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년 9월 13일 수요일 (비)
장소: 롯데시네마
난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싫다.
햇빛이 없으면 광합성을 못해서 시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울해지기 쉬운 날에는 영화를 봐야지. ^^
그중에서도 세상만사 다 잊고 최대로 몰입할 수 있는 추리물이 제격이다.
마침 포와로가 돌아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핼러윈 파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케네스 브래너의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 세 편 중 가장 훌륭(?)하다.
이전의 두 작품은 화려하고 가벼워서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오락물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은 가장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물답다.
텅 빈 영화관에서 보려니까 더 으스스했다.
하지만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은 길었던 반면 어떻게 범인을 찾아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서 좀 아쉬웠다.
난 영화보다는 소설이 좋다.
감독이 어떻게 소설을 형상화했는지 보는 게 흥미롭기는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내 상상력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처 내가 캐치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나와는 다르게 생각한 부분들을 영화에서 보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에서 얻은 두 가지 교훈.
첫째, 누구나 자신의 망령을 품고 살아간다는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며,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내 마음 속에 그리는 것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내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둘째, 늙고, 육신이 약해지고, 마음이 약해지면 헛것을 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