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5월 24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원북2리 ~ 원북지 ~ 남릉 ~ 희양산 ~ 지름티재 ~ 은티마을 주차장
산행거리: 7.3km
산행시간: 10:10 ~ 15:30
산행트랙:
등산지도:
많은 고민 끝에 희양산을 가기로 결단(?)을 내렸다.
2년 전 대간 산행할 때 희양산 정상은 밟아봤지만 이번에 가는 코스는 악명 높은 남릉이다.
희양산을 제대로 맛보려면 남릉을 가봐야 할 거 같아서 욕심내어 신청을 했는데 내 실력에 갈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어 대장님께 문의를 하고 수없이 검색을 해보았다.
결국 데이지체인과 잠금 비너까지 준비한 후 마음을 단단히 먹고 희양산으로 출발하였다.
엊그제 비가 온 후 날이 개어서 하늘은 너무나 맑고 등산로 입구 계곡에는 물이 콸콸 흘러내리고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앞에는 위협적인 모습의 희양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늘 저길 간단 말이지?
과연 갈 수 있을까?
무사히 하산할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원북2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맨 발로 계곡을 건넌 후 양말을 신고 계시는 가리봉 대장님 ㅎ)
커다란 바위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원북지라는 저수지가 나온다.
이게 성골 못인가?
하천에는 물이 많은데 저수지의 물은 볼품없었다.
원북지/성골 못
저수지 왼쪽으로 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초입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나무 길이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전에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다행히 바람이 불고 습도가 높지 않아 크게 더운 줄은 모르겠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저 아래 1년에 한 번 개방한다는 봉암사가 보였다.
지난 화요일 석가탄신일에 개방을 하여 수많은 산악회에서 희양산 산행 공지를 올렸더랬다.
석탄일에는 이리로 올라가도 되나?
봉암사
한동안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일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가면 드디어 암릉 구간이 나타난다.
시작부터 10m 직벽이다.
일단 겁이 나서 데이지체인을 하고 가리봉 대장님과 좋은인연 님이 위에서 끌어당기셨다.
그런데 그냥 마구잡이로 끌어당기는 바람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 올라가다 보니 더 힘들었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ㅠㅠ
줄만 잡아주시면 혼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힘차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misscat)
(위에서 보면 이렇게 아찔하다.)
위로 올라가면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원북2리와 지나온 능선
구왕봉
조망터에서 사진을 찍고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이 안 올라오는 것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혼자 올라가 보자.
계속 올라가면 T자 밧줄이 나온다.
직벽을 올라온 뒤라 그런지 이 정도는 그다지 힘들지 않게 올라갔다.
(보기보다 쉬운 슬랩 구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그다음에는 크랙 구간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할 때는 이 구간이 힘들까 봐 무척 걱정을 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어렵지 않은 크랙 구간)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가는 동안 뒤에서 몇 사람이 올라와서 같이 갔다.
바위틈 사이로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 나온다.
아마 여기가 50m 슬랩이라고 말하는 구간인 것 같다.
그런데 진짜 50m야?
그렇게 안 보이는데?
어쨌든 맨 아래 부분이 직벽인데다 바위가 미끄러워서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도 끌어엇 올려주는 걸로.
일단 아래 부분만 올라가고 나면 그다음은 밧줄을 붙잡고 올라가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제일 힘들었던 구간)
(일단 3m만 올라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괜찮다.)
위로 올라가면 또 몇 차례 밧줄 구간이 나온다.
역시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다.
정상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지만 배가 고파서 슬랩 상부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 대장님과 후미 일행이 도착하였다.
오늘 날씨가 진짜 좋고 산행도 너무 멋지다.
이렇게 내 발로 걸어서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지난 주말 아는 권사님이 돌아가셨다.
이제 예순 넷인데 특별한 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단지 몸이 너무 약하셔서 돌아가셨다.
남편이 의사에 남부러울 것 없는 분인데.
참으로 인생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오늘 하루, 삶을 허락하시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구간에도 밧줄이 몇 개 있다.
경치에 홀려 신나게 올라갔다.
(이 구간도 숏다리 misscat은 올라서기 힘들었다.)
누워있는 소나무
(구왕봉이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금줄을 넘어가면 드디어 희양산 정상이다.
2년 전이나 다름이 없다.
감회에 젖어 정상에서 쉬다가 낯익은 길을 따라 내려갔다.
희양산 정상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철쭉이 아직도 피어있었다.
바위들도, 나무들도 그대로인 듯했다.
왼쪽으로는 구왕봉이 더 낮게 보였다.
저기 올라가느라고 죽는 줄 알았는데.
(더 낮아진 구왕봉을 배경으로)
삼거리에서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길 또한 변함이 없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는 한 번 가봤던 길이라고 예전처럼 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벽을 내려가다 보니 예전에 여길 어떻게 내려갔나 스스로가 신통방통하다. ㅎ
근데 이 구간이 이렇게 길었나?
끝없이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것 같다.
비 때문에 바위가 젖어 미끄럽고 밧줄은 진흙투성이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계속해서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한숨이 나오는 내리막길)
밧줄 구간이 끝나고도 지름티재까지 한참 더 내려간다.
휴, 진짜 길다.
misscat, 이 힘든 길을 어떻게 갔니?
어깨를 토닥이며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지름티재
지름티재까지 내려가고 나면 한숨 돌리고 내려갈 수 있다.
그동안 하도 험한 길을 지나와서 나머지 구간은 일도 아니다.
성터 갈림길을 지나고, 백두대간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옛이야기를 나누며 은티마을 주차장으로 내려가 산행을 마쳤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쳐 정말 감사하다.
오늘 애써주신 가리봉 대장님과 좋은인연 님, 임병수운 님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오늘 릿지화를 신고 와서 그런지 바윗길이 그다지 겁이 나지 않고 힘도 덜 들었던 것 같다.
이참에 데이지체인도 샀겠다, 본격적으로 릿지 산행을 해볼까?
아서라, misscat.
곱게 늙자. ㅋㅋ
*2016년 4월 5일 대간 36차 희양산 구간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