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대체로 맑음)
산행코스: 장수대 ~ 대승령 ~ 안산 ~ 12선녀탕 계곡 ~ 남교리
산행거리: 12.4km
산행시간: 09:50 ~ 17:25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 드디어 안산에 올랐다.
작년 가을 안산을 코앞에 두고도 시간 때문에 아쉽게 되돌아가야 했는데 오늘은 기필코 정상을 밟을 것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가 좀 막혀 3시간 만에 장수대에 도착하였다.
날씨가 아주 쾌청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산행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
장수대 분소
장수대 분소 맞은편에 있는 장수대는 1959년 인제군에 주둔한 국군 제3군단 군단장이 6·25 전쟁 중 설악산 전투에서 산화한 장병들의 넋을 달래기 위하여 세운 산장이라고 한다.
현재는 보수, 관리가 부실한 상태로 방치돼 있으며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장수대에 그런 슬픈 사연이 있는 줄 여태 몰랐다.
많은 분들이 목숨 바쳐 싸운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런 건 당연히 존치해야지 무슨 논의를 한다는 건지...
장수대에서 대승령까지의 2.7km는 끊임없는 오르막이다.
사중폭포를 지나면서부터 나타나는 계단이 사람 질리게 만든다.
긴, 긴 계단을 올라 대승폭포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대승폭포
어린아이 오줌 줄기만 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에게. ㅠㅠ
한 달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볼만 했는데.
올해는 장마다운 장마라니까 수량이 좀 늘지 않을까 싶다.
대승폭포 전망대에서부터 대승령까지 1.8km는 너덜 오르막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쉽지가 않다.
그나마 오름길이라 발바닥이 덜 아픈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대승령에 도착하여 한숨 돌린 후 서북능선을 타고 안산으로 향하였다.
대승령
서북능선에는 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세잎종덩굴
노루오줌
범의 꼬리
산꿩의다리
갈퀴나물
국수나물
함박꽃
요강나물은 벌써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있었다.
등로 옆의 야생화들을 보고 있으려니 작년에 공룡능선을 넘던 생각이 났다.
벌써 1년이 흘렀네.
그때의 황홀했던 구름바다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오늘 안산은 어떨까?
대승령에서 1km 가면 안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왼쪽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데 그 너머가 안산 가는 길이다.
조금은 죄스러운 마음으로 금줄을 넘어갔다.
안산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등로를 걸어가니 곧이어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타났다.
멀리 귀때기청봉과 그 뒤로 대청봉과 공룡능선이 보이고, 열흘 전에 갔던 가리봉과 주걱봉이 보였다.
대청봉 방향
가리봉과 주걱봉
다 내가 갔던 산들이다. ^^
내가 저길 갔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어떻게 저길 갔었나?
저길 또 가볼 수 있을까?
아마도 다시는 가보지 못할 것 같다.
등산을 한 지 4년이 되어가건만 산행 실력이나 체력이 여전히 초보 시절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는 10년은 산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꾸 내 능력 밖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행할 때마다 여기저기 다치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아무리 조심해도 기운이 떨어지면 주의력도 떨어지고 알면서도 다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쨌든 오늘 하루 무사히 산행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기도할 뿐이다.
기분 좋게 안산을 향해 가는데 어라? 예전에 없던 철책이 나타났다.
이건 언제 생긴 거지?
저 뒤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봉인 것 같은데 어떻게 가야 하나?
무작정 철책을 따라갔다.
되돌아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단연코 오늘은 안산에 간다!
철책을 따라가니 철책이 끝나는 부분에서 오른쪽으로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곧이어 작년 가을 점심을 먹었던 조망터가 나타났다.
치마바위와 안산
작년처럼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는 여전히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그 바람조차도 반가웠다.
구절초와 산오이풀 대신 세찬 바람을 맞으며 바람꽃이 피어있었다.
바람꽃
점심을 먹고 대망의 안산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는 박새 꽃이 만발했으며 간혹 검은종덩굴과 세잎종덩굴 꽃이 보였다.
박새
세잎종덩굴
검은종덩굴
편안한 등로가 끝나고 거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힘겹게 바위들을 타고 오르니 고양이바위가 보였다.
고양이바위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니 이제는 고양이바위가 발아래 보였다.
여기 고양이바위와 안산 사이의 길이 성골이다.
무지막지하게 가파르다는 저 길을 올라오는 지독한 사람들이 있단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서 왼쪽으로 가면 안산 정상이다.
안산 정상
이 멋진 산에 정상석이 저게 뭔가?
반성할 일이다.
안산 정상은 뻥 뚫려있어 사방이 다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치마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며,
정면에는 가리봉능선과 느아우골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귀때기청봉과 대청봉, 공룡능선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공룡능선 너무 마등봉과 황철봉, 상봉까지도 보였다.
조금만 더 맑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너무나 감사하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동행한 산우들에게도 감사하다.
안산에서 간식을 먹으며 경치에 취해 있다가 내려갔다.
안산을 내려가서 직진하면 갱기골로 가게 된다.
그곳으로 가면 개고생 아니면 개죽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갱기폭포도 한 번은 봐야 할 텐데...
어쨌든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가서 삼거리에서 직진을 해야 12선녀탕 계곡으로 갈 수 있다.
(오른쪽이 대승령에서 오는 길이고 정면으로 난 길이 12선녀탕 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이후 서북능선에서 12선녀탕 계곡으로 가는 정규탐방로를 만날 때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하지만 이끼가 껴서 미끄러워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걸어가야 했다.
정규탐방로를 만나는 계곡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오른쪽이 안산에서 내려온 길)
조금 가다 보니 12선녀탕 입구까지 6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였다.
12선녀탕 계곡으로 가는 길은 군데군데 운치 있는 목교들이 있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계곡에 물이 바싹 말라있어 폭포들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후 1km 정도 내려가자 3단으로 이루어진 두문폭포에 도착하였다.
두문폭포
아, 다행히 봐줄 만하다.
두문폭포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용탕폭포(복숭아탕)이다.
용탕폭포(복숭아탕)
더 아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멋있을 텐데 전망대에서 찍으려니 사진이 제한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이런 곳이 있는데 비가 와서 수량이 풍부하면 상당히 멋있을 것 같았다.
몇 개의 구름다리를 건너 계곡을 내려가다가 남교리를 3km 정도 앞둔 지점에서 족탕을 하였다.
물이 그다지 차지는 않았으며, 물속에는 올챙이들이 바글바글하였다.
이후 남교리로 내려가기까지 수많은 폭포와 소가 있었는데 안내판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응봉폭포인지 알 수 없었다.
남교리 지킴터에 도착하니 5시 25분이었다.
7시간 35분 걸렸다.
족히 한 시간은 쉬었으니까 산행만 빠르게 한다면 6시간 30분이면 될 것 같다.
원통 택시를 불러 장수대로 가서 차를 타고 상경하였다.
꼭 가보고 싶었던 안산을 가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으로 올라가는 길이 힘들고 이후 남교리까지 내려가는 길이 좀 지겹기는 하지만 안산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갱기골에서 올라가며 보는 안산의 직벽이 굉장하다는데 그걸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