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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4.01.12 영화 <인투 더 월드> (Migration)

날짜: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맑음)
장소: 롯데시네마

 

금요일 조조 영화, 오늘도 단독 관람이다. ㅎ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 미니언즈가 나오는 <달 탈출>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이후 <인투 더 월드> 상영.
오랜만에 내 수준에 맞는 영화를 보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라고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전달 형식만 다를 뿐이지 전하는 내용은 더 심오할 수도 있다.
그런데 똑같은 내용이라도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난 더 감동(?)이 되는 것 같다.
철없는 사람이라 그런가? ㅎ
<인투 더 월드>는 청둥오리 가족이 안전한 연못을 떠나 자메이카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돌아갈 곳이 없으면 방랑이겠지.
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간다는 것은 짧은 여행과는 다를 것이다.
젊은 시절 부모님과 교수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갔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해외 나가는 것이 매우 드물고 힘든 때였으니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고집을 부려 유학을 가게 되기는 했는데 막상 비행기를 타고나니 덜컥 겁이 났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나에게는 그야말로 "인투 더 월드"였던 것이다.
막막한 심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이후의 유학 생활도 녹록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의 경험이 나를 잡초까지는 아니더라도 훨씬 강하게 만든 것 같다.
이후로 항상 떠나기를 꿈꾸며 살아간다.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모험을 해보는 것을 말하는데 사실 난 그런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겁이 많고 왕 소심에 내성적인 나에게 변화는 두려운 것이다.
영화에서 아빠 오리가 말하듯 "두려움은 소중한 생존 스킬"이니까 무모한 것보다는 두려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하게만 산다면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내가 하지 못한 것 때문에, 내가 놓쳐버린 것 때문에 후회하게 될까 봐 애써 용기를 낸다.
그야말로 사서 고생일 수 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크기 때문에, 그리고 얻게 될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그것이 고생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하는 게 맞는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마다 이것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온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이 생각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고 철이 없다고 한다면 난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난 아직도 가고 싶은 세계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