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흐리고 가끔 이슬비 후 맑음)
산행코스: Ristorante Capanna Alpina(1.720m) ~ Rif. Scotoni(2,040m) ~ Lago di Lagazuoi(2,182m) ~ Forcella Lagazuoi(2,573m) ~ Passo Falzalego(2,106m) + Rif. Lagazuoi(2,752m)
산행거리: 9.4km
산행시간: 08:55 ~ 13 58
산행트랙:
등산지도:
어제 밤에는 보름달이 떴다.
돌로미티에 뜬 달은 더 크고 아름답게 보였다.
잘 잤는데 자고 났더니 입술이 퉁퉁 붓고 아프다.
왜 알프스에만 오면 입술이 붓는 건지. ㅜㅜ
또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콧등이 빨갛게 타서 쓰라리다.
오늘은 1,100m 이상 고도를 올려야 한다.
그냥 하루 정도 트레킹을 쉬고 케이블카를 탈까?
하지만 내가 놓치게 되는 풍경이 있으면 어떡하지?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원래 코스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카파나 알피나 주차장(1.653m)에서 1.5km 올라가면 카파나 알피나 레스토랑(Ristorante Capanna Alpina 1.720m)이 나온다.
카파나 알피나 레스토랑(Ristorante Capanna Alpina)
우측에 있는 라가주오이(Lagazuoi)를 향해 간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져 배낭에 레인 커버를 하고 갔다.
가파르게 올라가면 스코토니 산장(Rifugio Scotoni 2,040m)에 도착한다.
올라온 길
스코토니 산장(Rifugio Scotoni)
산장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채플이 있다.
기도를 하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하나님의 사랑이 진짜 강물같이 나를 덮는 게 느껴졌다.
하찮은 나의 기도까지도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
가야 할 길
채플을 지나 라가주오이 호수(Lago di Lagazuoi 2,182m)까지 무지막지하게 가파르게 올라간다.
여기 진짜 장난 아니다.
완전 빡센 산행이다.
그래도 내가 구력이 있잖은가?
맨 꼴찌로 산행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선두가 되었다.
라가주오이 호수는 스코토니 산(Mt. Scotoni 2,160m) 중턱에 있다.
올라온 길
(이곳에서 왼쪽에 있는 라가주오이 호수에 갔다 온다.)
라가주오이 호수(Lago di Lagazuoi)
스코토니 산(Mt. Scotoni)
포르셀라 라가주오이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사실 오늘은 2.752m의 라가주오이 산장까지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다.
흐리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며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서둘러 우비를 입었다.
덕분에 힘든 오름길을 시원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하나님께 감사!
어느새 일행들은 저 멀리 뒤쳐졌다.
진짜 이상하네.
난 천천히 가고 있는데 어찌된 일일까?
목요팀 산우들이 알면 웃을 것 같다.
한참 기다리는 중 올라온 산우님이 말하길, 아래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내려오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미쳤다고.
그러게, 그 힘든 길을 누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겠어?
게다가 아직 12시도 안 되었는데 점심을 먹는다니...
가야 할 길
조금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스코토니 산 사면을 가로질러 아슬아슬한 등로가 나있었다.
와, 저 길로 가면 진짜 쫄깃하겠다.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다가 길을 떠났다.
포르셀라 라가주오이로 올라가는 길은 눈에 빤히 보이는데 한참 가야 한다.
가는 길에는 허물어진 요새들이 보였다.
이 지역은 세계 1차 대전 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간 전투의 선봉이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산에서 전쟁을 하다니!
포르셀라 라가주오이로 가는 길(보기보다 엄청 멀다. 오른쪽에 있는 것이 산장)
요새로 사용한 바위굴
포르셀라 라가주오이(Forcella Lagazuoi 2,573m)에서 다시 일행들을 기다렸다.
이곳에서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고도를 200m 가량 높여야 한다.
일행들이 오는 동안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였다.
옵션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곳에서 바로 파소 팔자레고로 내려가는 것이다.
둘째는 라가주오이 산장까지 올라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셋째는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포르셀라 라가주오이로 내려와 파소 팔자레고로 내려가는 것이다.
오늘 산행 거리가 짧기 때문에 2번은 아웃.
날씨가 흐리기 때문에 3번도 아웃.
그래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포르셀라 라가주오이(Forcella Lagazuoi)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파소 팔자레고로 내려가는 길에 대해 물어보니까 꼬불꼬불 내려가기 때문에 가파르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힘드니까 스키 슬로프로는 내려가지 말라고 한다.
보기에는 까마득한데 진짜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았다.
라가주오이 산장
내려가는 길
등로에 핀 신기한 꽃
그런데 조금 가다 보니 가팔라지며 길도 아닌 것 같았다.
무심코 앞서 가는 외국인들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같이 알바를 한 것이다.
오른쪽 위에 등로가 보여 그쪽으로 갔다.
마침 올라오는 외국인 부부가 있어 물어보니 스키 슬로프를 따라 내려가라고 한다.
이렇게 가파른 길을 내려가라고?
그럼 지네들은 왜 이 길로 안 올라왔대?
아닌 건 아닌 것이여.
결국 내가 생각한 길로 들어서 하산하였다.
외국인들 때문에 쓸데없이 알바만 하였네.
하산하는데 1시간 30분 걸린다고 하였지만 1시간 만에 파소 팔자레고(Passo Falzalego 2,106m)로 하산하였다.
가파른 산 사면을 따라 난 등산로
라가주오이 산(Mt. Lagazuoi)
파소 팔자레고(Passo Falzalego)
케이블카 승강장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현지 가이드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그러더니 출발 시간이 4시로 바뀌었다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오라고 하였다.
날씨도 맑아졌기에 부랴부랴 티켓을 사서 올라갔다. (왕복 22유로)
라가주오이 산장(Rifugio Lagazuoi 2,752m)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스코토니 산과 포르셀라 라가주오이까지 올라왔던 길
라가주오이 산장(Rifugio Lagazuoi)
돌로미티의 최고봉 마르몰라다 산(왼쪽)
라가주오이 산장을 지나 십자가가 있는 라가주오이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바위 굴 속에 만들어놓은 참호들이 보인다.
도대체 이 높은 산까지 올라와 어떻게 전쟁을 했을까?
그리고 이 멋진 경치를 보면서 싸움할 마음이 났을까?
아마도 너무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 서로 포기할 수가 없었나 보다.
에귀 뒤 미디나 융 프라우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와! 말이 안 나온다.
어떤 말로도 이 멋진 광경을 묘사할 수가 없다.
유구무언...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다.
여기 안 올라왔으면 완전 후회할 뻔했네.
세계1차대전 때의 참호
라가주오이 산 정상
라가주오이 산장
마르몰라다 산(왼쪽)
스코토니 산
1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 내려가니 그제야 일행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하루 종일 감사가 넘친 날이었다.
파소 팔자레고로 내려가는 케이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