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10월 7일 금요일 (맑은 후 흐려져 비)
산행코스: 피암목재 ~ 활목재 ~ 칠성대 ~ 운장대(운장산) ~ 동봉 ~ 각우목재 ~ 복두봉 ~ 곰직이산 ~ 자루목재 ~ 천황봉(구봉산) ~ 돈내미재 ~ 절골 ~구봉산 주차장
산행거리: 13.6km
산행시간: 10:25 ~ 17:30
산행트랙:
등산지도:
요새는 1주일에 두 번 산행하기가 힘들어 산행을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 운장산만 산행하기로 하고 길을 떠났다.
사전에 산악회에 문의해보니 운장산만 산행해도 된다고 했는데 버스 안에서 대장님이 하는 말은 다르다.
버스가 피암목재에서 회원들을 내려주고 구봉산으로 가기 때문에 구봉산 주차장까지 가야 한다고 하신다.
따지고 싶었지만 운전기사와 대장님 사이가 별로 매끄럽지 못한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 주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구봉산까지 산행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차하면 중간에 내려가서 택시 타고 이동할 요량으로 모두들 먼저 가시라 길을 비켜주고 천천히 산을 올랐다.
피암목재/동상 휴게소
피암목재에서 칠성대까지는 2.2km인데 계속해서 가파른 오르막이다.
피암목재에서 1.6km 가면 활목재가 나오고 그다음부터 칠성대까지 500m 정도 등로가 더욱 가팔라진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활목재
서봉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칠성대이다.
칠성대/서봉 정상
다른 사람들이 구봉산까지 간다며 서둘러 떠난 후 텅 빈 칠성대 정상에서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조망을 즐겼다.
카, 날씨 정말 좋~~다.
칠성대에서 연석산까지는 2.2km란다.
운장산-구봉산 연계 산행을 하기보다는 연석산-운장산 연계 산행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칠성대를 내려가 운장대로 향하였다.
칠성대에서 100m 정도 가면 계단이 있는데 계단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건축 자재들이 쌓여있어 바위를 돌아가느라 좀 힘들었다.
또 계단을 내려가면 암릉 구간이 나오는데 철제 난간이 흔들거려서 겁이 났다.
공사를 하긴 해야겠나 보다.
운장산은 육산일 줄 알았는데 칠성대에서 동봉까지는 암릉 구간들이 있었다.
은근히 겁나는 구간들을 혼자 가느라 애를 먹었다.
게다가 곳곳에 공사를 하려고 쌓아놓은 자재들이 등로를 막고 있어 불편하였다.
운장대로 가기 전 작은 봉우리에 올라 다시 한 번 조망을 즐겼다.
(뒤돌아본 칠성대)
운장대
조망을 즐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조망터에서 내려가는 길이 무척 겁이 났다.
밧줄도 없어서 내 짧은 다리로는 내려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혼자 쩔쩔매고 있을 때 다행히 뒤에서 오시던 분들이 도와주셔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다음 운장대까지는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운장산 정상인 운장대는 중봉 또는 상봉이라고도 한다.
운장대/중봉(운장산) 정상
운장대를 내려가 동봉으로 가는 길 또한 암릉 구간이 좀 있었다.
동봉으로 가기 직전 조망터에서 칠성대에서 운장대에 이르는 능선이 보였다.
운장대에서 600m 가면 동봉이고, 동봉에서 100m 더 가면 내처사동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려가려고 했던 것인데 할 수 없이 구봉산까지 가야 한다. ㅠㅠ
점심시간이 되었으므로 이곳에서 후미 팀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혼자 먼저 구봉산 방향으로 갔다.
어차피 가야 할 길, 빨리 가자.
(내려와서 뒤돌아본 동봉)
각우목재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팔랐다.
각우목재
각우목재에서는 임도를 따라 내처사동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곳에서 내처사동으로 내려가 택시를 타고 날머리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1시 30분밖에 안되었으므로 천천히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각우목재에서 곰직이산까지 1.2km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거의 땅에 코를 박듯이 하고 올라가야 한다.
아까 각우목재에서 내처사동으로 내려갈 걸 괜히 왔나 후회가 되었다.
산죽을 헤치며 가면 곰직이산이 나온다.
곰직이산은 지도상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사방이 뻥 뚫려있어 의외로 조망이 좋았다.
곰직이산에서 100m만 가면 외처사동 갈림길이 나온다.
구봉산을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 복두봉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억새가 춤추고 있는 헬기장으로 지나서 700m 가면 명덕봉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좌측 복두봉 쪽 길로 900m 정도 내려가면 팔각정이 있는 운장산 자연휴양림 임도에 도착한다.
후미 팀 중 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는 분이 있어 함께 내려갈까 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 그냥 구봉산까지 가보기로 하고 복두봉으로 올라갔다.
복두봉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지난 화요일 대간 길에서 만났던 자주쓴풀 꽃이 피어있었다.
보기 드문 꽃이라는데 또다시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자주쓴풀
가파르게 올라 복두봉에 도착하였다.
복두봉 정상
와, 여기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오늘 산행 중 최고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멀리 서봉과 운장대, 동봉, 곰직이산, 헬기장과 조금 전에 지나온 휴양림 임도가 보였다.
운장산
구봉산 쪽으로는 새로 생긴 구름다리도 보였고 저 멀리 덕유산 향적봉과 남덕유산까지도 보였다.
구봉산
저 아래에는 안정동마을이 그림 같이 펼쳐져있었다.
아무도 없는 복두봉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다 내 것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이 시간, 이곳에서의 조망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
속에서 왠지 모를 충만함이 차올라 복두봉을 내려가기가 싫었다.
족히 15분은 복두봉에 머물다 구봉산을 향하여 갔다.
복두봉에서 구봉산까지는 2.7km 라는데 하여튼 그냥 가지는 않는다.
가파르게 떨어졌다 올라갔다 다시 가파르게 떨어졌다 가파르게 올라가야 구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또다시 괜히 구봉산까지 가기로 했나 후회하면서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제법 비가 많이 내린다.
우비를 안 가져왔는데. ㅠㅠ
할 수 없이 비를 맞으며 구봉산을 향해 올라갔다.
구봉산 정상은 제9봉이며 천왕봉, 천황봉,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천왕봉(구봉산) 정상
1봉까지 갈 시간은 충분했지만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9봉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상에서 천황사 쪽으로 가다가 바랑재에서 바랑골로 내려가야 약간 수월할 것을 돈내미재로 가서 내려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9봉에서 돈내미재까지는 엄청난 급경사 내리막이다.
게다가 비까지 와서 미끄러웠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초집중하여 내려간 다음 돈내미재에 도착하여 겨우 한숨 돌렸다.
돈내미재
아까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는 돈내미재까지 500m라고 했는데 돈내미재에 있는 이정표에는 누군가 정상까지 1.5km라고 고쳐놓았다.
내 생각에도 1.5km가 맞는 것 같다.
어쩌면 직선거리로는 500m 인지도 모르겠다.
돈내미재에서는 8봉이 바로 코앞에 있었지만 비를 맞으며 산행하는 것이 너무 싫어 그냥 구봉산 주차장으로 하산하였다.
그런데 내려가서 생각해보니 그냥 1봉까지 가는 게 더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하다.
돈내미재에서 절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또다시 급경사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암자인지 뭔지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야 겨우 길이 유순해진다.
바로 그 아래 물이 떨어지는 바위 앞에는 기도처인지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려가는 길 양쪽으로는 감나무가 많이 있었다.
마치 '나를 따가세요.' 하는 듯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지들이 땅까지 축 늘어져있었다.
그런 걸 그냥 외면하면 안 되지 않을까? ㅋㅋ
소류지를 지나 아스팔트 길을 따라 구봉산 주차장으로 가며 비에 젖은 구봉산을 올려다보니 구름다리가 멋있게 걸쳐있었다.
2014년 3월에 왔을 때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완공된 후로는 아직 건너가 보지 못하였으니 저기도 언젠가 한 번은 건너가 보아야겠다.
버스에 도착하여 쫄딱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구봉산 주차장 맞은편에는 새로 생긴 만남의 광장이라는 휴게소가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인삼 튀김이랑 대학 옥수수를 사 먹으며 기다리다가 서울로 올라갔다.
운장산만 산행할 생각으로 천천히 갔더니 오르내림이 심한 코스였음에도 별로 힘들지 않게 산행할 수 있었는데 막판에 돈내미재에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너덜길을 내려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차라리 1봉까지 갔다가 양명교로 내려가는 게 훨씬 수월했겠다.
그쪽 길은 그렇게 가파르지 않고 또 길이도 짧으니까.
비만 안 왔으면 1봉까지 갔을 텐데.
어찌했건 무사히 내려왔으니 다행이다.
운장산 서봉에서의 조망도 좋고, 곰직이산에서의 조망도 좋고, 특히 복두봉에서의 조망이 좋아 마지막 하산길이 욕 나올 만큼 힘들었지만 나름 괜찮은 산행이었다.
* 2014년 3월 14일 (진안)구봉산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