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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7.10.30 북한산 로봇바위~잉어슬랩~웨딩슬랩

산행일시: 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맑음)
산행코스: 이북오도청 ~ 금선사 ~ 입술바위 ~ 로봇바위 ~ 잉어슬랩 ~ 웨딩슬랩 ~ 진관 공원지킴터
산행거리: 4.6km
산행시간: 11:20 ~ 16:20
산행트랙:

북한산 비봉 20171030.gpx
0.02MB

등산지도:

 

지난주 산행을 마치고 태허 대장님께서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난 북한산 비봉도 아직 못 가봤다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올려주시겠단다.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일등으로 신청을 하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옷을 꺼내 입고 불광역으로 갔다.

불광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북오도청 앞으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북오도청

왼쪽 길로 조금 올라가면 금선사가 나오고 그 앞에 비봉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비봉 탐방지원센터

금선사 주차장에서 준비 체조를 하고 비봉을 향하여 올라갔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목정굴 이정표가 나온다.

재미있는 설화가 얽혀있는 관음기도 성지라는데 다음에 혼자 와서 가봐야겠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금선사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5m 정도 간 지점에서 목책을 넘었다.

(아, 나 정말 이러기 싫은데. ㅠㅠ)

 

비봉까지 정규탐방로가 있을 텐데 왜 이리로 가시나?

오솔길을 따라가다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암릉 구간이 시작되며 입술바위가 나온다.

어, 여기에도 입술바위가 있네?

도선사 쪽에도 입술바위가 있었는데.

도선사 쪽 입술바위가 더 예쁘게 생겼다.

 

 입술바위

도선사 쪽 입술바위

입술바위 아래에서 조망을 즐기며 점심을 먹었다.

걱정했던 것만큼 날씨도 춥지 않고 산행하기 딱 좋을 정도인 데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라 오늘도 멋진 산행이 될 것 같았다.

 

구기동 방향

문수봉

대장님께서 고생스럽게 이쪽으로 데리고 오신 이유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암릉을 올랐다가 가파른 산허리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좁은 바위틈을 지나기도 하면서 로봇바위를 향해 갔다.

 

              지나온 봉우리

로봇바위 역시 가까이에서는 전혀 로봇처럼 보이지 않는다.

단지 거대한 암벽일 뿐이다.

그런데 저길 올라가야 한단다.

대장님께서 저벅저벅 걸어 올라가시더니 자일을 내려주셨다. (완전 멋짐!)

그런데 남자고 여자고 다들 자일을 붙잡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 올라간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혹시나 나도 가능할까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이다.

결국 난 자일을 붙잡고 낑낑대며 올라가는 걸로. ㅠㅠ

아이고, 팔 아파.

 

                로봇바위

로봇바위에 올라가니 바람이 많이 불어 겁이 났지만 경치가 좋아 내려가기가 싫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몇 번을 쉬어가며 내려갔다.

 

                 로봇바위 위에서 바라본 비봉

                  월드컵 님이 찍어 준 멋진 사진

그런데 사실 로봇바위는 잉어슬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힘들어도 자일만 잘 붙잡고 올라가면 되니까.

로봇바위에서 왼쪽 비봉 밑으로 가면 잉어슬랩이 나온다.

자일을 내려주긴 했지만 자일이 내려진 곳이 경사가 심해 모두들 오르기 편한 곳으로 자일을 안 잡고 릿지를 하며 올라갔다.

아이고, 난 그런 거 못한다구요. ㅠㅠ

발가락으로 딛고 무릎을 쭉 펴라는데 종아리 근육 찢어지는 줄 알았다.

경황이 없어 스틱을 접지도 못한 채 벌벌 떨며 올라가는 도중 오늘의 수호천사를 만났다.

열 남자 안 부러운 보나 님이다.

내 스틱을 받아 든 채 미끄러질까 봐 옆에서 잡아주기도 하고 뒤에서 내 발을 확보해주기도 하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격려해가며 올라가는 모습이 왜 이리 멋진지.

오늘 산행 중 어려운 구간마다 나를 도와주셨는데 정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보나 님, 나의 heroine이에요!!

힘들게 잉어슬랩을 올라가니 방금 전에 낑낑대며 올라갔던 로봇바위가 보였다.

로보트 태권 V의 모습이라나?

 

                 잉어슬랩(잉어바위 아래에 있어서 잉어슬랩이다.)

                로봇바위

                당겨본 로봇바위

잉어슬랩을 올라간 후 다시 한 번 짧지만 임팩트 강한 암릉 구간을 통과하면 비봉 아래에 도착한다.

 

비봉 아래에 있는 코뿔소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였다.

정상에 모조 진흥왕 순수비가 있어 비봉이라고 한다.

(진짜 진흥왕 순수비는 국립박물관에 옮겨놓았단다.) 

그런데 오늘은 비봉 정상에는 안 올라간단다.

역시 다음에 개인적으로 와야겠군.

 

                  비봉

                  비봉에서 바라본 응봉능선과 그 뒤로 의상능선, 맨 뒤의 백운대

                  코뿔소바위

비봉을 내려가 진관 공원지킴터 쪽으로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목책을 넘어갔다.

 

                  관봉

요리조리 가다 보면 웨딩슬랩 위에 도착한다.

                웨딩슬랩

                웨딩슬랩 위에서 바라본 비봉

드디어 웨딩슬랩을 내려간다.

일렬로 줄을 지어 내려가는데 자일을 꽉 잡지 말고 손에 걸치기만 한 채 걸어 내려오라고 하신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줬더니 허벅지 근육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자일을 잡고 내려가는데 혹시 자일이 끊어지면 어쩌나?

자일을 걸어둔 바위가 부서지면 어쩌나?

자일이 풀려버리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을 하며 내려갔다.

그런데 그 무서운 곳을 역시나 밧줄도 안 잡고 저벅저벅 걸어내려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웨딩슬랩

바위는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수월한데 왜 이곳을 하산 코스로 잡으셨느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재미있다나?

헐!!!

다리 힘이 다 풀린 채 진관사를 거쳐 진관 공원지킴터로 내려갔다.

 

                   진관사

오늘 또 하나 wishlist가 지워졌다.

나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을 여러 분들이 도와주셔서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산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난 목요일 제코 님이 설악산에서 암벽 산행 중 자일에 매달린 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몇 번 같이 산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후미에서 사진도 잘 찍어주시고 후기도 재미있게 쓰시는 분이었는데.

심장에 지병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산행을 그렇게 잘하던 분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하니 믿기질 않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름에는 남설악 님이 돌아가시더니 가을에는 제코 님이 돌아가시고.

누구든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할 텐데 하나님이 언제 부르시건 후회 없이 갈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더 사랑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 제코(태종) 님과 함께 했던 상장능선 산행기 http://blog.daum.net/jecotj/12803987

북한산 비봉 20171030.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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