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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4.03 (거제) 대금산(438m)

산행일시: 2015년 4월 3일 금요일 (약가 흐림)
산행코스: 붓골마을 ~ 임도 갈림길 ~ 대금산 ~ 시루봉 ~ 상포마을 ~ 외포항
산행거리: 5km
산행시간: 12:00 ~ 15:10
등산지도: 

 

오늘은 멀리 거제까지 간다.

거제 대금산 진달래가 유명하다는데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신청을 해놓았다.

하지만 산행 며칠 전부터 비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하나, 둘 취소자가 나온다.

이러다 산행이 취소되는 거 아냐?

빨리 취소해야 산행비를 건지기 때문에 나도 취소해야 되나 싶었지만 억수 같이 쏟아 붓는 비가 아니라면 비올 때 꽃 산행하는 맛도 남다를 거 같아 기다렸다.

수시로 일기예보를 들여다보는데, 아, 금요일 새벽에 비가 그친단다!

감사합니다!

물기를 머금은 진달래가 만개한 모습을 그리며 이른 아침 버스에 올랐다.

남녘 끝까지 달려가는 길이 멀기는 멀다.

하지만 기사님께서 열심히 달려주신 덕분에 5시간 만에 날머리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거가대교가 한 눈에 들어왔다.

 

거가대교 

2010년에 개통된 거가대교는 거제와 가덕도를 잇는 길이 8.2km의 다리로, 해상의 사장교와 해저의 침매터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다 언젠가는 모든 섬을 연육교로 다닐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산행 공지에는 명상버든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걸로 되어있는데 내려준 곳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붓골마을이었다.

그걸 보고도 대장님이 함께 계시니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길을 떠났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붓골 등산로 입구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산길로 연결된다.

 

열심히 가고 있는데 함께 가던 산우님 한 분이 GPS를 보더니 여기가 들머리가 아니란다.

오잉?

대장님은 여태 우리가 잘못 내린 것도 모르고 계시고. ㅋㅋㅋ

내가 요새 왜 이리 사람을 잘 믿는지 모르겠다.

분명 붓골마을이라는 이정표를 보았는데도 왜 의심을 안 했을까?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가야지 어쩌겠나?

게다가 우리가 후미라 앞서간 다른 산우들은 뒷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처음부터 알바를 하며 등산을 시작하였지만 그 길도 좋았다. 

다른 산행 코스는 안 가봤으니까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유순한 육산의 등로가 마음에 든다.

임도 갈림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시던 70대의 할머니께서, "이게 무슨 산이가?  이건 산도 아이다." 하신다.

허걱!!

나도 70대가 되었을 때 저런 말 하면서 산에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달래 군락지와 대금산 정상이 보였다.

 

대금산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작년부터 5년 동안 대금산 진달래 축제를 중단한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한참 물오른 진달래는 90%가량 만개하였다.

오늘 산행을 취소하고 안 오신 분들은 참 복도 없다. ㅎㅎ

이렇게 좋은데.

진달래 꽃밭에서 점심을 먹고 정상을 향하여 300m 정도 올라갔다.

진달래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 삼삼하다.

 

지면에는 노랑제비꽃이 지천을 이루고 있어 하늘을 덮고 있는 분홍 진달래와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내었다.

 

노랑제비꽃

위에서 진달래 군락지를 내려다보니 바다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멀리 거가대교와 섬들이 그림처럼 보인다.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팔각정을 지나 시루봉 방향으로 내려갔다.

 

대금산 정상

산행 후 멸치회를 먹기로 한 외포항과 점점이 떠있는 배들이 이국적으로 보였다.

 

외포항 

정상에서 우리가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갔다가 시루봉으로 갈 수도 있는데 올라온 길이 진달래 군락지라 예쁘기는 하지만 엄청 가파르고 미끄럽기 때문에 땅이 젖었을 때에는 팔각정을 지나 내려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길은 다소 완만하다.

하지만 젖은 흙은 여지없이 미끄러워 방심하다 주~~욱 미끄럼을 탔다.

땅에 부딪힌 왼쪽 새끼손가락 둘째 마디가 많이 부었고 오른쪽 정강이가 조금 쓸렸다.

그만하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하루 자고 났더니 온 몸이 욱신욱신하다.

아마 넘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힘을 많이 줬나 보다.

시루봉까지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니 지나온 진달래 군락지와 대금산 정상이 보였다.

 

(시루봉에서 본 대금산 정상부)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시루봉 아래도 진달래 군락지이지만 급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어 내려가 구경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시루봉에서 상포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계속 급경사 내리막이다.

이미 발을 삐끗하고 또 미끄러지기까지 한 나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을 하여 조심조심 내려갔다.

덥다, 더워. ㅠㅠ

상포마을로 내려가니 대금산 진달래축제 표지판이 있었다.

 

축제가 열리지 않는 5년 내내 이렇게 서있을 모양이다.

상포마을에서 외포항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는 갖가지 꽃이 만발하였다.

유채꽃, 동백꽃, 목련꽃, 배꽃, 복사꽃.

오늘 꽃구경 실컷 하는 날이다.

외포항에 도착하니 청동 대구가 맞아준다.

바로 어제 <6시 내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에 외포항이 소개되었단다.

 

외포항 

평화로운 남녘 항구에서 봄철 진미라는 멸치회를 맛나게 먹었다.

눈과 입이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