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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6.05.17 설악산 귀때기청봉(1,578m)

산행일시: 2016년 5월 17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귀때기청봉 ~ 대승령 ~ 장수대 지킴터
산행거리: 11.8km
산행시간: 09:25 ~ 19:25
산행트랙:

설악산 귀때기청봉 20160517_0923.gpx
0.06MB

등산지도:

 

털진달래를 보러 설악산으로 향하였다.

장수대 분소 앞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불러 한계령으로 갔다.

(장수대 분소에서 한계령까지 택시비 27,000원.  원통 택시를 불러야 한다.)

 

한계령

날씨가 겁나게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기온도 적당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는 게 산행하기 최고의 날씨인 것 같다.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설악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기대감으로 잔뜩 부푼 가슴을 안고 108 계단을 올라갔다.

 

털진달래 구경을 하러 왔는데 초입부터 철쭉이 반겨준다.

 

설악은 지금 철쭉이 한창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좋~은 길은 잠깐이고 한계령에서 1km 지점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500m 지점에서 한 번 쉬어주고 계속 올라가다 보니 왼편으로 귀때기청봉이 보였다.

 

                  가야 할 귀때기청봉

바로 저기 가려고 오늘 설악에 온 거다.

과연 털진달래가 만발했을까?

내 물음에 답하듯이 불현듯 등로 옆에 털진달래가 나타났다.

 

털진달래는 고산지역에서 자라며 어린 가지와 잎에 털이 많다고 한다.

서북능선에 털진달래가 만발했으면 좋겠다.

계속 오르막이던 길은 한계령에서 1km 지점을 지나고 나면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야생화는 더욱 많이 눈에 띈다.

설악에는 아직 치마를 뒤집어쓴 얼레지가 많이 있었으며 말발도리도 한창이었다.

 

                얼레지

말발도리

이 정도만 올라가도 아직 봉오리를 열지 않은 철쭉들이 많았는데 철쭉은 오늘 산행하는 내내 길가에서 날 응원해주었다.

 

누구나 한 번쯤 사진을 찍고 가는 나무를 지나고,

 

한계령에서 1.7km 지점을 통과하여 계속 가면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지나면 다시 급경사 오르막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한숨 돌리면 왼쪽으로 갓바위가 보인다.

 

힘을 내어 또다시 힘들게 올라가면 한계경 삼거리이다.

1시간 40분 걸렸다.

 

한계령 삼거리

수고에 보답하듯 용아장성과 멀리 중청, 대청이 보인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간식을 먹고 귀때기청봉으로 향하였다.

귀때기청봉까지는 1.6km이다.

너덜길이니까 한 시간 반 정도 걸리지 않을까?

한계령 삼거리에서 몇 십 미터만 가면 목책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곡백운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9월에 왔을 때는 이곳에 꽃향유가 많았는데 지금은 벌깨덩굴이 제철인가 보다.

 

이후 숲 속의 너덜길을 따라 걸어갔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700~800m 정도 가면 드디어 귀때기청봉에 이르는 본격적인 너덜길이 시작된다.

 

귀때기청봉까지 1km도 안되는데, 귀때기청봉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이 길을 올라가는 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설악이 막힘없이 보여 대청봉 가는 길보다는 조망이 훨씬 좋다.

 

그런데 올라가고 올라가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어째 황철봉 가는 길보다도 더 힘든 것 같다.

1년 사이에 내가 늙었나?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바위틈에  곱게 핀 털진달래들이었다.

 

이제 곧 털진달래 군락지가 나오겠지?

그런데 어휴, 저길 언제 다 올라가나?

 

오늘은 늦게 내려간다고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까 올라가다 구경하고, 올라가다 구경하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올라갔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느리지만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어느덧 털진달래 군락지에 도착하였다.

 

가파른 귀때기청봉의 남쪽 사면이 온통 털진달래로 뒤덮여있었다.
별로 안 핀 것 같다고?

가까이에서 보면 이렇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2시간 걸려 귀때기청봉에 도착하였다.
귀때기청봉에서 한숨 돌리고 대승령을 향해 갔다.

대승령 쪽 사면에는 털진달래가 더 많이 피어있었다.

 

                 귀때기청봉 정상

또다시 한참 너덜길을 내려갔다.

1km가량 내려간 것 같다.

하지만 대승령 쪽으로는 바위들이 작아 한계령 쪽에서 올라올 때보다 덜 힘들었다.

귀때기청봉 이후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 뒤돌아보니 그 많던 털진달래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애추 때문에 삭막하게만 보이는 귀때기청봉이 그야말로 귀싸대기를 맞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애추 지역이 손자국 같지 않은가?

 

능선길이라고 하여 편한 길일 줄 알았는데 대승령에 도착할 때까지 봉우리를 몇 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며 너덜길도 있어 힘들었다.

하지만 계단이 설치된 곳들이 몇 군데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힘들게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며,

 

잠시 피곤을 덜어줄 이런 길도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좋아하기엔 이르다.

<대승령 4.3km> 표시 이정표를 지나고 나면 또다시 짧은 너덜길이 나온다.

그러다 또 올라간다.

 

이게 마지막 봉우리이려나?

허걱! 저 앞에 봉우리가 또 있다. ㅠㅠ

 

제발 마지막 봉우리이기를 기도하며 올라가니 1408봉이었다.

 

                   1408봉 정상

그런데 이번에도 마지막 봉우리는 아니었다. ㅠㅠ

여길 다시 오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갔다.

역시 설악은 내게 너무 버겁다.

그래도 멋진 풍경과 나무들이 지친 내 발걸음에 힘을 더해주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걸어가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드디어 천국의 문이 보인다 했더니 가파르고 긴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로 난간에 의지하여 내려갔다.

이후 목책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대승령이다.

 

1408봉 이후 대승령까지는 야생화 천국으로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초봄에 보았던 얼레지와 현호색이 설악에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철쭉과 털진달래도 나란히 피어있었다.

 

얼레지

개별꽃

애기괭이밥

큰앵초

돌양지꽃

금괭이눈

는쟁이냉이

나도옥잠화

피나물

요강나물

현호색

졸방제비꽃

백작약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까지 6km를 가는데 4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대승령

대승령에는 <고생과 환희의 교차점, 대승령>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과연 그랬다.

대승령까지는 '그깟 털진달래가 뭐라고 여길 왜 왔던가?' 하는 후회가 밀려드는 여정이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건지 너덜길을 통과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조금만 덜 힘들었으면 감탄사를 연발하며 왔을 거 같지만 너무 힘들다 보니 그저 무사히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야말로 고생과 환희의 교차점이다.

하지만 마냥 <환희>만은 아님은 곧 깨닫게 되었다.

 

대승령에서 장수대 분소까지 내려가는 2.7km가 내내 이런 돌길이다.

발바닥에서 불이 나고 무릎이 나가는 것 같았다.

등산로를 보호하려고 하는 의도인 줄은 알겠는데, 산만 보호하고 사람은 보호하지 않는 것 같다.

설악이 마구 싫어지려고 한다. ㅠㅠ

1km 정도 급경사 길을 내려가고 나면 좀 경사도가 낮아진다.

내려가는 길 또한 끝이 없는 것 같다.

이 길이 이렇게 길었나?

완전 자포자기 한 심정으로 너덜길을 너덜너덜 해져 걸어내려 갔다.

12선녀탕 계곡을 가려면 여길 또 지나가야 하는데 올라가는 건 좀 나으려나?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대승폭포는 다시 한 번 보고 가야지?

 

대승폭포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대승폭포는 88m의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었다.

대승폭포 상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떨까?

폭포 상단까지 올라가 볼 수는 있는 걸까?

또다시 궁금병이 도진다. ㅋㅋ

대승폭포 전망대에서 장수대 분소까지 800m가량은 계단이지만 이젠 내려가는 것도 싫고 그냥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햇빛을 받아 눈부신 주걱봉과 가리봉을 보니 또다시 가슴이 설렌다.

 

다음엔 저기 간다.
사중폭포 아래에서 불이 난 발을 식히고 장수대로 내려갔다.

 

장수대

남들은 7~8시간이면 되는 코스인데 나는 10시간이 걸렸다.

산악회 산행이 취소되어 개인적으로 왔기에 망정이지 산악회 따라서 왔으면 버스 놓칠 뻔했다.

오늘 너무 힘들어서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코스이지만 한 번은 가봐야 하니까.

한 번은 내 눈으로 봐야 하니까.

It's really beyond my limitation though.

설악산 귀때기청봉 20160517_0923.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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