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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7.02.28 북한산 상장능선

산행일시: 2017년 2월 28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사기막골 입구 ~ 상장봉 ~ 왕관봉 ~ 신검사 ~ 육모정 공원지킴터
산행거리: 6.6km
산행시간: 11:10 ~ 16:55
산행트랙:

북한산 상장능선__20170228.gpx
0.11MB

등산지도:

 

지난달에 상장능선을 갔다가 우회하며 바라본 암봉들이 너무 멋있어 저기를 꼭 올라가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는데 뜻밖에 빨리 그 기회가 왔다.

블로그를 많이 검색해봤더니 봉우리 하나만 좀 힘들다고 한다.

자일을 내려준다니까 올라갈 수 있겠지.

대장님도 걱정 말고 오라고 하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사기막골 입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였다.

사기막골로 들어가다 보면 왼쪽에 사기막교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교현 우이령길 입구까지가 북한산 둘레길 중 12구간인 <충의길>이다.

 

사기막교

다리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 출렁다리를 건너 계속 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그리고 전망대 바로 아래에서 금줄을 넘어간다.

항상 이럴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걸 어쩌랴. ㅠㅠ

무조건 금지하지 말고 가능한 곳들은 제발 예약 탐방제를 운영했으면 좋겠다.

쉴 틈 없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아는 사람만 아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상장능선 전체가 보이며 북한산 주 능선도 장쾌하게 보인다.

 

상장능선

왼쪽부터 영봉, 인수봉, 백운대

전에는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상장봉을 우회하여 3봉까지 갔었는데 오늘은 곧장 치고 올라간다.

드디어 그토록 가고 싶던 봉우리에 간다는 생각에 온 몸이 짜릿하다.

드디어 눈앞에 1봉인 상장봉이 보였다.

 

상장봉

벌써 바위를 올라가고 있는 선두팀이 보였다.

 

아니, 그런데 정면으로 바로 올라가네?

내가 본 블로그에서는 오른쪽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우회하여 뒤편에서 올라가던데.

그렇게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해 보이던데.

정면에서는 도저히 길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올라가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너무나 아슬아슬하여 심장이 쿵쾅거렸다.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보고 있으려니 오금이 저려서 도저히 계속해서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상장봉 올라간 길

'난 우회하겠다고 말해야지.' 굳은 결심을 하고 봉우리 앞까지 갔다.

올라가는 산우들을 보니 더 떨렸다.

 

"대장님, 전 우회할래요."

알았다며 잠깐 기다리란다.

그래서 난 다른 사람들을 올려 보낸 후 나를 데리고 우회 길로 가실 줄 알았다.

그런데 내 허리에 데이지체인을 묶고는 자일에 연결하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올라가 보느냐고 일단 올라가 보라고 한다.

올라가 봐?

순간 올라가 보고 싶다는 열망과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교차하며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열망 승!

하여튼 나라는 여자도 못 말린다.

기도를 하고 올라갔다.

발끝에 힘을 주고 밧줄을 잡아당기라는데 힘이 있어야지요. ㅠㅠ

떨리니까 엉거주춤 다리도 못 펴고 힘도 못 주겠다.

이때부터 시작하여 오늘의 VIP 대접이 시작되었다.

네댓 명이 달라붙어 밀어주고 끌어주며 밀착 경호를 받은 끝에 간신히 올라갔다.

올라가서 진정을 한 후 올라온 길을 찍으려고 했는데 수직 절벽이라 어디로 올라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수직 암벽을 올라오시는 하얀돌 대장님)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사진 찍을 땐 웃어주는 센스를.

 

                상장봉 정상에서 인증샷

                오봉과 도봉산 주봉들

또다시 밧줄에 묶여 하강.

 

이게 사진으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리 무섭다냐?

내가 보았던 블로그들에서는 여기까지 우회하여 온 후 이곳에서 정상으로 올라갔다.

상단 부분 올라가는 게 좀 힘들지만 거리가 짧기 때문에 정면에서 올라가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 같다.

1봉을 내려간 후 2봉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위에서 배낭을 붙잡아주고 아래에서 발을 붙잡아줘서 내려갔다. ㅠㅠ)

2봉은 1봉보다는 수월하지만 역시 난 밧줄 없으면 안 돼. ㅠㅠ

 

2봉 정상

2봉에서 바라본 상장봉

2봉에서 바라본 3봉

2봉에서 바라본 도봉산

일행 중 셰프가 있어 2봉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었다.

역시 밧줄을 잡고 2봉을 내려가서 <털 빠진 오리> 목을 넘어갔다.

 

                2봉 하산길

                털 빠진 오리

내려가는 길 끝까지 조심해야 한다.

 

                 (내가 미끄러질까 봐 뒤에서 배낭을 붙잡고 내려가시는 산우님)

2봉을 지나고 나면 뜀바위가 나오는데 거기를 뛰어넘지 못해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세 사람이 도와준 끝에 간신히 뛰어넘었다.

 

3봉은 어떻게 올라갔다가 어떻게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정말 수직 암벽 사이를 올라갔다 내려가는데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고.

오늘 대장님들이 여럿 오셨는데 내가 힘을 못쓰는 것을 간파한 대장님들께서 데이지체인에 승강기와 하강기를 걸어 안심하고 오르내릴 수 있게 해 주셨다.

물론 도와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절대 못 올라갔을 테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 힘으로 올라가고 내려가야 하니까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기를 쓰고 올라갔다.

너무 힘들고 무서워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내려가서 생각하니까 좀 억울하다.

나로서는 다시는 못 가볼 곳인데. ㅠㅠ

다행히 다른 분들이 찍은 사진이 있어 그 역사적인 순간들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ㅎㅎ
 

                 3봉 올라간 길

                3봉 올라가는 모습

                3봉 내려가는 모습

4봉에 올라 지나온 봉우리들을 보았다.

 

                 4봉에서 본 지나온 능선

4봉부터는 쉽게 오를 수 있다.
산객에 따라서는 372봉을 1봉으로 치기도 하고 상장봉과 2봉을 묶어 하나의 봉우리로 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가 저기 올라갔다 왔단 말이지?

갑자기 기운이 나는 것 같아 발걸음이 빨라졌다.

4봉을 내려간 후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왕관봉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왕관봉

전망대 옆 바위에서 이러고 사진 찍는 사람들도 있다.

난 절대로 못한다. ㅠㅠ

죽여도 못해!

도대체 뭘 먹었기에 저렇게 강심장일까?

그런데 왕관봉은 어디로 올라가려나?

역시 뒤편으로 돌아가서 올라가면 수월하다는데 우리의 무적함대는 정면으로 올라갔다.

 

                 왕관봉 올라가는 길

너무 무서워서 바위에 꼭 붙어있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특히 마지막 꼭대기를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무서웠다.

도대체 왜 이런 곳을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ㅜㅜ

 

                  왕관봉 정상

                  (왕관봉에 올라가서 떡실신한 misscat)

                지나온 능선

왕관봉 정상에는 코뿔소바위라고도 하고 코끼리바위라고도 하는 바위가 있다.

 

                  코뿔소바위/코끼리바위

왕관봉을 내려가서 계속 가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육모정고개를 지나 영봉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가면 신검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육모정고개까지 가서 용덕사로 내려가기로 했었는데 혹시나 지킴이들이 있을까 싶어 이곳에서 내려가기로 하였다.

가파르게 내려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대장님께서 바위를 건너가신다.

다시 돌아올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낑낑대며 이 사람, 저 사람 도움을 받아 힘들게 바위를 건너갔다.

전망은 좋았다.

 

                   (이 바위는 뭔 바위일까?)

                  왕관봉

                도봉산

그런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아까 내가 봤던 오른쪽 길이 하산 길이었다.

그런데 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럼 안 왔을 거 아니냐고 하신다, 헐.

다시 돌아가 하산하는 길은 험하다.

두 군데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이제는 제법 자세가 나오는지 폼이 좋다고들 한다. ㅋㅋ

마당바위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오늘은 휴식 시간이 산행 시간과 비슷하다.

 

                 마당바위

(10시 방향으로 복주머니 같은 바위가 보인다.)

다시 가파르게 내려간 후 두 군데 정도 릿지 구간을 지나고 금줄을 넘어 신검사로 내려갔다.

 

이후 육모정 공원지킴터로 가서 산행을 마쳤다.

(육모정 공원지킴터에서 우이동 버스 정류장까지는 2km 정도 더 가야 한다.) 

지금까지 산행했던 것 중에서 오늘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아니, 제일 무서웠다.

그래도 내가 대간 산행한 여자인데 여기선 무용지물이었다.

그 무섭고 힘들던 조령산 구간도, 대야산 구간도, 밤티재에서 문장대 구간도 오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오지 못했을 것 같은데 여러 산우님들 덕분에 절대 잊지 못할 산행을 하였다.

근데 다음에 오면 좀 덜 무서울라나?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ㅋㅋㅋ


* 함산했던 제코(태종)님 후기  http://blog.daum.net/jecotj/12803987

 

* 2017.01.12 북한산 상장능선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313

 

2017.01.12 북한산 상장능선

산행일시: 2017년 1월 12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사기막골 입구 ~ 상장능선 ~ 신검사 ~ 육모정 공원지킴터 산행거리: 6.8km 산행시간: 11:35 ~ 16:30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은 충주 대미산을 가는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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