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흐림)
장소: 인천공항 ~ 고마츠(小松) ~ 다테야마 역(立山駅) ~ 무로도(室堂) ~ 라이초소(雷鳥莊)
드디어 꿈에 그리던 다테야마(立山, Tateyama, 3015m) 산행을 하러 간다.
일본의 북알프스 중에서도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다테야마는 하나의 산이 아니라 오야마(雄山, 3,003m), 오난지야마(大汝山, 3,015m), 후지노리다테(富士ノ折立, 2,999m)의 세 봉우리를 합한 것이다.
1971년 도야마 현과 나가노 현을 잇는 전체 길이 약 90km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Tateyam Kurobe Alpen Route)가 개통됨으로써 다테야마 중턱까지는 편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http://www.alpen-route.com/kr/)
2012년 10월, 다테야마 산행을 하러 갔다가 전날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산행을 못하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만 구경한 채 내려갔다.
산 위에는 하얀 눈이 덮여있고 산 아래에는 단풍이 절정인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가 너무 멋있어서 꼭 다시 와서 산행을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이번에는 야리가다케 ~ 호다카다케 북알프스 종주를 신청하려고 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너무 험해서 마음을 접었다.
내 실력으로는 아무리 옆에서 도와준다 해도 안 될 것 같았다.
물론 어떻게든 갈 수야 있을지 모르지만 이젠 그렇게 죽을 고생 하며 산행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대신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전에 산행을 못하고 내려왔던 다테야마를 가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산행을 할 수 있을까?
꼭 하고 싶은데.
내 몸과 날씨가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새벽 5시에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이번 산행은 혜초여행사를 통해 간다.
일행은 29명으로 그중 12명은 진천에 있는 산악회 회원들이고, 나머지는 부부나 장인과 사위, 아빠와 초등학교 5학년 딸 등이다.
혼자 온 사람은 나와 또 한 사람의 여자뿐이다.
나처럼 산에 중독된 정신 나간 여자인가 보군. ㅋㅋ
인솔자는 선두를 맡을 68세 되신 분과 후미를 맡을 27세의 신입사원이다.
그런데 이 선두 대장님이 여간 재미있으신 게 아니다.
사람들이 하도 이거 가져가도 돼요? 저거 가져가도 돼요? 하고 물으니까 "부치는 짐에는 벌통을 넣어도 됩니다." 하신다.
그 말을 듣고 난 완전 뒤집어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웃더라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 큰 여행 가방에 도대체 뭘 가져왔을까?
산을 내려가서는 자고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떠나는데.
난 부치는 짐이 없이 달랑 배낭 하나 메고 가니까 가뿐하다.
체크인을 하고 8시에 대한항공 KE775편으로 출국하였다.
인천을 떠난 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려 고마츠(小松)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고마츠 공항에서 여행사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다테야마 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휴게소에 있는 음식점에서 우동 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일본 음식은 맛은 어떻든지 간에 보기에 참 깔끔하다.
이 집 음식은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맛도 있었다.
생 연어와 어묵이 들어간 우동도 맛있었고, 반찬들도 맛있었고, 후식인 녹차 떡도 맛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다테야마 역(立山駅)으로 갔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다테야마 역은 마치 옛 친구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아 반가웠다.
다테야마 역(立山駅, 475m)
다테야마 역 바로 옆에는 약수터가 있었다.
다테야마 역 안으로 들어서니 제비가 반겨주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질 않아 제비를 볼 수가 없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네.
다테야마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비조다이라(美女平, 977m)로 올라가게 된다.
이곳 케이블카는 바퀴가 달린 산악열차 같은 것이며, 우리나라의 케이블카를 이곳에서는 로프웨이라고 한다.
7분 사이에 고도를 500m 올라가는데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는지 케이블카가 뒤로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다테야마 케이블카
비조다이라에 도착한 후 고원버스로 갈아타고 다테야마 삼나무와 너도밤나무가 울창한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무로도(室堂)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350m라는 일본 최고의 낙차를 가지고 있는 쇼묘다키(称名滝/쇼묘폭포)를 볼 수 있는데 날이 흐려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ㅠㅠ
미다가하라((弥陀ヶ原, 1,930m)에 이르자 키 큰 나무들이 사라지고 잡목과 풀만 보였다.
미다가하라 고원에는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일본 최대의 고원 습지가 있다고 한다.
미다가하라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텐구다이라(天狗平, 2,300m)가 나온다.
전에 왔을 때는 이곳에 있는 텐구다이라고겐 호텔에서 묵었는데 산속에 이런 좋은 시설의 호텔이 있다는 사실에 감명 받았다.
다테야마는 세계 유수의 호설지대로 적설의 깊이는 평균 약 7m라고 한다.
4월 말에는 20m 이상 쌓인 설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설벽이 있는 구간이 텐구다이라에서 무로도 터미널 사이이다.
지금은 거의 다 녹아 부분적으로 약 5m 정도의 설벽이 남아 있었다.
무로도 터미널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2,450m)에 있는 역으로 터미널 위에는 다테야마 호텔이 있다.
해발 2,450m에 호텔이라니!
다테야마 호텔
무로도(室堂, 2,450m)
무로도 터미널 바로 앞에는 타마도노(玉殿)라는 약수가 있다.
눈이 녹은 물이라는데 무로도에 도착하니 13도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날도 흐려 별로 약수가 당기지 않았다.
무로도에서 라이초소(雷鳥莊 / 라이초 산장, 2,370m)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무로도다이라(室堂平)는 지금 야생화 천국이라 꽃길 사이를 걸어갔다.
다테야마 연봉들을 비추는 미쿠리가이케(ミクリガ池 / 미쿠리가 연못)는 둘레 약 630m, 최대 수심 약 15m의 화산 호수이다.
<신을 위한 주방의 연못>이라는 뜻으로 옛날 이 연못의 물을 사용하여 다테야마의 신에게 올리는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미쿠리가이케(ミクリガ池 )
미쿠리가이케 옆에는 미쿠리가이케 온천이 있다.
이 온천 또한 일본에서 제일 높은 곳(2,400m)에 있는 천연 온천으로 숙박을 하지 않고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휴게시설이다.
미쿠리가이케 온천
미쿠리가이케 온천 앞에서는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 지고쿠다니(地獄谷 / 지옥계곡)가 내려다보였다.
백성 지옥, 떡집 지옥 등으로 일컬어지는 136종의 지옥이 있다는데 지옥계곡 안쪽으로 탐방로가 있지만 유황 가스로 인한 질식 위험과 화산 가스 분출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현재는 통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지고쿠다니(地獄谷)
미쿠리가이케 온천 위에는 화산 가스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고, 그 옆에 지고쿠다니 전망대가 있다.
지고쿠다니 위쪽에는 린도우이케가 있어서 지고쿠다니 전망대에서 라이초소까지 길이 오른쪽으로 말굽 모양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그렇게 내려가면 린도우이케와 지고쿠다니 바로 위에 이틀 동안 묵을 라이초소가 있는 것이다.
아, 유황 냄새 실컷 맡겠구나. ㅠㅠ
화산 가스 인포메이션 센터
(오른쪽 끝에 있는 건물이 라이초소)
린도우이케(뒤에 연기 나는 곳이 지고쿠다니)
지고쿠다니 전망대에서 말굽 모양으로 휘어져 내려가는 길 우측으로 치노이케(血の池 / 피의 연못)가 있다.
세 개의 큰 화산 분화구들이 연못으로 변한 것으로 산화철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피와 같이 붉은색이라는데 그다지 붉은색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치노이케(血の池)
무로도 터미널에서부터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왔더니 어느 샌가 라이초소에 도착하였다.
라이초소의 첫인상은 '여기서 어떻게 이틀 동안 지내나?'였다.
지고쿠다니 바로 위에 있어서 유황 냄새도 심한 데다 건물도 낡아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저 아래에 있는 라이초사와 캠핑장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라이초소(雷鳥莊 / 라이초 산장)
라이초사와 캠핑장
하지만 라이초소에 들어가 본 후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라이초소를 살펴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카운터가 있고 맞은편에 매점과 휴게실이 있으며 왼쪽에 자판기가 있다.
이 정도는 별로 놀라울 게 없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건조실이 있다! (느낌표 하나)
방은 모두 다인실인데 다다미 방도 있고, 우리나라 대피소에 있는 것과 같은 2층 침대가 있는 방도 있다.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다다미 방이었다.
10명이 잘 수 있는 방을 우리는 4명이 쓰게 되어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요와 이불에 베개까지 있다는 사실이었다!! (느낌표 둘)
겉모습을 보고 걱정을 했다가 방을 보고 다행이다 싶은데 화장실에 가보고는 더 놀랐다.
라이초소에는 공용 세면실과 화장실, 목욕탕이 있다.
세면실 양 쪽에 남, 녀 화장실이 있는데 모두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다!!! (느낌표 셋)
그러고 보니 일본 화장실에는 어디에나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에 휴지가 있는 건 물론이다!!!! (느낌표 넷)
화장실이 깨끗해서 안심이 되었는데 더 놀란 건 목욕탕을 보고 나서이다.
원래 타월은 안 주지만 우린 단체라고 특별히 기념 타월을 한 장씩 주었다.
방에 짐을 놓은 후 지하 2층에 있는 목욕탕으로 갔다.
(문을 잠그지 않고 다녀도 절대 도난당할 염려가 없단다!)
지고쿠다니의 유황 온천수를 사용한다는 목욕탕에는 헤어드라이어가 있었고, 탕 안에는 바디 워시와 샴푸, 린스, 비누까지 있었다!!!!! (느낌표 다섯)
목욕탕은 2층으로 되어있는데 위층에는 통유리로 된 창문이 있어 밖을 내다보며 목욕을 할 수 있었다.
2층에 있는 물의 냄새나 색깔이 훨씬 더 유황 온천수 같았다.
기분 좋게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미 이 정도만 되어도 100% 만족하는데 저녁 식사를 보고 완전 깜놀했다.
한치회와 참치회에 고등어구이, 고로케, 치킨, 오리고기까지!!!!!! (느낌표 여섯)
여기 산장 맞아?
게다가 여기저기 쓰레기통도 있어 마음 놓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 (느낌표 일곱)
참으로 놀라운 산장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하지만 일본 산장들이 다 이런 건 아니고 다테야마에 있는 산장들만 이렇다고 한다.
라이초소에 대해 검색을 해볼 때는 9시에 소등을 한다는 글이 있었지만 여긴 24시간 소등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저녁을 먹은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멋진 운해를 볼 수 있기를, 그리고 모레에는 옥색 구로베 댐을 바라보며 내려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 2012년 10월 22일 ~ 25일 Tateyama Kurobe Alpen Route 여행기
http://blog.daum.net/misscat/415
http://blog.daum.net/misscat/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