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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7.07.22 (삼척) 용인등봉(1,124m) ~ 문지골

산행일시: 2017년 7월 22일 토요일 (흐리고 간간이 약한 비)
산행코스: 석개재 ~ 북도봉 ~ 용인등봉 ~ 문지골 ~ 덕풍산장
산행거리: 14.4km
산행시간: 11:30 ~ 19:15
산행트랙:

용인등봉, 문지골 20170722.gpx
0.24MB

등산지도:

 

오랜만에 제대로 장마 같은 장마다.

비가 오는 건 좋은데 이번엔 또 물난리가 나서 고생이고.

어떻게 중간쯤 안 되나?

어쨌거나 이런 때에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계곡 트레킹이 최고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용인등봉 ~ 문지골이다.

결론적으로 멋모르고 한 선택이지만.

휴가철이라 그런지 길이 막혀서 11시가 넘어 석개재에 도착하였다.

 

석개재

석개재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봉화의 경계로 낙동정맥을 잇는 고개이다.

돌탑과 정자, 화장실이 있어 정맥 길에 지친 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다.

 

용인등봉으로 가려면 이정표 오른쪽에 있는 산길로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대장님께서는 편하게 임도를 따라가다가 올라간다고 하셨다.

에이, 그냥 산길로 가지.

 

임도 양 옆으로는 동자꽃, 개망초, 노루오줌, 개당귀 꽃이 피어있었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난 듯 반가웠다.

산딸기를 따 먹으며 살방 살방 걸어갔다.

 

동자꽃

개망초

노루오줌

개당귀

                 산딸기

석개재에서 1.5km 정도 가면 정자가 나온다.

정자 오른쪽에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이제 능선으로 올라가려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헐, 산행한 지 30분도 안되었는데.

비가 올까 봐 비 안 올 때 점심을 먹는다는데 그건 좋지만 너~무나 오래 먹는다.

동호회 산악회는 이게 문제다.

아니,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오늘 같은 산행에서는 문제가 된다.

세월아, 네월아 식사를 한 후 다시 임도를 따라 걸어갔다.

잠깐 아스팔트길도 나온다.

길가에는 노루오줌과 동자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었다.

 

                 동자꽃

텅 빈 자생식물관리안내소를 지나 석개재에서 3.5km 정도 되는 지점에서 능선으로 올라섰다.

임도는 계속 이어지지만 이후로는 임도와 능선이 멀어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능선으로 진입하여야 한다.

아무런 표식이 없기 때문에 지도를 보고 가다 올라서는 수밖에 없다.

 

10~20m 정도 가파르게 올라서면 능선에 이른다.

하지만 능선이라고 좋아할 건 없다.

산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북도봉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좁은 오솔길이 분명히 있는데 잡풀이 우거져 등로가 잘 보이질 않았다.

풀을 헤치며 나아간다.

대장님께서 이런 사정을 미리 아셨던 걸까?

석개재에서부터 산길로 왔으면 잡풀 때문에 고생 좀 했을 것 같다.

 

북도봉까지 1km 정도 계속 올라가는 길에는 동자꽃 군락지도 나오고, 일월비비추와 광릉갈퀴, 도라지모시대, 병조희풀 꽃도 피어있었다.

 

                 일월비비추

                 광릉갈퀴

                 도라지모싯대

                 병조회풀

                 복도봉 정상

북도봉에서 등로는 왼쪽으로 꺾여 내려간다.

직진하는 길도 보이지만 왼쪽에 리본이 많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는 큰제비꼬깔과 송장풀, 짚신나물 꽃들이 피어있었다.

 

                큰제비꼬깔

                  송장풀

                  짚신나물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가면 묘봉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묘봉이고, 왼쪽으로 가면 용인등봉을 거쳐 문지골로 가게 된다. 

<실종조난사고 다발구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안내문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길에서 무슨 실종조난사고가 나겠어?

하지만 그건 여기가 아니라 저 아래 문지골 이야기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왼쪽 덕풍계곡 쪽으로 간다.

 

                안부

                묘봉-용인등봉 갈림길

잠깐 내려갔다 올라가면 용인등봉에 도착한다.

북도봉도 그렇고 용인등봉도 그렇고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이 없다.

그나마 용인등봉에서는 나무 사이로 조금 조망이 트이기는 하였다.

그런데 저 산이 응봉산인가?

 

                 용인등봉 정상

용인등봉에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에는 참취와 작년 대간 산행 때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던 끔찍한 기억의 미역줄나무가 우거져있었다.

 

                  참취

                미역줄나무

고도는 낮아지는데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지 주위가 희뿌옇게 보였다.

산죽 길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문지골/삿갓재 갈림길에 도착한다.

 

                문지골/삿갓재 갈림길

오른쪽으로는 낙동정맥 길이 이어지며 삿갓재로 가게 된다.

문지골은 왼쪽으로 간다.

꼬리진달래가 피어있는 길은 조만간 무지막지한 내리막으로 연결된다.

가파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으로 길이 안 좋다. 

 

                 꼬리진달래

4시가 다 되어 문지골에 도착하였다.

5시에 하산하라면서 어떻게 한 시간 만에 내려가?

어째 너무 여유롭게 간다 했더니. ㅠㅠ

조금 가다 후미 기다리고, 조금 가다 후미 기다리고, 인원 체크한다고 몇 번씩 번호 매기고.

챙겨주는 건 좋은데 그래도 시간 봐가면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뭐, 동호회 산악회는 시간 되었다고 버스 가버리는 일은 없으니까 알아서 하겠지.

용인등봉에서 내려가면 6폭포에서부터 1폭포로 가게 된다.

지난주에 갔던 물굽이계곡과는 차원이 다르다.

몇 군데 밧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오지 느낌 그대로였다.

이끼가 낀 바위들이 상당히 미끄러웠으며 심각하게 위험한 구간이 3군데 정도 있었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어 어느 것이 어느 폭포인지 잘 모르겠다.

 

                 6폭포 상단

                  6폭포

              (바위가 상당히 미끄러워 밧줄이 있어도 매우 위험하였다.)

              (다슬기도 많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주 힘든 밧줄 구간이 있었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3시간 20분 만에 용소골과의 합류 지점에 도착하였다.

2시간이면 내려올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빨리 내려올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고, 준비도 제대로 안 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 오려면 적어도 자일은 하나 준비해왔어야 하는 것 같은데...

 

                 용소골

내 산행 실력이 그렇게 안 되는데 주제 파악을 못하고 갔다가 바위에 부딪히고, 미끄러지고, 땅벌에 쏘이고, 3종 세트를 획득한 날이었다.

5km 정도 문지골을 트레킹 한 결과는 찬란하였다.

바위를 기어 올라가다 부딪혀서 정강이에 주먹만 한 혹이 났고, 앉아서 쉬다가 땅벌에 10군데 이상을 쏘였다.

마지막으로는 바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배낭이 충격을 흡수해주었고 순간적으로 머리를 들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뇌진탕 날 뻔하였다.

그런데 머리를 들면서 목에 무리가 갔는지 목이 뻐근하고 아프다. ㅠㅠ
덕풍산장에서 후미가 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트럭을 타고 덕풍계곡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8시가 넘었다.

그 와중에 어차피 늦은 거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한다. ㅠㅠ

나 혼자 반대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이 시간에는 휴게소도 다 문을 닫았을 것 같긴 하다.

식당도 이미 문을 닫을 시간이라 여기저기 전화를 한 끝에 간신히 예약을 하고 태백에 있는 닭갈비 식당에서 서둘러 저녁을 먹었다.

사당에 도착하니 1시였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ㅠㅠ

전철은 이미 끊어졌고, 버스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버스는 아직 운행 중이었다.

무서워서 덜덜 떨며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용소골은 문지골보다 더 험하다는데 나는 절대 못 갈 것 같다. ㅠㅠ


자고 일어났더니 벌에 쏘인 곳이 탱탱하게 부어 살이 터질 것 같다. 

가렵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주말이라 병원도 못 가는데 어쩌나.

월요일에도 산행이 있어 병원을 못 가는데. ㅠㅠ

처음에 물렸을 때는 이랬던 다리가

 

 이틀 지나니 이렇게 되었다.

 

침을 뽑은 곳은 살짝 부었는데 침을 뽑지 못한 부분들은 독이 들어가서 그런지 엄청나게 붓고 가렵다.

엉덩이와 팔은 살이 부어오르다 못해 터졌는지 진물이 나고 말할 수도 없이 끔찍하다.

하지만 공짜로 봉침 맞았으니 누구 말대로 오래 살겠네.

울 할아버지도 벌침 맞고 99세까지 사셨다는데. ㅎㅎ

용인등봉, 문지골 20170722.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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