하계곡으로 내려갔다.
이제는 가파르게 쭉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응봉산 정상에서 370m 정도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여기가 재령치인가?
재령치
이곳의 해발고도가 860m 정도 되니까 아직도 한참 내려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오르내림이 없이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또다시 가파르게 쭉 내려가면 폐가들이 나오고 민가도 보이기 시작한다. (지도에 "별장"이라 표시된 곳)
그리고 다시 임도를 만난다.
시멘트 임도를 만난 후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가면 예쁜 곳들이 피어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해발고도 500m 정도 되는 이곳에서 땅콩이며 옥수수를 기르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계속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계사동 길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연하계곡 옆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연하계곡은 물한계곡처럼 좁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물도 맑고 많으며 이끼 계곡이라 정말 아름다웠다.
작은폭포라는 곳에서 알탕을 하였다.
생활하수가 흘러들 것 같지만 일단 이끼가 가득한 계곡이랑 폭포가 너무 좋으니까 물에 들어가고 본다.
작은폭포
작은폭포에서 놀다가 다시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곧이어 연하폭포가 나오는데 위쪽에 있던 작은폭포가 더 멋있었다.
더 내려가면 용소라는 곳에도 멋진 폭포가 있다.
연하폭포
용소
계곡 입구로 내려가니 십승지 표지석이 있었다.
정말 오지 중의 오지이긴 한 것 같다.
연하 휴게소에는 버섯농장을 하시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데 샤워실도 있다.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15,000원짜리 버섯 정식을 먹었다.
직접 재배하신 버섯들이 나온다.
표고버섯, 목이버섯, 산 느타리버섯,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잎새버섯 등이 삶아서 나오고, 튀겨서 나오고, 전골로도 나온다.
전골에는 버섯뿐만 아니라 고기도 듬뿍 들어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 반도 더 남겼다.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잎새버섯
산 자체는 별 볼일 없지만 들머리의 얼쿠리계곡과 날머리의 연하계곡이 너무 예뻐서 모든 것이 무마되었던 산행이었다.
산행은 하지 말고 계곡에서 놀다만 가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얼쿠리계곡이 더 좋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하는 것을 보니 보는 눈이 다 비슷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