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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4.10 (제천) 비봉산(531m)

산행일시: 2015년 4월 10일 금요일 (맑음 + 미세먼지)
산행코스: 봉정사 ~ 비봉산 ~ 봉정사
산행거리: 3.6km
산행시간: 10:00 ~ 12:30
등산지도: 

 

예전에 청풍호를 지나다가 길 양 옆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

벚꽃이 만개하면 참 예쁘겠다 생각하며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오늘 또 소원 한 가지 풀게 되었네.^^

금월봉을 지나 청풍대교 쪽으로 가다 보니 벚꽃이 만발하였다.

 

아, 내가 오늘 이 모습을 보고 싶어 왔는데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맞아주다니 정말 고맙다, 고마워.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면 쪽으로 가니 현수막이며 천막이며 나무에 걸린 청사초롱이며 축제 준비를 한 모습들이 보인다.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청풍벚꽃축제 기간이라는데 사람들이 엄청 몰릴 거 같다.

이미 관광버스들이 많이 눈에 띈다.

신리에 들어서니 저 위에 비봉산 정상 전망대가 보였다.

비봉산 등산로는 6개 정도 되는데 5월 중순까지는 산불방지기간이라 봉정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만 열리고 나머지 등산로는 통제된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봉정사에서 올라가게 되었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1.3km라니 널널하게 산행해도 되겠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초반부터 급경사 오르막이다.

운동 좀 시키는데?

이제 좀 나아지려나 하면 또다시 치고 올라가고, 이제 다 올라왔나 하면 또다시 치고 올라가고, 그러길 네댓 번 반복해야 정상에 도착한다.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

 

화왕산에서 못 본 진달래를 여기서 보네.

벚꽃 볼 생각을 했지 진달래는 기대도 안 했었는데 진달래를 보게 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무 벤치가 있는 첫 번째 조망터에 도착하자 산 아래와 산 정상부가 두루 보였다.

 

청풍호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깨끗하지 못하다. ㅠㅠ

 

2% 부족하지만 약간의 부족함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자.

오늘 만개한 벚꽃도 보지 않았던가?

이후 조망터가 두 군데 정도 더 나오고 나면 정상이다.  

 

비봉산 정상

정상에서는 넓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정상석도 그 데크 위에 있었다.

야영을 금지하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비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정상 전망대에는 솟대도 있고, 망원경도 있고,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있다.

 

운 좋게 패러글라이딩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와, 멋지다! 

나도 저거 한 번 해봐야겠네.

정상 데크 아래에는 모노레일 승강장이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까지 쉽게 올라올 수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wwww.cpairpark.co.kr)

일단의 할머니들께서 <나의 살던 고향을>을 목청껏 트로트 풍으로 부르시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오고 계셨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 만은 여전히 동심인 그 모습이 왠지 짠해 보인다.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면서도 힘들게 정상까지 계단을 올라가신다.

그래도 저렇게라도 돌아다니실 수 있는 분들은 행복한 거겠지.

요즘 부쩍 느끼는 바이지만 산에 다닐 수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 혼자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복을 주신 것은 나 혼자만 행복하라는 뜻이 아닐 텐데.

대간이 끝나고, 목표했던 300개 산 등정이 끝나고, 내 체력이 좋아지게 되면 그때는 나를 보내시려나?

그러니 지금 즐길 수 있을 때 맘껏 즐겨도 되지 않을까?

 

정상에서 실컷 놀다가 하산을 하였다.

오늘은 원점 회귀 산행이니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겠지.

다행히 땅이 질지 않아 덜 미끄러웠다.

비봉산을 내려가 후 장회나루에 있는 전망이 끝내주는 음식점에서 마늘더덕정식을 먹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경치는 끝내주는데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전에 먹은 떡갈비도 그렇고, 산채정식도 그렇고, 오늘 먹은 마늘더덕정식도 그렇고.

그나마 초고추장에 비벼먹었던 송어회가 나은 거 같다.

물론 난 아무거나 잘 먹지만 그래도 맛은 평가할 줄 아니까. ㅋㅋ

오늘은 비봉산을 산행한 후 구담봉+옥순봉이나 제비봉을 가기로 계획했었는데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나니 꾀가 난다.

그래서 앞에 있는 제비봉에 올라가기로 하였다.

2년 전 봄에 제비봉에 갔었다.

얼음골에서 올라 제비봉을 찍고 장회나루로 내려가는데 숲에 막혀있던 조망이 한순간 탁 트이며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거꾸로 장회나루에서 올라갔다.

 

초반에는 가파른 흙길, 그다음에는 암릉 오르막이다.

역시나 경치가 좋다.

 

구담봉과 그 뒤로 가은산 

올라갈수록 청풍호가 더 멀리까지 보이며 빼어난 풍경을 선사한다.

가파른 바위 오르막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다.

 

이런 멋진 소나무들이 산재해있다.

 

산 아래에는 관광객들로 바글거리지만 이 위는 한적하다.

산을 독차지한 듯 인적이 없는 산에서의 적막함이 너무 좋다.

장회나루에서 제비봉까지 편도 2.3km이지만 올라가다 뒤돌아보고, 또 올라가다 뒤돌아보고,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어차피 이곳은 전망 때문에 올라왔으니 조망이 막히기 시작하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참으로 내려가기가 아쉽다.

 

창공의 저 새는 무얼 볼까?

이 아름다운 모습을 온전히 내려다보는 기분이 어떨까?

아니, 잡아먹을 벌레를 찾느라 풍경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까?

힘들게 올라가더라도 역시 내가 더 행복한 것 같다.ㅋㅋ

아쉬운 발길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때 다시 오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장회나루에서 배도 타보고 싶다.

돌아가는 길에 유독 벚꽃이 아름다운 길을 만났다.

<선암골 생태유람길>이란다.

잠시 차에서 내려 청풍호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벚꽃을 감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