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7월 9일 목요일 (흐림)
산행코스: 장구목이 ~ 이끼 계곡 ~ 주목 군락지 ~ 가리왕산 ~ 중봉 ~ 오장동 임도 ~ 숙암분교
산행거리: 11.5km
산행시간: 10:00 ~ 16:05
산행트랙:
등산지도: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지만 중국 쪽으로 비껴갔는지 비가 예상만큼 많지 오지는 않는다.
비가 많이 오면 산행을 취소할까 했는데 이러면 가줘야지. ㅋㅋ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날이 좋았지만 강원도 쪽으로 가니 비는 오지 않더라도 서늘하고 흐리다.
덥지 않아서 좋겠다.
장구목이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장구목이
가리왕산 정상까지는 4.2km란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 물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오랜만에 계곡다운 계곡을 보는 것 같다.
가리왕산 정상까지는 고도를 1,000m 이상 올리게 되는데 반은 완만하게, 반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끼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초반 2km 정도는 피톤치드를 흠뻑 받으며 가는 길이다.
부슬부슬 스프레이처럼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들이 이끼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산객들이 쌓아놓은 길가 돌탑에도 이끼가 소담스레 자라고 있었다.
계속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는 길이다 보니 등로 옆의 계곡 물이 끊임없이 낙차를 이루며 떨어진다.
날이 흐려서 이끼 계곡이란 말이 더 실감 난다.
4km 이상을 꾸준히 올라가야 하지만 아름다운 이끼 계곡을 보며 가는 길이라 크게 힘든 줄 모르겠다.
계곡이 끝나는가 싶더니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임도를 만난 후에는 주목 군락지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나무를 구경하며 가는 길이다.
바위 경사를 따라 뿌리는 내린 나무,
이건 연리목인가, 나무 하나가 갈라진 건가?
배배 꼬인 나무,
가지가 어마 무시 넓게 뻗친 나무,
반타작된 나무 등등.
이건 그야말로 "朱木"이다.
가파른 길이지만 나무 구경을 하며 가다 보면 어느덧 정상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200m이고 중봉으로 가려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야생화가 만발하였다.
범의꼬리부터 시작하여 자주여로, 광릉갈퀴, 터리풀이 산재해있다.
자주여로
광릉갈퀴
그리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아직도 남아있는 요강나물 꽃도 만났다.
요강나물
음, 이거 요강나물 맞나?
요강나물 꽃과 검종덩굴 꽃이 항상 헷갈린다.
정상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가리왕산 정상
오늘 날씨가 흐려서 조망은 포기했었는데 기대도 안 했던 멋진 운해가 보였다.
나중에 대장님 말씀이 먼저 올라간 사람들은 이 운해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때로 늦는 것도 좋을 때가 있네.
그러니 인생에 있어서도 너무 앞서가려 하지 말자.
이 나이에 앞서가려 하는 것도 무의미하지만 평생 살아온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멋들어진 신갈나무가 있는 정상 삼거리로 되돌아갔다.
정상 삼거리에서 중봉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책로이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 만난 매력적인 나무)
동자꽃과 병조회풀, 둥근이질풀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동자꽃
병조회풀
둥근이질풀
또한 이곳은 박새 군락지인데 그 많은 박새들이 다 누렇게 말라죽어가는 가운데 꽃이 핀 것은 한 군데에서만 볼 수 있었다.
박새
꽃구경, 나무 구경을 하며 중봉에 도착하였다.
중봉 직전에 만난 unique 한 나무
중봉 정상
중봉에서 직진하면 하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숙암분교로 내려가는 길이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한다.
5km에 걸쳐 고도를 1,000m 이상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초반에는 크게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이라 야생화 구경을 하며 기분 좋게 내려갔다.
오리방풀
물레나물
참좁쌀풀
이어 오장동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가 출입금지 구간인가?
그러고 보니 동계 올림픽을 위한 스키장을 가리왕산에 설치하기 때문에 그전에 등산을 해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이 아름다운 산의 어느 부분이 없어지는 건가?
난 아날로그 타입이라 개발이니, 테크놀로지니 이런 거가 별로 반갑지 않다.
개발하고 발전하면 편하긴 한데 대신 잃는 것도 많은 것 같다.
그냥 꼭 필요한 선에서만 조금씩 했으면 좋겠다.
하긴 꼭 필요한 선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임도 이후에 내려가는 길은 거의 오지 산행 수준이다.
길은 분명히 있는데 나무가 우거져 온몸으로 숲을 느끼며(?)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 싸리나무에 귀싸대기도 맞고.
다시 임도를 만난 후
숙암분교로 내려가는 1.5km의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다.
밧줄 구간도 있고 잔돌이 깔린 급경사 내리막도 있다.
잔돌이 깔린 급경사 내리막 - 이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길이다. ㅠㅠ
신경을 곤두세워서 내려가다 보니 얼굴이 활화산 같다.
끝까지 조심조심.
어느 유명 산악인이 말하길, 산에서는 살아서 내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정말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하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숙암분교로 내려가니 대장님께서 어떻게 하셨는지 펜션의 방 한 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으셨다.
그곳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상쾌한 기분으로 상경하였다.
날이 흐려 더 좋았던 가리왕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