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흐리고 눈)
산행코스: 하판리 두부마을 입구 ~ 현등사 ~ 절고개 ~ 동봉(정상) ~ 서봉 ~ 원점회귀
산행거리: 8.0km
산행시간: 09:30 ~ 14:10
산행트랙:
등산지도:
어제 내린 비가 얼어붙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며 가평으로 향하였다.
하판리 두부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간간이 눈발이 나부끼는데 산 위는 온통 하얗다.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린다.
얼어붙은 눈길이 괜찮을지 걱정을 하며 스패츠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매표소로 올라가다 보니 <지붕 뚫은 소나무>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나무를 잘라버리는 것이 더 쉬웠을 것 같은데 어떤 목적으로 그러했건 자연을 해치지 않고 건축을 한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매표소는 멀쩡히 있지만 입장료를 받지는 않는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는 운악산 시비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다 순국한 조병세, 최익현, 민영환을 기리는 삼충단이 있다.
삼충단
그리고 정면에는 현등사 일주문이 있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면 눈썹바위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사진에 있는 이정표 뒤쪽 계단(망경로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눈썹바위 쪽으로 올라가서 현등사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등산코스이지만 바위가 얼어붙으면 암릉을 타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아 오늘은 현등사로 가서 원점 회귀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백년폭포는 내려오면서 보기로 하여 skip 하고 무우폭포를 구경하였다.
무우폭포
비가 와서 계곡이며 폭포가 그나마 볼 만하다.
무우폭포에서 조금 더 가면 민병환바위가 나온다.
오른쪽 윗부분에 <閔泳煥>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민영환바위
매표소에서 현등사까지는 1.7km 정도이다.
현등사도 pass.
이곳에서 왼쪽 절고개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이전까지 아스팔트이던 길이 비로소 등산로로 바뀐다.
정상까지는 1.64km란다.
올라갈수록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순백의 세계로 변하였다.
산 중에 폐가도 보이고.
아이젠을 하고 계속 올라가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 이르니 보이는 것이 온통 눈 천지이다.
산 아래도 하얗고,
산 위도 하얗고.
바닥에 눈이 좀 깔려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왔는데 이게 웬일이람?
완전 로또 당첨되었다!
밧줄을 잡고, 난간을 잡고 바윗길을 올라가니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코끼리가 산을 지키고 있었다.
코끼리바위
절고개에 이르러 한숨 돌리고 정상을 향하여 나아갔다.
악산이라 어느 코스로 오르건 바위가 있는데 절고개에서 정상까지는 그래도 계단을 설치해놓아 위험하지는 않았다.
잔뜩 흐린 날씨에 조망은 포기해야 하지만 뜻하지 않은 심설 산행에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그동안 무거웠던 머리가 찌뿌둥한 날씨와는 반대로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산이 좋다니까. ^^
날은 흐리지만 다행히 남근석을 식별할 수 있을 만은 하였다.
남근석
갈수록 눈발은 굵어지고 커진 눈송이만큼 내 마음도 편해졌다.
정상인 동봉에 도착.
동봉/비로봉(운악산) 정상
동봉에는 정상석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동봉 표지석, 또 다른 하나는 비로봉 표지석인데 일반적으로 운악산 정상은 비로봉보다는 동봉으로 알려져 있다.
동봉에서 사진을 찍고 지난번에 왔을 때 못 가서 아쉬웠던 서봉으로 향하였다.
서봉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눈꽃 터널이었다.
상고대와 눈꽃이 동시에 핀 모습이 사뭇 경이롭다.
지난 화요일 소백산 상고대를 보고는 예쁘다고 난리들이었는데 오늘은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진짜 오늘은 별 기대 없이 산에 왔는데 뜻밖의 선물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다.
너무 좋아서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다.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배꼽시계가 울릴 생각을 안 한다.
예전에는 정확하게 12시 30분이면 울려댔는데...
서봉 정상
서봉을 찍고 다시 동봉으로 돌아가 절고개로 향하였다.
새로이 백호능선이 열렸다고 하여 그리로 가보고 싶었지만 눈이 많이 와서 등로를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안전하게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아까 지나쳤던 현등사를 구경하였다.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이 인도에서 불법을 전하기 위해 건너온 마라가미 스님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신라 시대 인도와의 교류가 있었다는 말이고, 신라가 경기도 북부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했었다는 말이다.
함허당득통탑과 석등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현등사 축대
현등사 삼층석탑(원래는 5층이었다고 한다.)
보조국사가 절을 중창하면서 지기(地氣)를 누르기 위해 세웠다는 지진탑
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모든 근심, 걱정이 씻겨나가길 바라며 108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아스팔트 길을 걸어내려 가며 아까 skip 했던 백년폭포를 구경하고 매표소로 돌아갔다.
백년폭포
눈에 정신이 팔려서 점심도 안 먹었지만 배고픈 줄도, 힘든 줄도 모르고 한 산행이었다.
그리고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