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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6.06.07 (인제) 가리봉(1,519m)

산행일시: 2016년 6월 7일 화요일 (약간 흐림)
산행코스: 필례 약수 ~ 가리능선 ~ 가리봉 ~ 주걱봉 ~ 느아우골 ~ 옥녀2교
산행거리: 10.1km
산행시간: 10:30 ~ 18:50
산행트랙:

설악산 가리봉__20160607.gpx
0.05MB

등산지도:

 

맑은 날씨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깨끗하지는 않다.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설악으로 향하였다.
원래 오늘 코스는 자양6교에서 올라가는 것인데 그만 지킴이들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화요일은 휴무라더니 오늘은 작업이 있다나?

어쨌든 산을 올라가려다 지킴이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우르르 다시 버스에 올라타서 떠나려는 순간 버스 앞을 가로막으며 차를 세우라고 하였다.

그래서 결국 대장님이 불려 나가서 한바탕 훈시를 듣고 신분증을 제시하고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다음에 또 걸리면 무조건 벌금 때린다고. ㅠㅠ

그런다고 포기할 사람들인가?

꾀돌이 대장님답게 2안을 준비해오셨단다.

그리하여 이 끈질긴 사람들은 필례 약수로 향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필례 약수로 올라가는 길에도 무시무시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되게 찜찜하네.

꼭 이렇게까지 산행해야 하나?

그런데 왜 금지하는 거지?

언제까지 금지하는 거지?

무조건 출입금지라는 건 좀 그렇다.

차라리 한시적으로만 열어준다든지, 하루 몇 명까지 허가제로 한다든지 하면 이렇게 서로 고생 안 할 텐데.

사실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곳이 꼭 비경이더라는. ㅜㅜ

식당들과 화장실이 있는 필례 휴게소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필례 약수가 나온다.

 

필례 약수는 철분이 많은지 오색 약수처럼 쇳물 맛이 났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런 석상이 있다.

 

진짜 돌인 줄 알고 마음껏 기대었는데 힘없이 움직여 깜짝 놀랐다.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필례 온천이 나온다.

게르마늄 온천이라는데 지하에 있는지 지상에는 입구 밖에 안 보였다.

그곳에서 한동안 우왕좌왕하며 길을 찾다가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 올라간 지점에서 오른쪽 등산로로 올라갔다.

역시 이곳에서도 길을 몰라 좀 헤맸지만 갤럭시 님이 길을 찾아 올라갔다.

등산로 초입에는 섬초롱이 피어있었다.

 

                 섬초롱

며칠 전 동네 버스정류장 앞에서 우연히 초롱꽃을 보았는데 산에서 보기는 올해 처음이다.

그다음부터 주 능선을 만날 때까지는 무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나무와 풀이 우거져 발밑만 보고 가야 길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헉헉거리며 4km 이상 올라가면 가리능선에 이른다.

능선이 올라서자마자 맞은편에 서북능선이 보였다.

 

                  귀때기청봉

저길 내가 갔더란 말이지?

여기서 보면 별로 오르내림도 없이 평평한 것 같은데 왜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산이 너무 커서 굴곡이 눈에 잘 안 보이는 건가?

하여튼 다시는 못 갈 것 같다.

아까 떡두꺼비 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귀때기청봉에 가려면 도둑바위골로 올라갔다가 상투바위골로 내려오는 게 좋다고 한다.

아, 그럼 그렇게 가봐야겠네. ㅎㅎ

멀리 망대암산과 점봉산도 보인다.

 

그동안 많이 다니긴 다닌 것 같다.

가리능선에는 향긋한 정향나무가 한창이었다.

 

정향나무

산행하는 내내 정향나무 향기가 코끝을 따라다녔다.

간간이 나오는 조망터에서는 멀리 중청에서부터 안산까지 서북능선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깨끗했더라면 대청봉과 황철봉까지 다 보였을 텐데.

간혹 위험한 구간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갈 만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필례 약수에서 가파른 길을 올라오느라 너무 힘을 뺐더니 덥고 지쳐서 가리봉이고 뭐고 이제 산행 그만하고 싶었다. ㅠ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정향나무 향기와 등로 옆에 핀 꽃들이 힘을 더해주었다.

 

금마타리

                  산앵도나무

                  인가목

               눈개승마

                 앵초

가파른 봉우리를 두 개나 넘어 가리봉에 도착하였다.

 

                 가리봉 정상

이제 그만 여기서 헬기 타고 내려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별 수 없이 저기 주걱봉까지 가야 한다. ㅠㅠ
가리봉에서 가파른 너덜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면 소가리봉이다.

 

                   소가리봉 정상

임병수운 님이 가져오신 귀하디 귀한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지나 온 가리봉을 한 번 돌아본 후 주걱봉으로 향하였다.

 

                 지나온 가리봉

아래 절벽을 횡단하여 가는데 이건 주걱봉 가기 전 연습코스이다.

 

아래 사진 둥그런 주걱봉의 가파른 사면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거기가 바로 여기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대장님께서 잘못하면 노 아무개처럼 된다고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가보니 건너갈 엄두가 안 났다.

아래쪽으로 우회길이 있는 것처럼 보여 가보았는데 어느 정도 가다가는 길이 끊기고 천 길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다시 되돌아가 그래도 아래쪽보다는 나아 보이는 이곳 바위 사면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예전에는 밧줄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밧줄도 없고, 발 한번 잘못 디뎠다가는 산에 영원히 있게 될 것 같고. ㅠ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쩌랴.

죽든지 살든지 눈 딱 감고 건너가는 수밖에.

한참 망설이다 다행히 밧줄을 걸었던 고리가 하나 남아있어 그것을 붙잡고 간신히 건너갔다.

너무 떨어서 수명이 10년은 단축되었을 것 같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여길 어떻게 건너갔을까?

나만 이렇게 겁이 났던 건가?

그렇게 떨며, 떨며 주걱봉을 지난 후 삼형제봉으로 가기 전에 오른쪽 느아우골로 빠졌다.

느아우골 상단은 질질 미끄러지며 내려가야 하는 엄청나게 가파른 내리막이다.

심마니 제단이라는 곳에 이르러 또다시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내가 서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계곡이라 미끄러운 이끼와 바위 때문에 내려가기가 더 힘들었다.

 

바위는 하류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데 계곡을 이리 건넜다 저리 건넜다 계곡으로 내려갔다 숲길로 돌아서갔다 하며 내려가느라 진짜 진 뺐다.

예전에 백운동 계곡 갔을 때만큼이나 힘들었다.

조심조심 내려갔는데 절벽에서 붙잡고 내려가던 바위가 뽑혀 굴러 떨어졌다.

설마 그 커다란 바위가 뽑힐 줄이야!

다행히 밑에 사람이 없었지만 내 무릎을 치고 나를 아래에서 붙잡아주시던 대장님 정강이를 치고 떨어졌다. ㅠㅠ

그래서 둘 다 영광의 상처가 남게 되었다.

 

한참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폭포가 나온다.

 

물이 말라있어 폭포인 줄 몰랐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느아우골의 명물 폭포란다.

앞에는 안산이 우뚝 서있었다.

 

그래, 다음에는 너 만나러 간다. ㅎㅎ

밑으로 내려갈수록 수량이 늘어나 옥녀2교에 도착하기 전 계곡에서 씻을 수가 있었다.

7시가 다 되어 옥녀2교에 도착하였다.

 

오늘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바위와 같이 떨어졌거나 밑에 사람이 있어서 바위에 맞았다면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한쪽 무릎만 다쳤는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양쪽 무릎에 다 상처가 있었다.

처참한 모습은 비공개로.

기운이 달리는지 요새 산행하면서 계속 부상이다.

에고,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니. ㅠㅠ

이만하기가 다행이지만 계속 경고등이 반짝이는데 앞으로는 욕심 버리고 무리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300산 완등은 내년 말까지 하는 걸로.

 

하룻밤 자고 나니 무슨 벌레에게 물렸는지 목 뒤와 귀가 너무 부어서 아플 지경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염증이 심해서 임파선까지 부었다고 한다.

주사 맞고 약을 지어왔다.

앞으로 더 더워지면 민소매에 반바지 입고 다녀야 하는데 어떡하나. ㅠㅠ

설악산 가리봉__20160607.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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