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2020.09.29 (영암) 별뫼산(465m), 가학산(575m), 흑석산(653m)

산행일시: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제전마을 ~ 별뫼산 ~ 민재 ~ 가학산 ~ 흑석산 ~ 깃대봉 왕복 ~ 가학산 자연휴양림
산행거리: 9.0km
산행시간: 11:06 ~ 17:00
산행트랙:

(영암)별뫼산, 가학산, 흑석산 20200929.gpx
0.05MB

등산지도:


어제 저녁 암 투병 중인 시누이의 상태가 악화되어 복수가 차고 통증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 달 말에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갈 거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정해진 수순이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는가?
수차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끝내 연락을 못했다.
낼모레면 추석인데 시댁에 가서 아가씨 얼굴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된다.
내가 먼저 울음이 터질 것 같다.

밤새 자다 깨길 반복하다 도망치듯 이른 아침 사당역으로 갔다.
우선 나 자신부터 산에 가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겠기에.
작년 5월 연휴 첫날에 갔다가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별뫼산만 갔었는데 오늘은 기필코 흑석산까지 가보려고 한다.
제전마을에 도착하여 등산로 입구로 간다.

암봉이 멋있는 전위봉이 보였다.

 

산죽 길을 지나면 바로 암릉이 시작된다.

전위봉까지 쉼 없이 바위를 올라간다.
우로는 월각산과 월출산이 보이고, 좌로는 두륜산에서 만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멋있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예전보다 안전시설도 잘해놓았는데 왜 더 힘이 들까? ㅜㅜ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가슴까지 답답해진다.
몇 번을 쉬어가며 올라갔다.

 

월평제와 월각산

(올라가기 힘들었던 곳인데 안전시설을 해놓아 편하다.)

집게바위

전위봉은 직등 할 수도 있지만 왼쪽으로 우회하여 올라간다.

기진맥진하여 전위봉에 올라 점심을 먹었다.

 

전위봉

전위봉에서 바라본 월평제와 월각산, 그 뒤로 월출산

맨 뒤 오른쪽부터 두륜산에서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전위봉에서 암릉을 조금 더 타고 가면 암릉이 끝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숲길이 나타난다.

 

땅끝기맥 갈림길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면 별뫼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정표를 수리해놓았네.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 할 능선이 보였다.

 

지나온 전위봉

별뫼산 정상

별뫼산 정상에서부터 한동안은 숲길 능선을 타고 간다.
잡목과 산죽이 우거진 능선을 따라 봉우리를 13개 정도 넘은 후 다시 암봉을 올라간다.

 

지나온 별뫼산

가야 할 가학산과 흑석산

힘들게 암봉을 오른다.

조망 하나는 끝내주는 산이다.

 

지나온 능선

암봉을 내려선 후 등로는 왼쪽으로 휘어진다.
한참 내려갔다가 가학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뾰족하게 솟은 가학산을 보니 앞이 막막하다. ㅠㅠ
흑석산 기도원 갈림길을 지나고, 다시 한 번 흑석산 기도원 갈림길을 지난다.
여기가 민재인가?

 

가학산

첫 번째 흑석산 기도원 갈림길

두 번째 흑석산 기도원 갈림길 (민재?)

이후 밧줄을 잡고 가파르게 올라간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아무 데서고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금 우리 아가씨 심정이 그렇지 않을까?
나도 너무 아플 때는 그냥 빨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죽는 것보다 아픈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이었으니까.
설상가상으로 양다리에 쥐까지 난다.

발가락에서부터 시작하더니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뻣뻣해진 다리를 두들겨가며 올라가는데 왜 사서 이 고생인지. ㅜㅜ

 

올라온 길

겨우 가학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사방이 뻥 뚫려 그나마 조망은 끝내 준다.

별뫼산에서부터 지나온 능선이 보이고, 가야 할 흑석산 능선도 보인다.

왼쪽으로는 월각산과 월출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호미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동영상을 찍는데 너무 힘들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가학산 정상

가학산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 쉬다가 흑석산으로 향하였다.
또 밧줄을 잡고 가파른 바위를 내려간다.
다리가 부실해서 손에 힘을 줬더니 이제는 손까지 쥐가 난다. ㅜㅜ
호미동산 갈림길까지 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음에도 몸 상태가 안 좋아 죽을 정도로 힘들었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박카스까지 챙겨 왔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호미동산에 이르는 능선은 왜 이렇게 멋있는 거야?

 

가학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

지나온 가학산

호미동산

노적봉에 올라 또 까무러쳤다.
잠시 쉬다가 눈을 떠보니 정말 멋있다.

하여튼 오늘은 눈이 제대로 호강하는 날이다.
반면에 몸은 개고생이지.
그래도 가야 할 여정이 어떠한지 아니까 힘을 내어 가는데 우리 아가씨는 알지도 못한 채 혼자 가는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너무 마음이 아프다.

 

노적봉 정상에서 바라본 호미동산

한참 쉬다가 흑석산 정상에 올랐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곡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가장 빠른 길로 하산해야 할 것 같다. ㅠㅠ

 

흑석산

흑석산 정상

깃대봉

흑석산 정상에서 조금 더 가면 휴양림 갈림길이 나온다.
50m 정도 앞에 깃대봉이 있어 깃대봉을 찍고 되돌아와 휴양림으로 내려가려고 한다.
원래 바람재까지 가서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건데 너무 힘들고 아프니까 은굴이고 뭐고 만사가 다 귀찮다. ㅠㅠ

 

가학산 휴양림 갈림길

깃대봉

마지막 힘을 짜내어 깃대봉에 올라 사진을 찍고 삼거리로 돌아갔다.

 

깃대봉 정상

지나온 흑석산 (맨 왼쪽이 호미동산)

휴양림까지 1.5km라는데 가파르겠지?
정말 무지 가파르다.
밧줄 구간도 여러 번 나오고.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뻣뻣해진 다리로 내려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하염없이 꼬불꼬불 내려가면 바람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후로는 긴장하지 않고 내려가도 된다.
휴양림 임도에 도착해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다행히 휴양림이 운영을 하고 있어 화장실을 사용하고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를 사서 마실 수 있었다.
400m 정도 아래에 버스가 있다기에 서둘러 내려갔는데 버스에 도착해서 보니 스틱을 화장실에 두고 왔네.ㅜㅜ
아픈 다리로 다시 휴양림까지 뛰어갔다 왔다.

 

휴양림에서 바라본 흑석산

9km에 6시간이나 걸렸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싶어서 산에 갔는데 산행하는 내내 아가씨 생각이 났다.
멋진 조망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만큼 더 힘든 산행이었다.
하나님, 우리 아가씨가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고통 없이 하늘나라에 갈 수 있도록 긍휼을 베풀어 주세요.


* 2019년 5월 4일 별뫼산 산행기 blog.daum.net/misscat/715

 

2019.05.04 (영암) 별매산/별뫼산(465m)

산행일시: 2019년 5월 4일 토요일 (약간 흐림) 산행코스: 제전마을 ~ 별매산 ~ 제전마을 산행거리: 3.3km 산행시간: 13:40 ~ 16:40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은 그동안 두 번이나 가려다가 못 간 별

blo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