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3월 21일 화요일 (맑지만 미세먼지 많음)
산행코스: 대석마을 주차장 ~ 홍룡사 ~ 화엄벌 ~ 원효봉(정상) ~ 원효암 ~ 대석마을 주차장
산행거리: 9.7km
산행시간: 11:45 ~ 15:45
산행트랙:
등산지도:
100대 명산 중 아직 못 가본 산이 부산의 금정산과 양산의 천성산인데, 오늘 그중 천성산을 찾았다.
천성산은 재미있는 설화와 연관되어있다.
신라 시대 선정에 들어있던 원효대사가 벌떡 일어나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더니 부엌의 문짝을 떼어내어 몇 글자 적고서 온 힘을 다하여 날렸다고 한다.
한편 그 시간 중국의 태화사에서는 스님과 신도 천여 명이 법당에 모여 법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널빤지 하나가 경내를 몇 바퀴 선회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마당에 털썩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스님과 신도들이 뛰어나와 널빤지 주위로 몰려들었다.
바로 그때 절 뒤의 큰 바위가 굴러 떨어져 법당이 폭삭 주저앉아 버렸단다.
간발의 차이로 죽음에서 벗어난 스님과 신도들은 원효대사가 널빤지를 던져 법당 안에 있던 자신들을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해 1천 명의 스님들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되겠다고 신라로 건너왔고, 그들에게 원효대사가 화엄벌에서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天聖山이 되었다는.
한편 원효대사가 설법을 했던 화엄벌 인근의 922.2m봉은 원효대사의 정기가 서려 있는 산이라 하여 원효산이라 불렀단다.
그런데 양산시에서는 원효산과 천성산을 통합하여 원효산을 천성산 주봉인 원효봉으로 삼고 천성산을 천성산 제2봉으로 변경하였다.
그냥 놔두지, 왜 산을 통합하고 그러나.
행정 구역이야 편의에 의해서 통합한다고 하지만 산까지 통합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은 원효봉만 가기로 한다.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대석마을 주차장에는 종 모양의 예쁜 화장실이 있었다.
가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먼저 원효암으로 올랐다가 홍룡사로 내려오는 것이 수월할 것 같다고 하여 혼자 거꾸로 산행을 해볼 생각이었으나 오랜만에 만난 가을국화 대장님과 같이 산행하기로 하였다.
주차장 맞은편으로 가면 홍룡사가 나온다.
홍룡사로 가는 길 초입에는 편백나무 숲이 있었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주차장에서 홍룡사까지 가는 등산로가 있는 걸로 아는데 무심코 가다 보니 모두 도로를 따라 올라가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700m 정도 가면 홍룡사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반야교가 나오고 그 위쪽으로 홍룡폭포가 있다.
홍룡폭포
가물어 폭포에 물이 있기나 할까 했는데 그런대로 봐줄 만하였다.
폭포를 구경하고 홍룡사를 가로질러 왼쪽으로 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홍룡사
주차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이리로 오게 되나 보다.
넓은 등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진달래며 생강나무 꽃이 피어있었다.
등로는 어느 샌가 가팔라지더니 화엄벌까지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다.
오늘도 후미는 내가 맡는다.
아침에 빵 하나 먹은 후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나서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허기가 져서 허리가 꼬부라지는데 그래도 화엄벌까지 가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를 쓰고 올라갔다.
사실 난 밥도 안 싸왔으니까 밥을 먹으려면 죽으나 사나 가을국화 대장님을 따라가야 하지만 말이다.
힘들게 올라가는 등로 오른쪽으로는 원효봉이 보였다.
몇 번을 쉬어가며 드디어 화엄벌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가을국화 대장님이 싸오신 유기농 쌈 채소와 대추고추장으로 맛나게 점심을 먹었더니 살 것 같았다.
다시 기운을 차려 길을 떠났다.
황금빛 억새가 피었을 때 오면 더 좋겠지만 지금도 볼만하다.
아마 하얀 눈이 덮인 겨울에 와도 괜찮을 것 같다.
가을이나 겨울에 꼭 와보고 싶다.
화엄늪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부터 원효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가 원효봉 직전에서 가팔라진다.
이 화엄늪 일대가 예전에 지뢰를 매설했던 지역이라 양쪽으로 철조망을 쳐놓았다.
이 높은 곳에까지 올라와 전쟁을 했나 보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
그동안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해야겠다.
펜스를 친 길을 힘들게 올라 원효봉에 도착하였다.
원효봉(천성산) 정상
원효봉에서 바라본 화엄늪
원효봉을 내려가면 등로는 왼쪽으로 휘면서 임도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은수고개 방향에 있는 전망대와 임도 삼거리
직진하면 은수고개를 지나 천성산 제2봉으로 가게 된다.
우리는 오른쪽 임도를 따라 원효암으로 내려간다.
원효암까지는 700m이다.
아스팔트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아치형 다리와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천성산 제2봉으로 간다고 하는 걸 보면 은수고개 쪽 전망대에서 이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는 것 같다.
은수고개 쪽 전망대
그런데 이곳 이정표에는 원효암까지 800m라고 쓰여 있네.
어째 거리가 더 늘었나?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중간에 임도 옆 등산로로 내려가면 또다시 임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원효암이 나온다.
원효암은 원효대사가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절이다.
법당 뒤에는 원효대사가 올려놓았다는 신장바위가 있다.
원효암을 떠나면서 원효대사는 제자들에게 "저 바위가 떨어지면 내가 열반한 것으로 알라"고 유언하였다고 한다.
원효암과 신장바위(오른쪽)
법당 오른쪽 바위에는 마애아미타삼존불입상이 새겨져 있다.
마애아미타삼존불입상
원효대사가 기도하던 굴이라는 법당 뒤 산신각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이 있다.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들어가지 말라고 해서 문간에서 사진기만 들이밀고 사진을 찍었더니 비뚤어지게 찍혔다.
석조약사여래좌상
원효암 오른쪽에 있는 108계단을 올라가면 사자봉바위에 천광약사여래불이 있다.
이것은 1991년 7월 20일 오후 8시쯤 비가 오지 않는 가운데 2시간 동안 계속된 천둥과 번개에 의해 사자봉바위가 부처님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조성됐다고 하는 내력을 가지고 있다.
108계단을 올라가기도 싫고, 여래불도 지금은 많이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skip.
원효암 왼쪽에 홍룡사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가을국화 대장님께서 그 길로 내려가셔서 나도 따라가다 편백나무 숲을 보고 싶어 원래 코스대로 가기로 하고 되돌아 나왔다.
하산 길은 원효암 입구에 있다.
홍룡사 주차장 쪽으로 내려간다.
계속해서 내리막이다.
한참 내려가니 길옆에 현호색 군락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현호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꽃, 양지꽃, 남산제비꽃도 있었다.
현호색과 개별꽃
양지꽃
남산제비꽃
매년 보는 꽃들인데도 항상 처음 보는 꽃같이 신기하고 예쁘다.
앞으로 한동안은 야생화 보는 재미에 산을 다니게 생겼다.
해발 415m 이정목이 있는 곳에서부터는 편백나무 숲이 시작된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 사이를 걸어가는 기분을 아실랑가?
홍룡사 쪽 등산로보다 이 쪽이 더 따뜻한지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도 더 많이 피어있었다.
기분 좋게 내려가는데 위에서 뭔가 떨어진다.
무슨 열매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이런 우박이네!
갑자기 웬 우박?
점점 세차게 쏟아지는 우박을 맞으며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가을이나 겨울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천성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