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9월 1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주차장 ~ 독진암 ~ 투구봉 ~ 한밭재 ~ 중선각 ~ 선각산(상선각) ~ 삿갓봉 ~ 홍두깨재 ~ 시루봉 ~ 덕태산 ~ 점전폭포 ~ 주차장
산행거리: 13.8km
산행시간: 10:20 ~ 17:05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선각산, 덕태산을 갔다.
산행 전 버스 안에서 대장님께서 거리는 13km 정도 되지만 만만치 않은 산행이라고, 체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홍두깨재에서 탈출하라고 하셨다.
홍두깨재에 도착해서 3시간이 남았으면 덕태산까지 가고 그렇지 않으면 홍두깨재에서 내려가리라 생각하며 산행을 시작하였다.
덕태산장 아래에서 하차하여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덕대사 갈림길을 지나고 나면 이정표가 나오는데 덕태산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잘못 표기되었다.
백운관광농원을 지나고 나서 오른쪽에 있는 산림욕장 쪽으로 올라갔다.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하지만 바람이 시원하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군데군데 위험한 곳에는 안전장치가 되어 있었다.
1시간 정도 올라가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였다.
건너편에 덕태산이 보였다.
오늘 저기까지 갈 수 있으려나?
덕태산
몇 번 밧줄 구간을 지나면 독진암에 도착한다.
독진암은 오른쪽으로 바위를 타고 건너갈 수도 있고 왼쪽 숲길로 편안하게 갈 수도 있다.
곧 죽어도 난 오른쪽으로. ㅎㅎ
독진암에서 15분 정도 가면 투구봉이다.
투구봉 정상
투구봉에 도착하니 가리봉 대장님께서 이른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아직 무릎이 안 좋아 홍두깨재에서 내려가시겠다고 한다.
저도 마음 비우고 그러려구요.
일단 말은 그렇게 했다, 시간 봐서 결정해야겠지만.
투구봉에서는 조망이 좋아 사방이 다 보였다.
앞으로는 가야 할 선각산도 보이고, 왼쪽으로는 홍두깨재로 연결되는 임도와 덕태산이 보였다.
선각산
덕태산(가운데 골에 홍두깨재로 연결되는 임도가 있다.)
투구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면 망태골 임도가 연결된 한밭재이다.
한밭재
쉽게 산행하려면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올라와도 되겠네.
그런데 대장님 말씀이 중간에 비포장도로도 있기 때문에 경운기나 타고 올라와야 할 거라는. ㅠㅠ
한밭재에서 선각산까지는 1km 정도이다.
투구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온 만큼 가파르게 올라간다.
조망바위에서 지나온 투구봉을 바라보며 한숨 돌린 후,
투구봉
700m 정도 또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헬기장이 있는 중선각이다.
중선각에서 본 선각산
이곳은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언제 가을이 오나 싶었는데 가을은 벌써 이렇게 코앞에 와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실에 얽매여 불안해하고 낙담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워 보일까?
완전하고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아름답게 이루심을 그토록 많이 경험하고도 아직도 불신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다니.
도대체 언제쯤 믿음에 있어서 철들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중선각에서 자두를 먹고 있는데 대장님께서 힘들게 올라오셨다.
올라갈 때는 그런대로 올라가겠는데 내려갈 때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하신다.
워낙 가리봉 대장님 인기가 좋아 대장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아직 회복이 안 되셨는데 복귀하셨나 보다. ㅠㅠ
중선각에서 또다시 가파르게 내려갔다가 가파르게 올라가야 선각산 정상이다.
대장님께서 많이 힘드시겠다 생각하니 무사히 하산하실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다.
아이고, 너나 잘하세요. ㅋㅋ
선각산 정상에는 대간 표지석만큼이나 큰 정상석이 버티고 있었다.
선각산(상선각) 정상
그리고 데크 전망대가 있었다.
선두 일행이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난 팔각정자에 가서 점심을 먹고 싶어서 서둘러 정상을 내려갔다.
역시 가파르게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표시가 안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직진해야 삿갓봉으로 가게 된다.
왼쪽 점전폭포 방향으로 가면 열두골로 내려가 임도와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부터는 등로가 좁아지며 잡풀도 많이 우거져있었다.
그다음 만나는 이정표에서는 오계치 쪽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1km 정도 가면 또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금남호남정맥 갈림길이다.
오른쪽 오계치 방향으로 가면 호남정맥 길이고 직진하면 삿갓봉이다.
이곳에서 오계치 쪽으로 1분만 가면 팔각정자가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도 좋고 바람도 좋아 점심 먹기 정말 좋은 장소이다.
여기서 고기 구워 먹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ㅎㅎ
고기 대신 가져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호남정맥길과 오계치에서 내려가는 임도)
다시 정맥 갈림길로 되돌아가 삿갓봉으로 올라갔다.
삿갓봉에서는 좌회전하여 신광재 쪽으로 가야 한다.
삿갓봉 정상
삿갓봉에서 내려갔다가 올라가면 조망바위가 나온다.
조망바위에 기어 올라가 조망을 하고 내려왔다.
덕태산 방향
홍두깨재로 내려가는 길에 철쭉 터널이 나타나고,
산죽 터널도 나타난다.
드디어 홍두깨재에 도착.
홍두깨재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임도를 따라 점전폭포로 가게 된다.
덕태산을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홍두깨재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2시간 30분이 남았다.
애매하네.
3시간 남았으면 덕태산까지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지?
편하게 산행을 하려면 이곳에서 하산하면 된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당연히 덕태산까지 갔을 것이다.
시간이 늦으면 버스 먼저 떠나라고 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덕태산까지 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다.
그만큼 내가 늙었다는 증거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열정과 도전보다 현실과의 타협이 우선한다면 그것은 늙었다는 증거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mind의 문제이다.
고민 끝에 덕태산까지 가기로 했다.
홍두깨재부터는 오르내림이 좀 유순해져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1035봉을 지나고 나서 홍두깨재 이정표가 또 나온다.
이건 뭐임?
여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마이산 쪽으로 직진하다 보면 헬기장이 나온다.
지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헬기장을 지나 시루봉 표시가 되어있는 지도도 있고 시루봉에 헬기장 표시가 되어있는 지도도 있다.
그런데 여기가 시루봉이라면 시루봉으로 가기 전에 정맥 갈림길이 있다고 했는데 어디에 있었지?
반대로 여기가 시루봉이 아니라고 하면 헬기장 지나 정맥 갈림길이 있어야 하는데 그 또한 보지 못했다.
(정맥 갈림길로 가면 신광재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곳에 시루봉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루봉 정상(?)
조금 가다 보면 이정표가 나오는데 시루봉을 340m 지나친 걸로 나온다.
그걸 보더라도 헬기장이 있는 곳에 시루봉인 것 같다.
조금 더 가다 보면 조망이 끝내주는 곳이 나온다.
이곳 벼랑 끝에 서서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한 번 더 찍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벼랑 끝까지 가기는 겁이 났다.
이곳에서 내려가면 또다시 산죽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터널 정도가 아니라 그냥 울창한 숲이다.
발밑에 분명 길은 있는데 키 높이까지 자란 산죽 때문에 길을 볼 수가 없어 그냥 몸으로 밀며 나아가야 했다.
한동안 산죽 숲을 헤치고 가면 소나무가 나온다.
이게 미인송 또는 누운 소나무인가 보다.
잠시 후 나타나는 땅에 떨어진 이정표에는 길고 꼬불꼬불한 임도를 타고 점전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정표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헬기장이 있고 덕태산 정상석이 있었다.
이곳에도 억새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덕태산 정상에 왔으니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좋아했는데 앞을 보니 봉우리가 하나 더 있었다.
저 봉우리는 비껴서 내려가나?
등로는 내 바람과 달리 봉우리를 향해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그곳이 진짜 덕태산 정상이었다.
덕태산 정상
덕태산 정상에서는 선각산에서부터 지나온 능선과 저 아래 홍두깨재에서 내려가는 임도가 보였다.
이곳에서 점전폭포까지는 2km가량 남았다.
폭포에서 주차장까지 2km 정도니까 4~5km 정도 남았는데 시간은 한 시간 남았다.
덕태산 정상에서 과자와 커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하산하였다.
덕태산 정상에서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상당히 가파른 구간들이 많은데 옆에 밧줄이 있어 한결 내려가기가 수월하였다.
간혹 가다 눈요기할 수 있는 바위들도 있었다.
덕태산 정상에서 임도를 만나는 곳까지 40분 만에 내려갔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바로 점전폭포가 있다.
이곳은 비가 안 왔는지 물줄기가 형편없었다.
물이 과히 깨끗해 보이지 않아 족탕을 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점전폭포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덕태산장에서 세수를 하고 주차장까지 가니 5분 초과되었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여산우는 4시에 하산했다고 한다.
수퍼우먼이네!
니는 니고, 내는 내고. ㅎ
Good job, missc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