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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6.02 (제주) 수월봉, 송악산(104m), 교래자연휴양림

산행날짜: 2015년 6월 2일 화요일 (흐리고 비)

 

철쭉을 보러 한라산을 가기로 하고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비가 온단다.

아, 그럼 안 되는데.

하나님, 저 영실기암 보고 싶어요.

전에도 못 보았는데 이번에도 또 못 보는 건가요?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하니 꾸물꾸물 흐린 날씨다.

오후에는 비 소식이 있고.

이런 날씨면 한라산에 올라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하여 일정을 급 변경하였다.

한라산은 내일 올라가기로 하고 오늘은 내일 일정을 앞당겨하기로 한 것이다.

제발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먼저 차귀도 선착장으로 향하였다.

요새가 백년초 수확기인지 길 가의 선인장마다 백년초가 달려있다.

차귀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늘은 유람선이 운항을 안 한단다.

뭐야. ㅠㅠ

할 수 없이 옆에 있는 수월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제주도 오름 중 하나인 수월봉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가 관찰되어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 역할을 함으로써 제주도에 있는 12개 지질공원 중 하나라고 한다.

 

수월봉 정상에는 고산 기상대가 있으며, 차귀도와 그 옆의 누운섬이 내려다보인다.

 

차귀도(왼쪽)와 누운섬(오른쪽)

간단히 사진을 찍고 송악산으로 향하였다. 

간간히 내리던 비는 송악산에 도착하자 제법 빗줄기가 굵어졌다.

게다가 누가 제주도 아니랄까 봐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바람 때문에 우산을 써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우비만 입고 송악산에 올랐다.

송악산은 제주 올레길 10코스에 속해있다.

 

2012년 여름에 제주도에 와서 올레길 10코스를  걸었을 때는 너무 더워서 송악산에 올라가 보질 않았었는데 오늘은 산행을 하러 왔으니까 비가 오는 것을 무릅쓰고 올라가 보았다.

송악산 입구에서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길 양 옆으로 인동덩굴과 찔레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인동덩굴

찔레꽃

짧은 오르막을 올라가면 분화구를 빙 둘러 길이 나있다.

먼저 왼쪽으로 갔다.

 

분화구가 내려다보이고 맞은편에 송악산 정상이 보인다.

 

조금 가다 보니 목책이 있었다.

출입 금지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미로와 같이 되어있지만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마도 동물(송악산에 말과 염소가 있다.)의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것 같다.

이 문을 통과하면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나온다.

그리고 여기만 올라서면 바로 정상이다.

 

송악산 정상

송악산은 104m 밖에 안 되는 낮은 오름이다.

게다가 산 중간쯤부터 올라가기 때문에 수월하게 올라갔다 올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끝내준다고 한다.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이 보이고 산방산과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이렇다. ㅠㅠ

 

정상을 지나 분화구를 빙 돌아 내려갔다.

 

점심을 먹고 교래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http://www.jejustoneparkforest.com/)

교래 자연휴양림은 곶자왈 지대에 조성된 최초의 자연휴양림이다.

곶자왈은 지하수 함량이 풍부하고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교래 자연휴양림

입구가 마치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교래 자연휴양림에는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다.

호텔이나 콘도보다 이런 곳에 와서 묵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11시 방향으로 가면 큰지그리오름 전망대까지 가는 왕복 약 8km 정도의 오름산책로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손잡고 걸어도 될 정도의 좋은 길이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길이 잘 정비되어 있음에도 현무암 때문에 슬리퍼 신고 걷기에는 무리인 길이 나온다.

등산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화는 필히 신어야 오름전망대까지 갈 수 있다.

움막터를 지나고, 숯가마터를 지나 계속 걸어가노라니 신기한 식물들이 눈에 띈다.

둥근잎 천남성이란다.

잎이 뾰족한 건 그냥 천남성이고.

가운데에서 까만 것을 움켜잡고 돌돌 말린 채 올라오는 것이 꽃인가 보다.

 

               움막터

               숯가마터

둥근잎 천남성

               천남성

이 숲은 이런 천남성들과 관중, 이끼들로 뒤덮여 있었다.

 

가끔 가다 만나는 꽈배기 모양으로 꼬인 나무들도 재미있다.

 

조금 더 가니 뱀딸기도 많이 열려있었다.

 

열심히 땅을 쳐다보며 식물들을 관찰하고 가는데 앞에서 누런색이 보였다.

저게 뭐지?

 

움메, 소네!!

이 숲 속에 웬 소들이?

뜬금없이 나타난 소들에 당황했지만 어쨌든 다섯 마리의 소들을 먼저 보내고 길을 계속 갔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정글을 어느 순간 끝나고 갑자기 쭉쭉 뻗은 나무들이 나타났다.

 

아, 이래서 곶자왈이라고 하는 건가?

이 숲이 끝나고 나면 다소 가파른 길이 나타나고 무덤을 지나 큰지그리오름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초지가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조망이 더 좋았을 텐데.

매표소까지 되돌아가는 길에 올라갈 때 못 보았던 박쥐나무를 보았다.

 

박쥐나무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걷기에 딱 좋은 곳, 교래 자연휴양림.

오늘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

내일은 날씨가 맑아야 하는데.

남벽과 영실기암을 꼭 보게 해 주시길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