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0년 8월 16일 일요일 (약간 흐림)
여름만 되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데 며칠 계속 속이 더부룩하더니 지난 금요일 급기야 설사와 구토를 하였다.
윗배가 아프고, 머리도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없어 병원에 갔다.
열을 재니 38도가 넘는다고!!
난 열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열이 있다고 해서 좀 놀랐다.
급체인 것 같은데 의사는 열이 있다고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란다.
그날은 시간이 늦어 보건소에 전화해 예약만 하고 토요일 아침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진료의뢰서를 안 가져가는 바람에 비 오는 날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는.
콧구멍과 입 속에 면봉을 넣어서 검체 하는데 별로 아프거나 불편한 건 없었다.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집에 있으라고 해서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서재에 은둔하였다.
먹기만 해도 토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이온음료만 조금씩 마셨다.
만일 확진이면 어떡하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3~4일간의 동선을 기록하고, 병원에 가져갈 물건들을 작성하였다,
그런데 확진이면 진짜 큰일이네.
우리 가족들도 전부 자가 격리해야 할 것이며, 수요일에 둘레길을 함께 걸은 우리 시누이는 어떻게 하나?
말기암 환자인데 나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걸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하나님, 혹시 걸리더라도 저 혼자 걸리게 해 주시고 주위에 피해 주지 않게 해 주세요. ㅠㅠ
산행 신청한 것들도 모두 취소해야 할 것이며, 월요일에 도배하기로 한 것도 취소해야겠네.
아이들 방 가구 산 것들도 배송 취소해야 하나?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나님, 저 그동안 아픈 적 많았는데 이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ㅠ
산에 다니면서 이제 좀 건강해지나 싶었는데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게 되면 전 포기하게 될 것 같아요.
정말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생각에 또다시 만약 내가 지금 하나님 앞에 선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참으로 부끄러운 구원이 될 것 같다.
하나님 앞에 너무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설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와중에 친정 엄마와 연락이 안 되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으신다.
가볼 수도 없고 대체 무슨 일인지.
대구와 베트남에 있는 동생들과 연락을 하고, 동생이 설치해놓은 캠으로 확인을 하니 거실에 누워계신단다.
숨은 쉬시는 것 같다는데 전화를 그렇게 해도 못 받으시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나 보다.
남편에게 가보라고 얘기를 하고 나니 엄마가 일어나셨단다.
어렵게 통화가 되었는데 엄마도 다 토하고 어지러워서 정신을 잃으셨단다.
간신히 거실로 나와 누워계시다가 지금 겨우 일어나셨다고.
전화벨 소리가 들려도 받으실 수가 없으셨단다.
혼자 사시니까 이럴 때 정말 걱정이 많이 된다.
그나저나 우리 가족들은 모두 너무 예민하고 약해서 탈이다. ㅠㅠ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불안한 마음에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에서 자려니 불편하기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이제나 저제나 보건소에서 문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띵동 소리에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음성이란다!!!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속히 퇴치될 수 있기를,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조속히 완쾌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