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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6.01.08 청계산(618m) 환종주

산행일시: 2016년 1월 8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과천 문원동 ~ 과천 매봉(응봉) ~ 절고개 ~ 이수봉 ~ 석기봉 ~ 혈읍재 ~ 매봉 ~ 옥녀봉 ~ 서울대공원 ~ 과천 문원동
산행거리: 14.2km
산행시간: 08:50 ~ 14:50
산행트랙:

청계산 20160108_0852.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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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오늘은 군자산을 가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4시 10분이었다.

아직 한 시간 정도 더 자도 되겠네.

잠은 안 오지만 산행을 위해 누워서 꼼지락거리다 5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그런데 씻고 거실에 나와 식탁 위에 있는 시계를 보니 7시 10분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다른 시계들도 다 7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알람을 맞춰놓은 시계가 건전지가 약해졌는지 늦게 가는 바람에 시간이 안 맞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산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ㅠㅠ

늦어서 뭘 못하게 되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인지라 멘붕이 왔다.

어떡해야 하나?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산행할 준비가 다 되어있는데 어디라도 가야지.

삼각산? 관악산? 청계산?

어딜 갈까 생각하다 찜해두었던 청계산 환종주를 해보기로 하였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종주를 하면 서울대공원을 끼고 한 바퀴 도는 것이다.

4시간 30분 정도면 될 거라는 말을 믿고 1시에 점심 약속을 해놓고 집을 나섰다.

과천 문원동 공원마을 어린이집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서울대공원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 나오는데 네이버 지도에는 전자고개라고 되어있다.

 

전자고개

직진하면 서울대공원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과천 매봉으로 가는 길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능선 길이다.

 

물론 이런 좋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니고 오르내리며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2km 정도 걸어가니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예수님 동상이 보였다.

 

영보수녀원이다.

나목 사이로 벌거벗은 채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올해 우리 교회 목표는 <예수님을 바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을 바로 보여주기는커녕 예수님이 욕먹지 않으시게 하기만 해도 좋을 텐데. ㅠㅠ

사람들이 나를 통해 무엇을 볼지 어깨가 무거워진다.

조금 더 가면 나무 테이블이 나온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 여기 와서 널브러져서는 대청봉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산행을 할 때는, 특히나 혼자 산행을 할 때는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아름답고 좋은 추억들도 있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있고.

후회하느냐고?

글쎄?

시간이 다시 되돌려진대도 또다시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름대로 심사숙고하여 최선을 다했던 거니까 결과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무언가 배울 수 있다면 실패조차도 좋은 경험이니까.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오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약수터가 나오고 오른쪽 나무계단으로 내려가면 로고스 센터가 나온다.

로고스 센터 지하 만나식당에서 4천 원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고, 1층 만나카페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값에 차를 마실 수 있다.

1층 카페 통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은 꽃이 피는 봄이나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이나, 단풍이 물든 가을이나, 흰 눈이 쌓이는 겨울이나, 어느 계절이나 아름답다.

내가 즐겨 찾는 장소이다.

이곳에서부터는 빡센 오름이 시작된다.

 

계단을 올라 조금 가면 두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를 깎아 만들어놓은 이정표가 재미있다.

소망교회에서 만든 이정표인 것 같다.

이곳에서도 로고스 센터로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왼쪽으로 망경대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빙 돌아 저기까지 갈 거다.

숨 가쁘게 올라가면 과천 매봉이다.

산행 기점에서부터 2.3km, 한 시간 걸렸다.

 

과천 매봉(응봉) 정상

과천 매봉은 응봉이라고도 하는데 <뫼> 자가 <매>로 표기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산봉우리라는 뜻이고 새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

네이버 지도에 보면 매봉산이라고도 표기되어 있지만 과천 시청에 문의한 결과 매봉산이 아니라 청계산 봉우리 중 하나란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과천 시내와 관악산이 한눈에 보인다.

 

흉물스러운 송전탑의 전선이 눈에 거슬린다.

오른쪽으로는 서울대공원과 경마장이 보인다.

 

이제 이수봉을 향하여 간다.

이수봉까지 3.2km라고 표시되어 있다.

 

계단을 내려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한동안 편안한 길이다.

가다 뒤돌아보니 송전탑에 가려진 과천 매봉이 보였다.

 

저 송전탑은 볼수록 점점 더 싫어진다. ㅠㅠ

 

과천 매봉에서 1.2km, 이수봉에서 2.1km 지점에 위치한 헬기장이다.

여기에서 500m 정도 내려가면 절고개다.

이정표에는 청계사 입구라고 표시되어 있다.

 

              절고개

내려왔으니까 올라가야지?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바위가 멋있는 망경대와 석기봉이 보인다.

이만큼 가까이 왔다.

 

왼쪽 봉우리가 망경대, 오른쪽 봉우리가 석기봉이다.

등로 옆 나뭇가지에는 소나무를 살리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앞으로 몇 십 년 후에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한에서 소나무를 못 볼지도 모른단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 길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ㅠㅠ

 

항상 그런 것이 아이러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해서 내수 경제가 안 살아난다는 기사가 실렸다.

소비를 하게 되면 폐기물이 있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쌓이면 환경에는 안 좋을 것이고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개발을 하게 되면 자연환경이 안 좋아지고, 소비를 안 하면 경제가 안 좋아지고.

개인적으로는 개발이니 문명이니 하는 것보다는 자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부터도 불편한 건 못 참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ㅠㅠ

조금 더 가면 청계사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청계사이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이수봉이다.

 

또다시 빡센 오름이 시작된다.

 

오름 중간에 있는 예쁜 전망대에서 한숨 돌렸다.

송전탑이 있는 과천 매봉, 두 팔을 벌려 과천을 안고 있는 관악산이 한눈에 보인다.

 

              관악산

관악산 뒤로 스모그가 짙게 깔려있었다.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잠깐 이수봉에 갔다 오기로 한다.

거리가 500~600m 밖에 되지 않는 데다 이미 오르막을 다 지나와서 평지와 같은 길이라 어렵지 않게 갔다 올 수 있다.

사진을 찍고 이수봉으로 향하려는데 친근하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옆을 보니 강동원 같은 오빠가 서 있었다!

등산복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월한 기럭지의 스탈남이다.

산이 아니라 패션쇼 장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 우월한 기럭지 때문에 쫓아가려니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  같다.

얼마 동안 같이 가다 "먼저 가세요."하고 아쉽게 강동원을 보내드렸다. ㅠㅠ

 

이수봉

과천 매봉에서 이수봉까지 1시간 20분 걸렸다.

이수봉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죄다 남자들이다.

어디 동문 산악회에서 왔나 보다.

이수봉에서 직진하면 하오고개를 지나 광백바우길로 연결된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 석기봉으로 향하였다.

 

이런 시설물이 있는 곳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이 법정탐방로, 왼쪽은 사고 위험으로 폐쇄된 비법정탐방로.

석기봉으로 가려면 비법정탐방로로 가야 한다.

거침없이 혼자서 비법정탐방로로 올라갔다.

이 아줌마 간이 부었네! ㅋㅋ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구.

석기봉 바로 아래에서 조망을 즐기며 잠시 쉬었다.

 

여기서 바위를 기어올라 석기봉 정상까지 갈 수 있는데 혼자 가기에는 아무래도 겁이 나서 포기하였다.

올라가는 건 가겠는데 항상 내려올 때가 더 무섭더라.

청계산 정상인 망경대는 군부대가 있어 갈 수가 없다.

대신 망경대 절벽 아래를 돌아가야 하는데 비법정탐방로는 길이 좀 험하다.

예전에 산악회를 따라 한 번 왔을 때는 엄청 벌벌대며 갔었는데 오늘은 혼자 가는데도 그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다.

옛 이정표가 그대로 남아있고 위험한 곳에는 밧줄도 달려있어 조심하기만 하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이다.

 

망경대에 있는 군부대

바로 이 군부대가 위치한 곳이 망경대 정상이다.

망경대를 돌아 법정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였다.

이제는 마음 편히 혈읍재를 지나 청계산 매봉으로 간다.

 

혈읍재

혈읍재 이정표에 보니 마왕굴이라고 있었다.

청계산에 굴이 있나?

나중에 알고 보니 굴이 아니라 커다란 바위라고 한다.

거리가 얼마나 될지 몰라 안 갔는데 다음에는 한 번 가봐야겠다.

12시가 넘어가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1시에 점심 약속을 해놓아서 점심도 안 가지고 왔는데 매봉 올라가서는 뭐라도 먹어야겠다.

 

매봉 정상

매봉에도 역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에는 학생들이다.

과에서 단체로 왔는지, 한참 시끄럽게 재잘대다가 사라진다.

매봉에서 바라본 강남 쪽은 스모그가 짙게 깔려있었다.

 

에너지바를 하나 먹고 매바위로 향하였다.

잠실 쪽에서 한참 신나게 올라가고 있는 롯데 빌딩이 보였다.

역시 스모그가 짙게 깔려있었다.

 

매바위 정상

계단을 내려가면 특전용사충혼비 표시가 나온다.

 

여기 이런 게 있었나?

50m만 가면 된다기에 가보았다.

 

특전용사충혼비

1982년 공군 수송기로 이동 중 추락해 사망한 53명의 특전사 군인들을 위한 충혼비이다.

조국을 지키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그분들의 몫까지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문바위를 지나,

 

돌문바위

옥녀봉을 향해 계단을 내려갈수록 점점 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옥녀봉에 도착하여 뻥 뚫린 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관악산을 바라보았다.

 

옥녀봉 정상

이제 이곳에서 서울대공원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전망대 아래 철책 쪽에 개구멍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새로 철조망을 쳐놓아서 빠져나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옥녀봉에서 장사를 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그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새로 철조망을 쳐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철조망을 들어줄 테니 나가보라고 하신다.

그분이 안내하는 곳을 보니 약간 철조망 틈새가 벌어져있었다.

철조망을 들어주시는 동안 배낭을 먼저 밀어놓고 빠져나갔다.

 

(날 도와주신 상인)

고마운 분이다.

뭐라도 팔아드렸어야 하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꼭 사 먹어야지.

이제부터는 또 비법정탐방로이다.

옥녀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초반에 무척 가파르다.

 

낙엽이 수북이 깔린 급경사 내리막을 먼지 풀풀 날리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망경대가 보였다.

 

한동안 내려가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음, 어디로 가야 하나?

비법정탐방로의 문제점은 이정표가 없다는 것이다.

길을 모를 경우 갈림길이 나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난해하다. 

그저 나의 천부적인(?) 방향 감각을 믿고 가보는데, 이 길이 아닌가?

너무 오른쪽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다 경마장으로 빠지는 거 아냐?

아까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계곡을 타고 갈 걸 그랬나?

여기서 사고가 나도 구하러 오려나?

왜 비법정탐방로로 갔느냐고 혼내지 않을까?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닌가 불안한 데다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하여튼 속까지 이상하다.

사탕과 초콜릿만 줄기차게 먹어서 그런가?

아까 옥녀봉에서 어묵이라도 사 먹을 걸 그랬나?

뭐, 한 끼 안 먹었다고 죽기야 하겠어?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혼자 구시렁대며 가다 보니 내가 찾던 초록색 펜스가 눈에 띄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런데 이곳에도 펜스에 연이어 새로 철조망을 쳐놓았다.

철조망을 따라가노라니 역시 누군가 또 철조망을 우그러뜨려놓았다. ㅋㅋ

 

그리고 떡 하니 산악회 리본까지 달려있다.

대~단한 산꾼들이야.

그다음에도 갈림길이 몇 번 나오지만 역시 본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ㅋㅋ

서울랜드에서 나는 방송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놀이기구가 눈에 띄었다.

 

산을 내려가면 서울대공원 외곽도로가 나오고 길 건너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정문 매표소 방향으로 가면 코끼리열차가 다니는 길이 나온다.

서울대공원 호수에는 살얼음이 끼어있었다.

 

이곳에서는 삼면이 다 산이다.

 

청계산

과천 매봉

관악산

코끼리열차 매표소 옆에는 반려동물입양기관이 있었다.

 

유기견들을 입양시키는 곳이라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런 책임 없는 사람들 정말 싫다.

불쌍한 강아지들.

문원동 공원마을 어린이집 앞으로 돌아가 청계산 환종주를 마쳤다.

오늘 아침 어이없이 버스를 놓쳐서 군자산을 못 가게 되었을 때는 정말 황당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산행을 하며 생각해보니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대간 29차 산행을 위해 미리 혼자 산행하는 연습을 하게 하신 것 같다.

내가 너무 걱정을 하니까 자신감을 심어주려 하신 것 아닐까?

내 나약함의 한계를 한 껍질 벗기는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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