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3월 26일 토요일 (약간 흐림)
산행코스: 주차장 ~ 선암사 ~ 운수암 ~ 소장군봉 ~ 장군봉(정상) ~ 연산봉 ~ 굴목재 ~ 홍골 ~ 송광사 ~ 주차장
산행거리: 12.3km
산행시간: 11:35 ~ 17:35
산행트랙:
등산지도:
예전에는 오지 산행도 올리고 그러더니 요즘 산악회에서 블랙야크 100산 위주로만 산행 공지를 올린다고 불평을 했다가 오지 산행 제대로 하고 왔다.
오랜만에 토요일에 산행을 하게 되어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정상에도 이러려나?
토요일이니까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겠지.
매표소를 지나 선암사로 올라갔다.
왼쪽으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계곡이 기지개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을 지나고 익살스러운 장승을 지나 계속 올라가면 승선교가 나온다.
승선교
산돌이 대장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승선교 아래로 내려가 강선루를 함께 넣어 사진을 찍었다.
멋있네!
승선교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아치형 다리인데 교각이나 가설이 없이 그 옛날에 아치형 다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하다.
승선교를 지나면 강선루가 있고, 더 올라가면 삼인당이라는 연못이 있다.
강선루
삼인당
삼인당은 타원형의 연못 안에 타원형의 섬이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독특한 모양의 연못은 선암사 삼인당이 유일하다고 한다.
계속 올라가면 하마비(下馬碑)가 나온다.
송광사로 하산하여 보니까 그쪽에도 하마비가 있던데 아마 여기서부터는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라는 뜻이 아닐까?
하마비를 지나자마자 바로 선암사 일주문이 나온다.
선암사 일주문은 다른 절과는 달리 일주문 옆으로 담장이 연결되어 있고 돌계단이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선암사는 절 서쪽에 옛 선인들이 바둑을 두던, 높이가 10여 장(丈)되는 평평한 큰 돌이 있기 때문에 선암이라는 절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천태종의 중심 사찰로 모두 65동이나 되는 건물이 있었으나 전쟁 중에 불타고 현재는 20여 동의 건물이 남아 있다.
선암사는 비교적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참으로 편안하고 정감 있는 절이었다.
선암사
선암매
500년 된 와룡송
해우소
동백
백동백
선암사에서 한 시간 가까이 구경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하였다.
원래는 대각암으로 하여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인데 난 소장군봉으로 가는 길이 어떤지 궁금하였다.
그리하여 오늘의 고행 길이 시작되었다.
k현민 님을 끌고 선암사에서 우측에 있는 운수암 쪽으로 향했다.
청운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운수암이다.
그곳에서 왼쪽의 계곡을 따라 올라갔는데 초반에는 뚜렷한 길이 있어 아무 걱정 없이 갔다.
그런데 길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없어져버렸다.
이리저리 헤매다 능선을 타기 위해 가파른 산비탈을 치고 올라갔다.
길이 있었다가 없었다가 하는지라 내려가기도 그렇고 참으로 애매모호하였다.
어쨌든 능선을 타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무를 헤치며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진달래도 만나고 쌍둥이 목마도 만났다.
간간히 나타나는 산수미인산악회 리본이 그나마 불안을 덜어주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길도 없는 이런 곳을 왔을까?
나처럼 호기심 왕창 많은 사람들인가?
나무를 헤치며 가파른 길을 올라가려니 속도가 영 나질 않는다.
이러다 버스 놓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빨리 내려가서 꼬막비빔밥을 먹겠다고 점심도 안 가지고 왔는데. ㅠㅠ
선암사에서 산 연잎초코파이로 허기를 달랬다.
소장군봉에 이르니 아무런 표식도 없고 조망도 없다.
이름은 엄청나면서 완전 낚였네. ㅠㅠ
이후 잠시 편안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그러다 장군봉까지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여전히 길은 있었다 없었다 하는데 키보다 더 높은 산죽을 헤치고 올라가느라 온 몸이 쓸리고 먼지 범벅이다.
이건 암릉 산행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여길 왜 왔는지 후회할 여유도 없다.
여기서 사고가 나면 구조하러 오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자고 했으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ㅠㅠ
진짜 오늘 오지 산행 원 없이 해보네.
무념무상으로 도를 닦듯 올라가다 보니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왔다.
이제 얼추 올라왔나 보네.
저 아래 선암사가 보였다.
조망 좋고.
2km 이상을 개고생을 하며 젖 먹던 힘을 짜내어 올라가니 드디어 장군봉이다!!
장군봉(조계산) 정상
연산봉 방향
하여튼 나는 쉬운 산행도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보다. ㅋㅋ
늦게 올라가서 그런지 정상은 한적하였다.
점심도 안 먹었는데 이곳에서 그냥 보리밥집으로 내려가서 밥이나 먹을 것이지 앞에 보이는 능선에 마음이 빼앗겨 또다시 지친 몸을 이끌고 연산봉 쪽(장박골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군봉에서 장박골 정상까지 가는 길은 호남정맥 길로 길이 정말 좋다.
다 죽어가다가 기운이 다시 났는지 포즈도 잡아보고.
이 계단을 오르면 장박골 정상이다.
장박골 정상
호남정맥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접치로 빠진다.
송광사 쪽으로 가는데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장군봉까지 올라갔던 길에 비하면 오만 오천 배 좋은 길이다.
이런 길이라면 20km도 가겠다.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장군봉이 보인다.
지나온 장군봉
내려가면 장박골 삼거리이다.
1.2km 더 가면 연산봉 사거리이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 이곳에서 그냥 송광사로 내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이 꼬불꼬불하게 표시된 것이 어째 수월해 보이지가 않았다.
올라온 길 마냥 또 그렇게 개고생 하게 되면 어쩌나.
이젠 기운도 남아있질 않은데.
어쩌면 굴목재에서 내려가는 홍골이 더 나을는지도 모르겠다.
벤치에 앉아 절편을 먹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나서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연산봉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미 녹초가 된 후라 연산봉 올라가는 것이 너무 너무 너무 힘들었다. ㅠㅠ
'아이고,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 짓을 하나' 하는 고정 레퍼토리가 또 나온다.
그러는 사이 헬기장이 있는 연산봉에 도착.
연산봉 정상
장군봉에서 거꾸로 된 U자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야호!
굴목재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천자암봉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굴목재
천자암 쌍향수를 봐야 하는데...
담에 또 와야겠네.
그때에는 송광사에서 천자암만 왔다 가야겠다.
쿨하게 마음을 비우고 송광사로 내려갔다.
굴목재에서 송광사까지는 2.5km라는데 너덜길이라 속도를 많이 낼 수는 없었다.
연산봉 사거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토다리 삼거리를 지나고,
비룡폭포를 지나고,
비룡폭포
천자암에서 내려오는 수석정 삼거리를 지나,
송광사로 내려갔다.
45분가량 남았는데 어쩌면 내려가서 꼬막비빔밥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송광사는 그냥 지나가면서 구경을 하고 미친 듯이 내려갔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우화각과 능허교
식당가로 내려가니 30분이 남았다.
게 눈 감추듯 꼬막비빔밥을 먹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다리가 아파 끙끙대며 졸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앞으로는 말조심을 해야겠다.
괜히 오지 산행 운운했다가 큰 코 다친 하루였다.
그런데 내려와서 생각하니 재미있네. ㅎㅎ
으이구, 이런 구제불능 줌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