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4월 21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고견사 주차장 ~ 마장재 ~ 우두산 ~ 의상봉 ~ 고견사 ~ 가정산폭포 ~ 고견사 주차장
산행거리: 6.3km
산행시간: 11:00 ~ 16:10
등산지도:
그 날 산행이 좋았는지 아닌지는 상당 부분 날씨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오늘처럼 하늘이 맑고 파랄 때는, 게다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날씨라면 산행 만족도가 무조건 90%는 넘게 된다.
고견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조금 가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마장재 방향으로 올라간다.
한동안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푹신푹신하고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 이어진다.
이후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소풍을 왔는지 한 무리의 유치원 아이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지나가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마장재까지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올라가다 보니 길 한가운데 있는 바위 위에 도시락이 하나 놓여있었다.
아마도 아까 지나간 아이 중 누군가 놓고 간 것 같다.
도시락을 잃어버리고 배가 고프지는 않을지, 도시락을 잃어버렸다고 엄마에게 혼나지는 않으려나 걱정이 되지만 도시락을 가지고 아이들을 따라 내려갈 수도 없고. ㅠㅠ
마장재에 올라서니 진달래가 지천이다.
마장재
마장재에서 오른쪽으로 2.8km 가면 비계산이다.
비계산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철쭉 군락지>라는 안내판이 있고 (위 사진에 있는 안내판) 그쪽 사면에도 진달래가 만개했다.
내 눈에는 철쭉은 어디 있는지 잘 안 보이는데 아마 이곳에 진달래뿐만 아니라 철쭉도 많은가 보다.
다시 마장재로 돌아가 우두산 정상을 향하여 갔다.
능선 길 양 옆으로도 진달래가 많이 있지만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다.
만개하면 이 길도 아름다운 진달래 길이 될 것 같다.
조금 가면 시원하게 시야가 트이며 암릉 길이 시작된다.
위험한 곳에는 밧줄이나 목책, 또는 계단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위험할 것 같다.
멀리 지나온 마장재와 진달래 군락지, 그리고 그 너머 비계산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
바위 사이를 지나면,
짧은 다리가 있고,
다시 암릉 길이 계속된다.
이런 멋진 경치를 보며 점심을 먹었다.
정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다.
허접한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믹스 커피 한 잔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거늘.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세상은 내게 집착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밑에서는 그렇게 크게 보이던 문제들도 이 위에서는 마냥 작게 보일 뿐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왜 그리 노심초사하며 붙잡고 있는 걸까?
이 세상은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고 우리는 모두 다 나그네일 뿐이니 간편하게 살자.
암릉이 끝나고 잠깐 숲길을 걸어가면 우두산 정상이다.
우두산(별유산) 정상
마장재에서 2km, 의상봉에서 600m이다.
우두산 정상을 내려가니 앞에 가조1경이라는 의상봉이 보였다.
의상봉
의상봉은 가파른 데크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계단이 221개라는데 내가 올라가며 세어본 것은 209개였다.
의상봉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의상봉 정상
(의상봉에서 본 우두산 정상과 지나온 길)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인디언 얼굴 같은 바위가 있다.
계단 끝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오른쪽으로 가도 고견사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도 고견사가 나온다.
거리는 100m 차이인데 장군봉 쪽으로 돌아서 가는 왼쪽 길을 택하였다.
그 길은 의상봉을 빙 둘러가는 길인데 의상봉 밑에는 작은 우두산 정상석이 있었다.
여기서부터 고견사까지는 너덜 내리막길이다.
내려가는 길 좌측에 좌불상이 있고, 우측에는 별유샘이 있다.
좌불상 앞이나 별유샘 앞이나 가는 곳마다 복전함이 놓여있었다.
고견사로 내려가니 고견사 석불 앞에도 복전함이 있다.
부처님이 돈을 좋아하나?
고견사
고견사 정문 앞에는 최치원이 심었다는 천 년된 은행나무가 있었다.
천 년된 은행나무
와, 어떻게 천 년씩 살지?
오랜 세월을 지나온 나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저 나무는 천 년 동안 풍진 세상을 살아오며 무얼 깨달았을까?
고견사까지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절을 찾아오는 노약자들을 위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게 신기하게도 무인으로 움직인다.
나도 한 번 타보고 싶은데...
폭포가 어디 있나 찾으며 한동안 내려가니 드디어 가정산폭포가 보였다.
폭포 앞에서는 어떤 스님이 참선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난 조용히 인증사진을 찍고. ㅎㅎ
가정산폭포
생각지도 않았던 만개한 진달래 군락지와 멋진 암릉을 만난 별유산, 그야말로 別有天地非人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