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8월 16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작점고개 ~ 사기점고개 ~ 곤천고개 ~ 들기산 ~ 금산 ~ 추풍령
산행거리: 대간 8.7km + 접속 0km = 8.7km
산행시간: 10:20 ~ 14:00
산행트랙:
등산지도:
지난 7월 26일 너무 더워서 중간에 잘라먹었던 구간을 마저 이으려 추풍령으로 갔다.
큰재에서 추풍령까지의 구간이었는데 그 날은 열사병으로 사망자까지 나올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작점 고개에서 중탈 하여 화물차와 경찰차를 얻어 타고 추풍령까지 내려갔었는데 오늘 작점 고개에서 추풍령까지의 구간을 땜방하러 온 것이다.
추풍령에 있는 <고향가든>에 주차를 하고 주인에게 ride를 부탁하여 작점고개까지 갔다.
작점고개
작점고개에 도착하니 능치 쉼터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팔각정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중학생 두 명이 있었는데 이우학교 학생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학교에서 백두대간 산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역시 귀족학교라 다르군.
빠진 구간을 땜방하러 아빠와 함께 왔다고 하였다.
아빠가 몸이 안 좋아 우리더러 아이들을 데리고 산행을 해줄 수 있느냐고 하였다.
그러고 싶었지만 방향이 우리와 반대였다.
그 아이들은 큰재까지 가야 한다고 하였다.
아빠가 애들 때문에 고생이네. ㅠㅠ
파이팅! 을 외쳐주고 작점고개에서 임도 건너편 추풍령 방향 산길로 올라갔다.
확실히 지난번보다는 다소 꺾인 날씨이다.
햇빛도 강하지 않고 바람도 불어 어쩌면 빨리 산행을 끝낼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야트막한 동네 야산을 걷는 것처럼 길도 수월하고 고향의 냄새(?)도 강하게 풍겼다.
이 더운 날 웬 거름이람.
잠시 숲길을 걷다 보면 다시 아스팔트 임도와 만나게 된다.
역시 거름 냄새 때문에 정신이 없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다 왼쪽으로 갔는데 곧 <좋은사람들> 리본이 나타났다.
지난번에 다녀간 산우들이 매달아놓은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잠시 임도를 걷다 보면 왼쪽 수풀 사이로 리본들이 매달려있다.
그곳에서 숲으로 들어섰다.
아스팔트 길은 열이 끓어올라 뜨겁지만 숲으로 들어서면 한결 시원하였다.
하지만 곧이어 또 임도를 만난다.
그리고 조금 가다 다시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어 힘들어지는데 헬기 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니 군 헬기가 한 자리에 계속 떠 있었다.
더운 날 고생하지 말라고 하늘에서 선풍기까지 틀어주시나?
어쨌든 가파르게 올랐다가 가파르게 내려가면 또다시 임도를 만난다.
내려갈 때 왼쪽에도 리본이 달려있는데 직진해야 한다.
사실 이 구간은 그냥 임도를 따라가는 것이 훨씬 가깝다.
괜히 가파르게 오르내리며 임도를 만나는 것이다.
내려가서는 바로 임도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지도에서 사기점고개 전에 직각으로 꺾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리본을 미처 못 보고 왼쪽으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쪽 방향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연유인지 오룩스도 제대로 작동을 안 하고.
200m쯤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가서 보니 아까 내려왔던 곳 맞은편에 리본들이 달려있었다.
이후로는 사기점고개까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길은 편한데 끈질기게 달라붙어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날파리들을 계속 쫓으며 가느라 너무 힘들다.
약을 뿌려도 전혀 개의치 않는 수퍼 날파리들이다!!
뭐 이런 괴물 같은 날파리들이 있담.ㅠㅠ
결국 날파리들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날 괴롭혔다.
이후 숲길로 가다 보면 흙길 임도를 만난다.
그 임도를 쭉 따라가면 사기점고개 팻말이 나온다.
임도는 왼쪽으로 구부러지는데 대간 길은 직진하여 산길로 들어선다. (리본을 잘 찾아갈 것!)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간다.
더위가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무지 더워서 힘들다.
날파리들 때문에 연신 손사래를 치고 부채질을 해가며 가느라 더욱더 힘들다.
지도에는 크게 표시되어 있지만 곤천고개는 어디인지 모른 채 지나가고 가파르게 올라가면 들기산이다.
지도에 502봉으로 표시된 곳이다.
들기산 정상
들기산은 정상석이 없다.
대신 많은 리본들이 나부끼고 있으며 산불조심 현수막에 누군가 들기산이라고 적어놓았다.
고마워라.
들기산을 지나 올라온 만큼 가파르게 내려갔다 다시 조금 올라가면 금산이다.
금산 올라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밧줄을 쳐놓았다.
작점고개에서 추풍령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갈 때 왼쪽으로 멋진 절벽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금산인가 보다.
금산에는 짧은 암릉 구간이 있는데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금산 정상은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따라서 밧줄을 쳐놓았지만 조심해서 올라가 봐야 한다.
금산 정상
(지나온 들기산)
(작점고개에서 추풍령으로 오는 도로와 추풍령 저수지, 그 뒤로 작점고개에서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경부고속도로로 경부선 철도)
마지막으로 금산에서 500m가량 가파르게 내려가면 추풍령 표지석에 도착한다.
추풍령
<고향가든>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늦은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 집 샤워장은 정말 감동이다.
더운물이 나오고 샴푸와 비누, 치약, 이태리타월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 자세히 보니 샤워장 입구에 수건, 칫솔, 면도기, 스킨, 로션, 헤어드라이어까지 있다.
그리고 부탁하면 ride도 해준다.
음식 맛은 so-so이지만 서비스가 좋아서 자꾸 이용하게 된다.
오늘 산행을 해보니 지난번에 작점고개에서 탈출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더운 날 추풍령까지 갔으면 난 아마 쓰러졌을 것 같다.
오늘도 너무 덥고 거름 냄새 때문에 괴로운 데다 끝까지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날파리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대간 길 중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구간을 꼽으라면 단연 이 구간이다.
내 다시는 너를 볼 일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