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약한 비)
장소: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비 오는 금요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으로 전시를 보러 갔다.
시청역 1번 출구로 나가 덕수궁 돌담을 따라간다.
중학교 3년 내내 다녔던 길이다.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이 길을 걸어 다녔는데...
언제든 지금이 제일 좋을 때임을 기억하며 살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전에 법원이었던 자리 같은데?
올해가 천경자 탄생 100주년이라 그와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었다.
먼저 3층으로 올라가 천경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22명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전을 보았다.
이후 2층으로 내려가 <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는 천경자의 작품들을 보았다.
천경자 <내 슬픈전설의 22페이지>
천경자 <생태>
천경자 베트남 관련 작품들
박인경 <장터 가는 길>
금동원 <음>, <양>
문은희 <작품>
천경자 <사군도>
천경자 <그라나다의 도서관장>
이인실 <만추풍정>
차명희 <상상>, <소리>
두 전시회에서 본 작품들은 동양화로 분류된다.
그전까지는 동양화=수묵화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천경자는 동양화를 채색화로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니 당연히 공격이 많았겠지.
미술계에서도 한국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나 보다.
당시 화가들은 "한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화란 한국적인 소재, 한국적인 재료, 한국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천경자는 "... 한국화를 운운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쇄국적이고 협소한 굴레에 매어 달리는 격밖에 안 되는 것이다... 자유로운 창작적 개성 속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한다면 그것이 곧 한국의 독특한 미가 생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디에서 많이 듣던 말인데?
이거 제1세대, 제2세대, 제3세대 작곡가들이 하던 말 아닌가?
음악이나 미술이나 똑같았네.
그렇게 "자유로운 창작적 개성 속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한 작품들은 보니 하나로 분류하기 힘들 만큼 참으로 다양하였다.
완전히 전통적인 수묵화와 같은 작품들도 있고, 고갱의 그림같이 강렬한 채색화도 있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세밀화부터 현대적인 추상화도 있다.
음악에서건 미술에서건 무엇이 "한국적"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마도 결론을 내기 힘들 것 같다.
예전에 이날치 밴드의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이 그토록 제3세대 작곡가들과 한국음악학회에서 찾아 헤매던 "한국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적이면서, 대중적이면서, 세계적일 수 있는 음악.
"한국음악"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결론은 창작자들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한국음악, 한국화는 해방 이후 밀물 듯이 들어온 서양 문화에서 우리 것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문화적 식민주의를 경계해야 할 때는 지났고, 또 창작이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이런 작품도 나오고 저런 작품도 나오고, 그런 과정에서 한국음악, 한국화도 나오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