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5월 19일 화요일 (흐리고 비)
산행코스: 새수골 자연휴양림 ~ 백운봉 ~ 장군봉 ~ 가섭봉(정상) ~ 능선 길 ~ 용문사 ~ 용문산 관광단지
산행거리: 10.7km
산행시간: 9:15 ~ 17:45
등산지도:
작년 봄 백운봉에 갔을 때 가섭봉까지 뻗은 능선을 보고 그 길을 꼭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풀려고 간다.
이른 아침 전철역을 향해 가는데 길 가의 단풍나무에 이상한 것이 눈이 띄었다.
뭔가 가까이 가서 보니 단풍나무 꽃이다!
단풍나무 꽃
세상에!
단풍나무에 꽃이 피는 걸 이제야 보게 되다니.
그동안 얼마나 무심하고 무감각했었는지 알겠다.
왠지 오늘 꽃을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양평역에서 택시를 타고 새수골 용문산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휴양림 꼭대기에 있는 등산로에서부터 백운봉까지는 2.4km이다.
새수골 용문산 자연휴양림
등로 초입에 있는 금낭화가 예쁘게 인사를 한다.
금낭화
전에 왔을 때는 양평역에서부터 4km 이상을 걸어왔기 때문에 등로 초입부터 무척 힘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택시를 타고 와서 그런지 야생화 구경을 하며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초입부에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타나고, 새수골에서 백운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두리봉을 거쳐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 나온다.
두리봉은 패스.
바로 새수골을 지나 백운봉으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이 길은 5부 능선에 이를 때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약수터가 언제쯤 나오려나 궁금해지기 시작할 무렵 백년 약수터에 도착하였다.
백년 약수터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두리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5부 능선에 이르자 등로는 잠시 순해진다.
하지만 형제우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가고,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잠깐 옆으로 돌아,
또다시 올라가면,
드디어 가평의 마터호른이라는 백운봉에 도착한다.
백운봉 정상
날씨가 좋으면 조망이 끝내줬을 텐데 운무에 잠긴 산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오늘 용문산으로 오게 만들었던 그 아름다운 가섭봉까지 연결된 능선도 보이질 않는다.
아쉽지만 덕분에 시원하게 산행할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자.
백운봉을 지나서 계속 내려간다.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올라온 만큼이나 한참을 내려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내려갔으면 또 올라가야지.
헉헉대고 올라간 곳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여기가 함왕봉인가?
다시 또 급경사 내리막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능선 길이 참 편안해 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이 능선에 야생화가 참 많다.
둥굴레가 여기저기 지천이고, 미나리냉이에 산괴불주머니, 벌깨덩굴, 금낭화, 그 외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만개하였다.
덕분에 힘들지만 기분 좋게 갈 수 있었다.
둥굴레
미나리냉이
산괴불주머니
날씨가 좀 개이길 바랐지만 오히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난 이런 날씨도 좋다.
단지 추운 게 좀 문제이긴 하지만.
얇은 바람막이 겸 생활 방수되는 재킷만 가져왔더니 좀 춥다.
아니, 서서 쉬는 동안에는 꽤 많이 춥다. ㅠㅠ
추위를 피하기 위해 계속 걸어가다 보니 봉 같지도 않은 함왕봉이 나왔다.
함왕봉 정상
함왕봉은 정상석이 없이 그냥 이정표에 함왕봉이라고 쓰여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부터 장군봉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좋다.
장군봉에 이르기까지 사나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네 번이나 만난다.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 30분 정도 지나 장군봉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장군봉 정상
장군봉을 지나서부터는 너덜길도 나오고 길이 다시 험해진다.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까지 그리 멀지 않지만 좀처럼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용문산 정상 갈림길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운무 속에서 활짝 핀 철쭉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가섭봉까지는 가파른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산악회 리본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온 산님들이 저마다 자취를 남기고 싶었나 보다.
가섭봉에는 정상석이 두 개 있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고 가는 정상석.
가섭봉(용문산) 정상
그리고 맞은편 구석에 이런 정상석이 또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용문사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이제는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용문사까지 3km 정도의 길이 지금까지 온 것만큼 힘들었다.
가파르게 내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상원사 방향으로 갔다.
그 길이 능선 길이라 계곡 길보다 편하다는 말이 있어서 그리로 간 건데 그 길도 결코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온통 뿌리를 드러낸 채 땅을 움켜쥐고 삶을 지탱하는 나무를 보며 힘을 내어 내려갔다.
드디어 용문사에 도착하여 그 유명한 1,000~1,500년 되었다는 은행나무를 지나고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서 용문산 관광단지로 내려갔다.
용문산 ... 한동안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 2014년 3월 28일 용문산 백운봉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