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6월 9일 토요일 (약한 비)
산행코스: 설악산 소공원 ~ 안양암 ~ 달마봉 ~ 목우재 ~ C지구 상가
산행거리: 9.6km
산행시간: 10:45 ~ 15:20
산행트랙:
등산지도:
1년에 하루 설악국제트레킹 대회 때만 개방된다는 달마봉을 찾았다.
해가 쨍쨍하던 하늘은 홍천을 지나 설악 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설악에 도착하자 오후 늦게부터 온다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난 비올 때 산행하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ㅠㅠ
게다가 우비라고 챙겨온 것이 스패츠였다, 헐.
아, misscat, 이제 정말 맛이 갔구나.
그 반짝반짝하던 총명한 머리는 어데로 갔니?
대회 본부에서는 우비가 다 나가서 없다고 하고, 편의점에서는 1,000원짜리 우비를 4,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그나마 동이 났단다.
에효, 산행을 포기해?
근데 달마봉이 오늘 하루만 개방한다잖아.
게다가 대장님 말씀이 알바 아줌마들을 고용해서 철저하게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달마봉은 도둑 산행이 불가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통 달마봉 산행 공지가 올라오는 걸 못 봤다.
하지만 비가 오는데 어떡하냐고요!
어쨌든 B지구 주차장에 있는 대회 본부에서 참가 용지와 티셔츠, 생수, 초코파이 두 개를 받았다.
배번은요?
배번은 없단다.
비가 오기 때문에 대장님께서 소공원까지 차로 이동한다고 하셨다.
오늘은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신흥사 입장료가 무료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신흥사에서 대회 참가자들에게도 입장료를 받아 난리가 났었단다.
도대체 절에서 등산객들에게 왜 입장료를 받느냐고!
게다가 현금영수증도 발행을 안 해준다.
완전 봉이 김선달 노릇에 세금까지 떼어먹는 거 아냐?
어쨌든 매표소를 지나 탐방지원센터에 들려 우비를 파는지 물어보았다.
옆 가게에서 판단다.
그 가게에서는 3,000원이었다.
어떤 등산객이 아래 편의점에서는 4,000원에 팔더라고 하니까 주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하는 말,
"거기서 파는 건 중국산이라 그래요."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하여튼 재미있는 세상이다.
다행히 그렇게 우비를 사서 입고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안양암을 지나 흔들바위 쪽으로 올라가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비탐 코스로 들어간다.
대회 진행 요원들이 서서 대회 참가자들인지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번이나 티셔츠가 있어야지 비탐 코스로 진입할 수 있지 참가 용지만으로는 입장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째 배번이 있어야 할 거 같더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번을 못 받았으며, 비가 와서 티셔츠를 갈아입지 않고 우비를 입은 채 참가 용지만 가지고 올라왔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결국 고성이 나오고, 욕설이 오가고, 한바탕 난리를 친 다음에 통과되었다.
올해가 14회라는데, 명색이 국제대회인데 진행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어떻게 하나? ㅊㅊ
비탐 코스로 들어가면 등로가 뚜렷하다.
게다가 대피소인지 뭔지도 있다.
소나무가 울창한 아름다운 숲길인데 오늘은 대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다.
사람들 때문에 어차피 빨리 가지도 못해서 조금 가다 점심을 먹으며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끝도 없이 밀려온다.
오늘은 그냥 이 상태로 산행을 해야 할 것 같다. ㅠㅠ
사람들에게 밀려가다 보면 비구름 속에 바위 봉우리가 나온다.
저기가 달마봉인가?
바위 봉우리를 넘어가면 또 바위 봉우리가 나온다.
저기가 달마봉인가?
(습기가 차서 조리개가 다 안 열렸다.ㅠㅠ)
조금 더 가다 보니까 완전 정체 구간이 나온다.
저기가 달마봉인가?
사람들이 달마봉에서 인증 사진을 찍느라고 정체가 되는 건가?
한참을 기다린 끝에 앞으로 가보니 그냥 짧은 밧줄 구간이었다.
이쯤 되니 비에 짜증이 나고 혼잡함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비 때문에 달마봉은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달마봉 정상에는 올라가게 하지도 않는다잖아.
오늘은 그냥 걷는 걸로 만족해야겠네.
그럴 거면 비 오는데 여길 왜 오느냐고!
에이, 괜히 왔나?
혼자 구시렁대는 동안 달마봉 앞에 이르렀다.
우와, 크다!
달마봉
희뿌연 물안개 속에 나타난 둥그런 달마봉을 보는 순간 여길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지?
저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얼마나 좋을까?
진행요원들이 지키고 서서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
아쉬움에 한참 바라보다 하산하였다.
달마봉을 우회하여 목우재로 가는 길은 또다시 예쁜 숲길이다.
양 옆으로 조망이 끝내줄 텐데 오늘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도 촉촉이 젖은 숲이 짜증과 아쉬움이 섞인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목우재에서부터 옛 도로를 따라 목우재 삼거리로 내려간 후 설악교를 건너 C지구 상가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아잉, 미워라.
목우재 지킴터
목우재 삼거리
숙제가 또 하나 생겼다.
달마봉, 이걸 어떻게 푸나?
누구 도와주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