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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3.10.03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날짜: 2023년 10월 3일 화요일(맑음)
장소: 롯데시네마

 

 

연휴 마지막 날이다.
여행 후유증으로 병이 나서 아픈데  계속해서 전해오는 슬픈 소식에 마음까지 아프다.
이럴 때는 나가야 한다.
몸이 아파 산행은 못하니까 대신 재미있는 영화를 봐야지.
버스를 타러 가는데 공원 앞 분수대에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 하나에 급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인데 다들 나더러 이성적이라고 하는 걸 보면 내가 연기를 꽤 잘하나 보다. ㅋ

 

오늘 간택된 영화는 요새 흥행 1위를 달리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이다.
영화를 보면서 신나게 웃으려고 간 건데 예상과는 달리 호러물이라 잔뜩 웅크리고 봤다.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만화스러워서 심하게 무섭지 않아 다행이었다.
난 무서운 영화가 싫거든.
이 영화는 그야말로 주인공이 확실한 영화이다.
어차피 다들 강동원을 보러 갔을 테니까 상관없겠지만.
강동원표 연기가 실망스럽지 않게 나온다.
그런데 이 오빠는 왜 늙지도 않냐?
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데.
영화는 속편을 만들 멍석을 깔아놓고 끝난다.
사실 영화는 왜 이게 흥행 1위인지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사운드 트랙에 가라앉아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예술음악 분야에서 못하는 것을 대중음악 분야에서 해내고 있다는 생각은 이미 몇 년 전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듣고 느낀 바이다.
<범 내려온다>는 대놓고 한국적이었던 반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보다 자연스럽다.
아, 예술음악을 한다는 사람들은 그동안 뭐하고 있었나?
80년대 한국음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20년 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한국현대음악이라는 것이 정착할 줄 알았다.
그런데 3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고, 이제는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1세대 작곡가들이 다 돌아가시고, 2세대 작곡가들도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
3세대를 이어 4세대가 나올 줄 알았지만 명맥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물질만능주의의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강력한 추진력이 되는데 경제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영화 이야기 하다가 삼천포로 샜는데, 어쨌든 영화보다는 음악에 꽂혀서 영화관을 나섰다.
어느 분야에서건 하고 있으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