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6월 25일 목요일 (흐린 후 비)
산행코스: 무령고개 ~ 영취산 ~ 형제바위 ~ 덕운봉 ~ 부전 계곡 ~ 상부전
산행거리: 6.8km
산행시간: 10:45 ~ 14:55
등산지도:
오늘 가는 영취산은 여수에 있는 영취산이 아니라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가로지르는 산으로 백두대간 길에 있다.
작년 장안산에 갈 때 영취산 정상을 찍었고 대간 산행 때 또 갈 산이지만 그냥 가보려고 한다.
뭐, 그냥은 아니고 도우미(?) 없이 혼자 산행하는 연습을 해볼까 하고. ㅋㅋ
무령고개에 도착하면 한쪽에는 장안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맞은편에는 영취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무령고개에서 15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계속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15분이니까, 뭐.
시끄러운 사람들 먼저 다 올려 보내고 맨 뒤에서 혼자 천천히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보니까 둥굴레 꽃이 아직도 달려있었다.
둥굴레
정상에 도착하자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느라 왁자지껄하다.
영취산 정상
사람들이 사진을 다 찍고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나도 사진을 찍고 또다시 맨 뒤에서 떨어져 걸어갔다.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번잡하고 시끄러운 것은 정말 싫다.
혼자가 외롭다면 두세 명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오늘은 혼자 산행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이 호젓함을 최대한 즐겨야지.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산이고 왼쪽으로 가면 남덕유산이다.
오늘은 왼쪽 남덕유산 방향으로 가다가 부전 계곡으로 내려간다.
정상에서부터는 정말 길이 좋다.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산딸나무 꽃도 피어있고,
산딸나무
꿀풀 꽃도 피어있다.
꿀풀
털중나리 꽃은 이곳에서 올해 처음으로 본다.
털중나리
꽃구경을 하며 룰루랄라 걸어갔다.
모처럼 혼자 산행하려고 했더니 산돌이 대장님께서 동행하시겠단다.
그래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ㅎ
부실한 내가 염려스러우신가 보다.
논개 생가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서,
조릿대가 무성한 산길을 걸어간다.
길 정말 조~~타.
오후에 비가 온다기에 후덥지근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햇빛도 없고 날씨도 선선하다.
오늘 같은 날은 좀 길게 산행을 해도 괜찮은데. ^^
오래지 않아 형제바위에 도착하였다.
형제바위
지도에 <민령 갈림길>이라고 적혀있는 곳이다.
이정표에는 덕운봉이라고 쓰여 있는데 대장님 말로는 <절대> 여기가 덕운봉이 아니란다.
여기는 형제바위라고 열변을 토하신다.
대간 길은 좌측 민령 쪽으로 가야하고, 덕운봉은 이정표에는 없지만 11시 방향 급경사 길로 내려가야 한다.
날씨가 흐려서 조망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은 가볍게 계곡 산행을 하러 왔으니 조망이 안 좋아도 괜찮다.
형제봉에서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계속 가다 보면 진짜 덕운봉이 나온다.
덕운봉 정상
덕운봉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이 나무에 리본들만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여기서 보면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형제바위가 분명히 보인다.
조금 더 가다 보면 극락바위 갈림길에 다다른다.
극락바위는 지도에 암봉 전망대라고 적혀있는 곳이다.
극락바위에 갔다가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야 하는데 앞서 간 사람들은 벌써 극락바위를 보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극락바위
왜 극락바위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숲길을 걸어가다 탁 트인 곳에 이르니 하여튼 좋기는 좋다.
눈도 시원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사람들도 없어서 온 산을 전세 낸 듯 기분이 마냥 좋다.
바위틈에 핀 돌양지꽃들도 나를 위해 피어있는 것 같다.
돌양지꽃
여기 앉아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동행하신 산돌이 대장님께서 갈림길에 배낭을 놓고 오셔서 돌아가자고 하신다.
난 혼자서 여기 바위 위에 앉아 먹고 싶은데...
나 혼자 두고 가기가 불안하신 것 같아 할 수 없이 대장님을 따라 갈림길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부전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고사리재에서도 있고, 덕운봉을 지나서도 있고, 극락바위 갈림길을 지나서도 있다.
제신봉까지 가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오늘은 계곡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극락바위 갈림길을 지나서 내려가기로 하였다.
이곳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별로 험하지 않고 멋진 소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계곡에 이르니 물이 바싹 말라있었다.
어? 계곡 산행이 이러면 안 되는데. ㅠㅠ
합수점을 지나면 물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부전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과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알탕하기에 충분한 소가 나타났다.
이곳에 모두들 모여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뭐, 오늘은 산행의 피로라고 할 것도 없지만.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게 싫은 나는 혼자 상류 쪽으로 올라가서 앉아있다 내려왔다.
그랬더니 어떤 산우님이 그러지 말라고 하신다.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려야지 왜 혼자 외롭게 따로 있느냐고.
나 외롭지 않은데.
오히려 시끌벅적한 게 싫어서 피한 건데.
내가 까탈스러운 건가?
내가 소리에 좀 예민한 것 같기는 하다.
어떤 사람 목소리는 영 귀에 거슬리고 소음처럼 들리니 어쩌란 말인가?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머리가 아픈데. ㅠㅠ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는 밤꽃이 만발하였다.
밤꽃
난 이게 밤꽃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아니, 처음 본 것 같다.
향기가 싱그럽다.
그랬더니 대장님이 그러면 바람난다나?
왜요?
대답을 안 해주시네.
밑으로 내려갈수록 계곡 물은 더 많아진다.
비가 많이 와서 상류 쪽 돌짝 계곡에도 물이 흘렀으면 좋겠다.
내려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었다.
돈나물
끈끈이대나물(보라색 꽃)과 다닥냉이
달맞이꽃
큰낭아초
매봉산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에 지천이었던 개망초
기린초
큰까치수염
일본조팝
다양한 패랭이꽃들
바위취
산수국
루드베키아
금대봉에 가서 실컷 보았던 섬초롱
갈퀴나물
이 꽃 이름들을 어떻게 다 아느냐고?
도시 촌놈인 내가 어떻게 야생화 이름들을 알겠는가?
죄다 처음 보는 꽃들인데.
모야모에 물어보았지. ㅋㅋ
부전마을 이장님 댁 감나무에는 단감이 예쁘게 달려있었다.
넘 예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새침한 내가 뭐가 예쁘다고 애다 언니가 토끼풀 꽃으로 팔찌를 만들어주었다.
나 이런 거 처음 해봤다. ㅎㅎ
무지 신기하다.
언니, 땡큐요~~
계곡 끝에는 너무나도 멋진 화장실이 있었다.
자연 채광을 사용하고 원목으로 마감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이 날 감동시켰다. ^^
화장실을 나오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쓰고 주차장으로 가서 버스에 올랐다.
거리도 짧고, 길도 좋고, 날씨도 선선하고, 계곡 물도 시원하고.
오늘 정말 힐링 산행했다.
앞으로는 이 사람, 저 사람 아무 하고나 잘 어울리는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