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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12.03 (양구) 사명산(1,198m)

산행일시: 2015년 12월 3일 목요일 (눈)
산행코스: 웅진리 ~ 월북현 ~ 사명산 ~ 문바위 ~ 추곡 약수 ~ 약수골
산행거리: 11.8km
산행시간: 09:40 ~ 15:40
산행트랙:

사명산 20151203_0939.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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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지난 화요일 설악산 은벽길을 갔다 온 후 허벅지가 뻐근하다.

하산할 때 너무 힘들었나 보다.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나의 개똥철학.ㅋㅋ

그리하여 양구와 화천, 춘천, 인제까지 네 고을을 조망할 수 있다는 뜻의 사명산(四明山)으로 향하였다.

예전에 양구를 가려면 반나절이 넘게 걸렸던 거 같다.

시외버스를 타고 가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하던 곳인데.

그 옛날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양구 웅진리 사명산 안내판 앞에서 등산을 시작하였다.

 

가늘게 눈발이 날리는데 안내판 옆 계곡에는 물이 힘차게 쏟아진다.

 

임도를 만날 때까지는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이다.

 

등산로를 따라 옆으로 난 계곡에서는 아닌 겨울에 물소리가 시원하다.

여름에 이렇게 좀 물이 흘러내리지. 

 

눈을 들어보니 저게 뭐지?

꽃은 아닐 텐데.

 

후미로 늦게 출발한 나는 임도를 만나는 곳에서 다른 산우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임도에서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는 길은 좀 급한 오르막길이다.

 

조금 올라가면 박수근 미술관이 있는 안대리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가 월북현인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50분 정도 걸렸고, 정상까지는 2.4km라니 1시간 내지 1시간 30분이면 가지 않을까?

능선 길을 따라 산우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갔다.

 

사람들은 눈이 내려 멋있다고 난리들인데 난 운악산에서 너무나 멋진 심설산행을 해서 그런지 그냥 그렇다.

이것도 눈이라고.ㅋㅋㅋ

요런 쉼터도 지나고,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가면 어느덧 정상이다.

 

사명산 정상

날씨가 맑으면 가리산과 명지산, 화악산, 대암산, 설악산, 점봉산까지 보이며 소양호와 파로호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꽝이다.

동시에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지.

인생은 이렇듯 항상 <이거 아니면 저거>인 것 같다.

 

(날씨가 맑으면 이렇게 보인단다.)

정상을 지나니 눈발이 점점 굵어져 제법 심설 산행 기분이 난다.

 

(N자 모양 나무는 백덕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가던 크림빵 님이 수제 단팥크림빵을 주어서 먹었다.

사과와 귤도 얻어먹었는데 빨리 먹고 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나중에는 한입에 빵과 사과, 귤을 다 넣고 먹었더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ㅠㅠ

하긴 어차피 배 속에 들어가면 다 섞이니까.

단팥과 크림을 얼마나 두툼하게 넣었는지 그 빵 하나 먹었는데 하산할 때까지 배가 안 고파 점심을 먹지 않고도 산행할 수 있었다.

함께 가던 선두들도 단팥크림빵을 먹고 원기 충천했는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오랜만에 혼자 산을 즐기게 되었다.

이곳에도 특이하게 생긴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하나하나 사진을 다 찍었을 텐데 이제는 웬만한 건 그냥 pass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편안해지는 만큼 경이로움은 사라지니까.

 

(용머리같이 생긴 나무)

홀로 1004봉에 도착하였다.

 

금강산 매자봉으로부터 시작하여 휴전선을 넘어 도솔산과 사명산을 지나 우두산에 이르기까지 124.1km를 도솔지맥이라 한다는데, 아까 안대리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부터가 쭉 도솔지맥 길이다.

1004봉을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대장님이 계속 추곡 약수만 따라가라고 하셨지?

추곡 약수 방향으로 우회전.

눈 속에서 혼자 노래를 불러가며 가다가 깊은 산중에 조용히 잠들어있는 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룰루랄라 걸어갔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파로호 쪽은 구름이 밀려나가며 조망이 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에 가려 시원하게 볼 수는 없었다.

 

칠성탑에 도착하자 비로소 탁 트인 조망이 나타났다.

 

칠성탑 

칠성탑 맞은편으로는 문바위가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칠성탑과 문바위 사이에 흔들다리가 있었다는데 철거하였다고 한다.

이 사이를 흔들다리로 건너가면 스릴 만점일 텐데 아쉽다. ㅠㅠ

 

문바위 

문바위 쪽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세 개나 달려있었다.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혼자 가는 산길에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ㅠㅠ

문바위는 음기가 강해 여인들의 기도가 잘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정성껏 소원을 빌면 없던 재물도 생기고 재앙도 사라지고 자식도 생기고 집 떠난 남편도 돌아온다나?

문바위 밑에도 삼거리가 있다.

역시 추곡 약수 쪽으로 go go.

 

문바위에서 추곡 약수로 가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이거나 급경사 산 사면이다.

아이고, 이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길인데. ㅠㅠ

게다가 도솔지맥이 동북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동안 산에 막혀있던 북풍이 여지없이 불어 닥친다.

잔뜩 웅크린 채 비틀대며 걸어가는 내 모습을 누가 봤더라면 '웬 꼬부랑 할머니가 산에 왔나?' 했을 것 같다.

금방 오른쪽 뺨이 얼어붙는다.

또다시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트니 비로소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삼거리에는 연리목이 있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칭칭 동여매고 사랑한다면 징그러울 것 같다.

사랑이란 참으로 어렵다.

사랑이란 기본적으로 <구속>되는 것인데, 그 구속이란 것의 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강하면 질려버릴 테고 너무 약하면 서운할 테고.

<추곡약수 0.8km> 이정표가 나오면 이런 길을 내려가야 한다.

 

저 길 끝에 추곡 약수가 있나 보다.

눈은 비로 변했는데 차라리 눈 쌓인 길이 낫지 낙엽이 젖은 이런 길은 더 미끄럽다.

넘어지거나 굴렀다가는 나 혼자 어떡하나?

조심조심 내려가면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니, 그런데 왜 추곡 약수까지가 0.9km야?

도대체 이정표 상의 거리는 믿을 수가 없다.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아스팔트 길이 나오고 마을이 나타난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니 약수터 같은 게 보였다.

 

이게 추곡 약수인가?

추곡 약수라는 이정표를 하도 봐서 그런지 굉장히 대단한 약수터일 줄 알았는데 너무 허접하네.

어쨌든 한 모금 마셔봤다.

맥반석 암반수라 그런지 돌맛(?)이 났다.

그런데 조금 더 내려가니 추곡 약수 안내판이 나타났다.

 

어쩐지~~.

왼쪽으로 230m를 가면 추곡 약수가 나온다.

 

추곡 약수 

사람들은 근처 수퍼에서 물통을 사서 약수를 한 통씩 들고 내려갔다.

졸졸졸 흐르는 그 약수를 받아 어느 세월에 저 통을 다 채웠을까?

난 그런 정성이 없으니까 그냥 맛이나 보고 가자.

안내문에는 감초 맛이 난다고 하였는데 철분과 탄산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대장님이 4시까지 내려오라고 하셨는데 아직 20분 남았으니까 오늘은 산행을 꽤 잘한 것이다. ㅋㅋ

내가 혼자 여유 부리며 산행을 해서 그렇지 5시간이면 산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그나마 눈이 내려서 괜찮았지만 정상과 문바위를 빼면 조망이 막혀 좀 답답한 산행이 될 것 같은 사명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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