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8월 9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천은사 주차장 ~ 쉰움산 ~ 두타산성 ~ 무릉계곡 ~ 삼화사 주차장
산행거리: 9.4km
산행시간: 11:25 ~ 17:00
산행트랙:
등산지도:
둘째가 다시 미국으로 떠나고 나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영 마음이 안 좋다.
작년에는 남편이랑 같이 갔었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었는데 이번에는 혼자 가는 데다 비행기 표를 싸게 산다고 홍콩에서 갈아타는 표를 샀더니 한국 올 때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홍콩에서 국제 미아가 될 뻔 한 일이 있었기에 더 걱정이 된다.
작년에는 가방을 잃어버리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겪은 덕분에 더 단단해진 것 같긴 하다.
하긴 나도 젊을 때 혼자 외국에서 생활하며 오만 군데 다 돌아다니고 별일을 다 겪었으니까.
어쨌든 하나님, 둘째가 건강하고 무사히 미국에 도착하게 지켜주세요.
이런저런 걱정을 떨쳐버리고 삼복더위에 쉰움산으로 간다.
A팀을 댓재에서 내려주고, 다시 꼬불꼬불 산을 내려가 천은사로 갔다.
댓재에서 천은사까지 가는데 40분이나 걸렸다!
천은사 숲길에는 250년 된 느티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쭉쭉 뻗은 숲을 지나 천은사까지 간 다음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250년 된 느티나무
천은사
천은사에서 쉰움산 정상까지는 1.6km이다.
그제 태풍이 와서 비가 많이 왔는지 천은사 계곡은 아주 좋았다.
예쁜 층층폭포도 있고.
한동안 완만하게 올라가서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슬슬 경사도가 높아지더니 전망대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급격하게 가팔라진다.
전망대
왼쪽으로 비박 터가 나온 후로는 더욱 등로가 불친절해진다.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는지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
두타산 라인이 보이는 전망대에는 돌탑들이 있었다.
돌탑 전망대
이제 500m 정도만 더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그 500m를 30분도 더 걸려서 올라간 것 같다.
약수터를 지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위들이 더 많이 나타난다.
바위에 올라서면 동해 바다가 보인다.
약수터
쉰움산 정상은 움푹움푹 패인 바위로 되어있었다.
<오십정>이라는 표지석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쉰움이 오십정, 오십 개의 우물이라는 뜻이다.
거의 작은 연못 정도로 큰 웅덩이도 있고 아주 작게 패인 것도 있었다.
어쨌든 오십정을 이제야 보는군.
쉰움산 정상에서도 조망이 아주 좋았다.
두타산에서부터 저 아래 무릉계곡까지, 그리고 동해 바다까지 보였다.
쉰움산 정상
두타산
무릉계곡 방향
동해 방향
쉰움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까 올라올 때는 너무 힘들어 쉰움산 정상에서 다시 천은사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점심을 먹는 동안 생각이 바뀌더라. ㅎ
천은사로 내려가면 시간이 너무 남을 거 같은데 그동안 뭘 하지?
술을 안 마시니 식사도 30분이면 끝날 거고, 계곡에서 노는 것도 15분이면 땡일 것 같은데.
그리고 이제 능선을 타고 가는 거니까 그렇게 힘들지 않지 않을까?
2.5km만 가면 그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인데 괜찮겠지?
그래서 결국 공지대로 두타산 갈림길로 가서 무릉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쉰움산 정상에서 두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초반에는 아주 좋았다.
헬기장
이쪽으로 오길 잘했네. ^^
그런데 한 1km 정도 가니까 가팔라지기 시작하면서 금방 이쪽으로 온 걸 후회하게 되었다.
천은사에서 쉰움산 정상까지 올라간 것보다는 힘들지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몇 번을 쉬어가며 올라갔다.
드디어 두타산 갈림길에 도착.
해발고도가 1,000m가 넘는다!
두타산 갈림길
불행 끝, 행복 시작이면 좋으련만. ㅜㅜ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여전히 징글맞다.
아, 내가 이 골 때리는 산을 왜 또 왔을까? ㅜㅜ
더운데 조심해서 급경사 길을 내려가느라 집중했더니 오랜만에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가 되었다.
아니, 활화산 같다.
2.2km로 정도 그렇게 무념무상으로 내려가면서 대궐터 삼거리와 깔딱고개 입구를 지나면 계곡을 만난다.
대궐터 삼거리
깔딱고개 입구
무릉계곡?
아니다. ㅜㅜ
두타산성 가기 전에 있는 지 계곡이다.
계곡을 건너 다시 올라갔다 내려가면 수도골 갈림길이 나오고 이제 두타산성까지는 300m만 가면 된다.
수도골 갈림길
조금 더 가파르게 내려가면 산성12폭포와 거북바위가 나온다.
산성12폭포는 비가 와서 볼 만하였다.
관음사 방향
두타산성에 이르자 여우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불볕더위에 고생하던 두타산성 백곰도 시원하게 비를 맞고 있었다.
두타산성
백곰바위
다시 2km 정도 가파르게 내려간다.
에고, 내 다시는 이 길을 내려가는 일이 없으리라!!
드디어 계곡에 도착.
무릉계곡 또한 수량이 풍부하여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였다.
학소대를 지나고, 삼화사를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무릉반석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아 무슨 해수욕장에 온 것 같았다.
무릉계곡
학소대
삼화사
무릉반석
산행 중에는 500ml 물도 다 안 마셨는데 내려와서는 350ml 요구르트 음료 두 개와 카페 라떼를 마셨다.
다시는 폭염 속에 산행 안 하겠다고 해놓고 또 하네.
치매인가?
어쨌든 산행이 힘든 덕분에 둘째가 떠난 허전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정시에 도착해 짐도 무사히 찾았다고 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