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7년 2월 12일 일요일 (맑음)
장소: 구이린/계림(桂林, Guilin)
오늘은 귀국하는 비행기가 밤 12시 20분에 있기 때문에 일정이 여유 있다고 하여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10시 30분에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세외도원으로 갔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화창하다.
완전 봄 날씨다.
진즉에 이렇게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지만 그동안 비가 안 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세외도원(世外桃源 Shiwai Taoyuan)은 고대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이자 시인이었던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묘사된 정경을 이상 속의 세계로 여기며 이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곳에는 봄이면 연분홍색 도화와 더불어 노란색 유채화, 하얀색 여채화, 자홍색 홍화초가 만발한다고 한다.
지금은 2월이지만 벌써 도화와 유채화가 피어있었다.
배를 타고 호수를 돌며 마을을 구경하였다.
뭐, 딱히 이상향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눈이 너무 높아져서 그런가?
(이건 가짜 꽃임)
점심을 먹고 구이린 시내 동북쪽에 위치해 있는 푸보샨/복파산(伏波山 Fuboshan)으로 갔다.
푸보샨은 당나라 때 푸보 장군의 묘가 세워진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정상까지 돌계단이 놓여 있었다.
정상에 올라가면 구이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푸보샨/복파 산(伏波山 Fuboshan)
푸보샨에는 구경할 것들이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은데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냥 정상만 구경하고 내려갔다.
산 밑에는 동굴도 있었는데 자연 동굴이 아니라 인공 동굴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푸보샨 옆에 있는 데차이샨/첩채산(疊彩山 Diecaishan)으로 갔다.
데차이샨이라는 이름은 암석이 층층이 겹쳐 있는 모습이 마치 색깔 있는 비단을 포개 놓은 것과 같다는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혹은 "데차이"가 절개를 의미한다는데 이 지역 충신이었던 두 인물을 기리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도 한다.
역시 정상까지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데차이샨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풍동(風洞)>이라 불리는 호리병같이 생긴 동굴이다.
동굴 앞에 쓰여 있는 글씨는 중국의 유명한 명필가가 쓴 글씨라고 한다.
이 동굴은 양쪽에 입구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바람이 지나가서 <풍동(風洞)>이라 한단다.
동굴 안에는 당과 송대에 조각된 부처상이 90개나 있었다.
데차이샨을 내려간 다음 유샨/우산(虞山 Yushan) 공원으로 갔다.
당(唐)나라 때 이곳에 우제(虞帝)라 칭하기도 하는 순 임금의 사당이 세워지면서 유샨/우산(舜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있었다.
공원에는 우 임금과 왕비의 체형 본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컸다.
우 임금의 키가 적어도 190cm는 넘는 것 같았다.
(왼쪽이 우임금, 오른쪽이 우 왕비의 체형 본)
그다음 <Mirage Guilin(山水間)>이라는 쇼를 보러 갔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서커스를 하는 것인데 멋있지만 저런 공연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게 연습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힘들게 연습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걸 볼 때마다 그냥 즐길 수가 없다.
얼마나 힘든 과정을 지나왔는지 알기 때문에 한편으론 불쌍하게 느껴진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밖에 되지 않았을 것 같은 남자아이들이 힘들고 위험한 서커스를 하는 것을 보니 더욱 마음이 짠하였다.
커다란 새장 같은 곳 안에서 다섯 대의 오토바이가 펼치는 공연은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보는 내내 오금이 저렸다.
제발 그런 위험한 공연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연을 본 후 중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였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다양한 채소 요리를 많이 내와 그나마 먹을 만하였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발마사지를 받은 후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밤 12시 50분 아시아나 항공(OZ326)을 타고 구이린을 출발하여 새벽 5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노팁, 노쇼핑, 노옵션 상품으로 여행을 하였더니 가이드와 신경전 펼 일도 없고 일정도 훨씬 여유가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