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2월 18일 목요일 (약간 흐리고 간간히 눈)
산행코스: 도마치 ~ 도마봉 ~ 신로봉 ~ 신로령 ~ 삼각봉 ~ 국망봉 ~ 견치봉 ~ 민둥산 ~ 도성고개 ~ 강씨봉 자연휴양림
산행거리: 16.1km
산행시간: 09:40 ~ 16:20
산행트랙:
등산지도:
7시에 사당역을 출발한 버스는 2시간 30여분 만에 도마치에 도착하였다.
도마치
오늘은 한북정맥 산행하는 팀을 따라갔다.
난 한북정맥 산행을 하지 않지만 개이빨산과 민둥산 두 개를 찍을 수 있다는 욕심에 신청하였다.
다행히 대장님께서 국망봉까지만 가면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고 하셨다.
도마치에서 국망봉까지는 7.3km 정도 된다.
한참 가야 되겠네. ㅠㅠ
도마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초반에는 완만한 오르막이다가 계단이 나온 다음부터는 가파르게 일어선다.
500m가량 힘들게 올라간 다음 왼쪽으로 가면 도마봉이다.
도마봉 정상
도마봉에서는 사방이 뻥 뚫려있어 조망이 좋다.
이곳에도 설악산 한계산성 릿지 길에 있는 부처손바위와 같은 손가락바위가 있었다.
도마봉에서 본 도마치봉과 손가락바위
당겨서 본 손가락바위
이후 가야 할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즐거웠다.
저기가 어디메인가?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골짜기는 탄탄한 복근 같았다.
신로봉을 향해 고도를 올려가자 눈부신 빙화가 나타났다.
영롱하게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힘들게 올라가는 발걸음에 힘을 더해주었다.
저 멀리 벌써 신로봉에 올라간 선두 팀들의 모습이 보였다.
신로봉은 바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고 왼쪽 우회길로 신로령까지 가서 올라갈 수도 있다.
좁고 가파른 오르막에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난 신로령으로 돌아갔다.
신로령
신로령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신로봉이다.
신로봉
신로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좁아서 한 사람씩 오르내려야 했다.
신로봉 정상 또한 상당히 협소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있기에는 자못 위험했다.
신로봉 정상
(신로봉에서 바라본 가야 할 능선)
다시 신로령으로 내려가 직진하여 헬리포트3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에서부터 국망봉까지는 계속 힘든 오르막이다.
헬리포트3에서 가파르게 올라서면 삼각봉이다.
삼각봉 정상
삼각봉에서 바라보는 신로봉 쪽 암릉이 아름답다.
또다시 힘들게 올라가면 헬리포트2이고, 또다시 힘들게 올라가면 헬리포트1이다.
힘든 오르막에 위로가 되는 것은 아름답게 핀 설화와 멋진 풍경이었다.
지난 화요일 눈이 내린 덕분에 오늘 눈 산행을 제대로 한다.
힘들게, 힘들게 국망봉에 도착하였다.
국망봉 정상
국망봉은 오늘 산행 중 제일 높은 곳이다.
국망봉 아래 무주채 폭포가 있단다.
여름에 거기도 가보아야 할 텐데.
눈도장을 찍어놓고 가야 할 순백의 능선을 바라보며 길을 떠났다.
국망봉에서 견치봉까지는 1.48km이다.
이제 힘든 곳은 다 올라왔으니까 40분이면 갈 수 있을까?
아이젠을 하고 산행을 했더니 다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종아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다. ㅠㅠ
점점 속도는 떨어지고 여길 왜 왔나 후회가 밀려드는데 그래도 가야지.
대장님이 국망봉만 지나면 어렵지 않다고 하셨는데 왜 이리 힘든 거야.
하여튼 대장들은 구라만 친다니까!
나만 힘든 건가?
견치봉 정상
견치봉에서 용수목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1.3km라는데 그리고 하산하고 싶은 유혹이 강렬했다.
오늘 산 하나 찍은 걸로 만족하고 여기서 내려갈까?
하지만 미사리 님 등쌀에 떠밀려 민둥산으로 향하였다.
견치봉에서 민둥산까지가 1.7km인데 왜 이리 먼가?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져서 도저히 한 걸음도 더는 못 떼겠다.
미사리 님에게 난 쉬었다 가겠으니 먼저 가라고 해도 혼자 두고 갈 수 없다며 막무가내다.
이것저것 주워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민둥산에서는 기필코 하산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민둥산 정상
이젠 죽여도 더 못가!
하산로가 어디 있나 찾아보려고 이정표를 보았더니 민둥산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긴 있는데 <힘든 길 급경사>란다. ㅠㅠ
다리 힘이 다 빠져있는데 혼자 그리로 내려가다가는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지.
할 수 없이 도성고개로 향하였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겠지?
Oh, no!
걸어도 걸어도 도성고개까지 2.4km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은데 또 올라갔다 내려갔다 두 번은 해야 한다.
발부터 엉덩이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여.
누가 날 업고 내려가 줄 것도 아니고 어찌했건 내 발로 걸어 내려가야 하니까 이를 악물고 걸어갔다.
드디어 도성고개에 도착하였다.
도성고개
포천과 가평을 잇는 도성고개는 옛날에 가평군을 토성현이라고 부른 까닭에 토성고개라 하였다는 설과 궁예의 부인 강 씨가 이곳에 성을 쌓고 살 때 도성이라고 하여 도성고개라는 설이 있단다.
궁예의 부인이 강 씨라서 그 옆에 있는 봉우리를 강씨봉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이곳에서 강씨봉까지는 1.5km이다.
도성고개에서 포천 쪽 조망이 좋건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는다.
강씨봉 휴양림까지 3.5km라니 족히 한 시간은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은 고속도로와 같이 넓은 임도이다.
아스팔트 길에 눈이 있었다 없었다 해서 그냥 아이젠을 하고 가는데 발바닥이 아파서 도저히 못 걷겠다.
결국은 아이젠은 벗고 걸어갔다.
미끄러지려면 미끄러지라지.
오뚜기고개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궁예가 어진 임금이 되라고 조언하는 부인 강 씨를 두 아들들과 함께 이곳으로 귀양 보냈을 때 궁예의 아들들이 놀던 연못이라는 동자소를 지나고,
(궁예 부인은 괜찮은 사람이었나 보다.)
동자소
강씨봉 마을의 효자로 널리 알려진 강영천이 놀던 바위인 거북바위를 지나고,
거북바위
나쁜 주인을 피해 달아나던 막쇠와 언년이가 바위가 되었다는 암수바위를 지나고,
암수바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눈사람을 지나고,
효자 강영천이 놀던 효자소를 지나,
(강영천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놀았나 본데 어떻게 효자가 되었나?)
효자소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갔다.
휴양림 앞에 사랑돌의자라는 것이 있는데 그 위에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소중한 것을 놓치기 싫다면 먼저 다가가 붙잡아라>
아마도 이 돌의자는 연인들을 위한 것이겠지만 삶의 모든 것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산행을 마쳤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산행은 하지 말아야겠다.
산 두 개를 채우려는 욕심으로 따라나섰다가 너무 힘들었다.
오룩스에 의하면 16.13km가 나왔지만 트랭글로는 17.9km가 나왔다.
처음에 대장님께서 4시까지 내려오라고 하셨지만 대장님도 함께 4시 20분에 하산 완료하였다.
거리도 거리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젠을 하고 걸으려니 발부터 엉덩이까지 다 아팠다.
발과 다리가 탱탱하게 부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발이 화끈화끈하다.
너무 걷기 좋은 길이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힘들었다.
신로봉 외엔 별로 멋진 봉우리도 없었고 내 눈이 높아져서 그런지 경치도 특별히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눈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하여튼 오늘 산행 정말 힘들고 별로였다.
등산하다 중간에 이렇게 내려가고 싶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로서 223개의 산을 채웠는데 산행에서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겠다.
앞으로는 개수에 연연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산을 찾아 즐기며 여유롭게 산행하고 싶다.
어쨌든 오늘 정말 고생 많았다, miss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