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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6.07.09 (영월) 구봉대산(870m)

산행일시: 2016년 7월 9일 토요일 (맑음)
산행코스: 일주문 ~ 음다래기골 ~ 칼바위 삼거리 ~ 윤회봉 ~ 북망봉(정상) ~ 양이봉 ~ 널목재 ~ 법흥사
산행거리: 6.5km
산행시간: 10:30 ~ 15:05
산행트랙:

구봉대산 20160709.gpx
0.03MB

등산지도:

 

산을 250개쯤 가고 보니 새로운 산행 공지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산악회들은 100명산 위주로 공지를 올리고, 개인적으로 가자니 교통편이 불편하고.

새로운 산행지가 어디 있을까 찾다가 KOVA 산악회를 따라 구봉대산에 갔다.

KOVA(Korea Organization for Victim Assistance) 산악회는 각종 범죄 피해자와 그 피해 가족을 돕는 민간단체인데, 친목 도모도 하고 홍보도 할 겸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회원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산행을 한다고 한다.

구봉산은 불교의 윤회설에 따라 제1봉부터 제9봉까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봉우리 명칭으로 하였다.

우리는 법흥사 입구에서 시작하여 제9봉부터 제1봉까지 거꾸로 산행을 하였다.

 

법흥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2km 올라가면 능선에 이르고 이후 9개의 봉우리를 넘은 다음 널목재에서 다시 2km 하산하여 법흥사로 내려올 것이다.

올라갈 때는 계곡을 가로지르고 나서부터 가팔라지고, 내려올 때는 가파르다가 계곡을 가로지르고 나서는 완만해진다.

처음에는 산책로와 같은 숲길을 걸어간다.

 

날도 더운데 오늘 산행은 이런 길만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너덜길이 나타났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음부터는 가파르게 일어선다.

1km 이상 숨 가쁘게 올라가면 능선에 이른다.

법흥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부터 2km 지점이다.

 

841봉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면 9봉이 금방 나타난다.

 

841봉

9봉은 <윤회봉>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윤회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지난날의 삶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따라 달라진다."

윤회설을 믿지는 않지만 이 말은 가슴이 무척 와 닿았다.

내 모든 삶에 대한 심판의 날이 있음을 기억하자.

 

                   9봉/윤회봉 정상

9봉에서는 맞은편에 백덕산이 멋지게 보였다.

 

              백덕산

정상인 8봉은 <북망봉>으로 인간이 이승을 떠남을 의미한다.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천국으로 들어가는 통로임을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8봉/북방봉(구봉대산) 정상

7봉인 <쇠봉>은 인간의 병들고 늙음을 의미한다.

썩어질 육신을 위해 애쓰지 말고 영을 위해 살도록 하자.

 

                  7봉/쇠봉 정상

9봉에서 7봉까지는 '이게 봉우리야?' 할 정도로 순탄한 길이었지만 7봉에서 6봉으로 가려면 제법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6봉은 지친 몸을 쉬어 감을 의미한다는 <관망봉>이다.

삶이란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

당신은 그 누구의 삶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을까요?

지금의 내가 순전히 나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나도 다른 사람들을 세워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6봉/관망봉 정상

6봉 정상판은 조금 더 가서 있다.

여기가 예전에는 6봉이 정상이었던 것 같은데 아홉 개의 봉우리 중에서 제일 조망이 좋은 곳이다.

 

백덕산과 법흥사

(6봉에서 본 7봉)

6봉은 등로 상에서 조금 빗겨있는데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잘 보고 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6봉에서 내려가 계단을 올라가고 암릉을 타고 가면 5봉에 이른다.

 

5봉은 <대왕봉>으로 인간이 인생의 절정을 이룬 뜻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온갖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안겨주는 기다림의 선물이지요.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지난날을 망각의 늪으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

발뒤꿈치를 돌아보라.

수고 없이 얻는 것이 없음을 기억하며, 또한 올챙이 적 시절을 잊지 말아야겠다.

 

                  5봉/대왕봉 정상

4봉 <관대봉>은 인간이 벼슬길에 나아감을 의미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준비되어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난 지금 그러한 준비를 성실히 하고 있는가?

 

                   4봉/관대봉 정상

(4봉에서 당겨 본 법흥사)

헬기장을 지나면 3봉인 <장생봉>에 이른다.

<장생봉>은 인간이 유년, 청년기를 지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3봉/장생봉 정상

(3봉에서 바라본 4봉과 그 아래 헬기장)

다시금 길은 순하여 3봉에서 생각 없이 가다 보니 1봉에 도착하였다.

아니, 2봉은 어디 있지?

2봉을 찾으러 되돌아갔더니 봉우리 같지도 않은 곳에 2봉이 있었다.

등로 옆에 표지판이 있었는데 봉우리라는 생각이 안 들다 보니 그냥 지나쳤나 보다.

2봉 “아이봉”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을 나타낸다.

      어린 시절이란 늘 어버이의 뜻에 어긋나기 일쑤입니다.

...

그때를 돌이킬 때면 사람 되기 위한 한때였다고 웃어넘기고 말지요.

하면 지금 나의 어리석음은 어떻게 할까요?

참으로 하나하나 찔리는 말들이다.

한 번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

 

                  2봉/아이봉 정상

이후 <양이봉>인 1봉으로 돌아갔다.

<양이봉>은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 잉태함을 의미한다.

 

                 1봉/양이봉 정상

몇 개의 표지판은 글씨가 다 벗겨져서 읽기 힘들었다.

이후 널목재에서 법흥사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1km 정도 가파르게 내려간 다음 계곡을 가로지르고 나면 순해진다.

 

법흥사를 500m 정도 앞둔 지점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족욕을 하였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5초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가 힘들었다.

다시 새로워진 몸으로 법흥사로 내려갔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가 법흥사에 있다는데 건물들을 나중에 새로 지어서 그런지 별로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거의 한 시간이나 일찍 내려왔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주천강 돌개구멍을 보러 갔다.

 

천연기념물 제543호인 주천강 돌개구멍(Pot Hole)은 <속이 깊고 둥근 항아리 구멍>이란 뜻으로 하천에 의해 운반되던 자갈 등이 오목한 하상의 기반암에 들어가 유수의 소용돌이와 함께 회전하면서 커다란 항아리 모양으로 기반암을 마모시켜 발달한 지형이라고 한다.

지름이 수십 센티미터에서 1m, 깊이는 수십 센티미터에서 2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구멍들이 있었다.

 

주천강 돌개구멍

산에서는 몰랐는데 내려오니 무지 더웠다.

산에서도 안 흘린 땀을 강가에서 흘릴 정도였다.

너무 더워 요선정은 그냥 패스하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6.5km 밖에 안 되는 짧은 산행이었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이 정도가 딱이다.

주천강에 가기보다는 법흥 계곡에서 놀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구봉대산 20160709.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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