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0월 6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미시령 유원지(폭포민박) ~ 말굽폭포 ~ 울산바위 서봉 ~ 울산바위 동봉 ~ 계조암 ~ 설악동
산행거리: 12.9km
산행시간: 09:55 ~ 18:40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랜 전부터 벼르던 울산바위 서봉을 가게 되었다.
하여튼 좋다는 덴 가봐야지. ^^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타고 한화콘도 앞에서 내렸다. (버스 비 17,300원)
길을 건너 택시를 타고 미시령 유원지에 있는 폭포민박으로 갔다. (택시비 5,160원 / 033-639-1000)
폭포 민박 뒤로 가면 울산바위가 보이는 공터에서 말굽폭포로 가는 길이 연결된다.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그 길을 따라가면 말굽폭포 상단으로 가게 되어 있어서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계곡으로 내려가 계곡을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계곡을 타고 가다 보니 이리 건넜다 저리 건넜다 쉽지 않고 물 때문에 갈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올라가서 정규 등산로(?)에 합류하였다.
말은 안 하지만 동행한 산우들이 이 좋은 길을 놔두고 왜 생고생을 하려 했느냐고 하는 것 같다. ㅎ
2km 정도 가면 말굽폭포 상단에 도착한다.
말굽폭포 상단
말굽폭포 아래로 내려가려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되돌아가서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밧줄이 있어도 조심스러웠다.
아래로 내려가니 이렇게 멋진 폭포가 있었다.
말굽폭포
물이 너무 맑아서 풍덩 뛰어들고 싶었다.
여기가 하산 지점이라면 당연히 알탕을 해야 하는 건데.
무지 아쉽다. ㅠㅠ
바위를 타고 이 폭포를 바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늘 우린 무리하지 않기로 하였다.
폭포를 타고 올라가면 폭포 중간에 있는 조그만 탕도 볼 수 있다는데 다음에는 중간까지 만이라도 올라가 봐야겠다.
여기에서 울산바위 서봉으로 가는 길을 잠시 헤매었다.
블로그를 몇 개 읽어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계곡을 따라 폭포민박 쪽으로 10~20m쯤 되돌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그런데 우린 계곡을 내려가다 아닌 것 같아서 아까 내려왔던 급경사 길로 올라가 폭포 상단으로 갔다.
폭포 상단의 계곡을 건넌 후에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
왼쪽으로 구부러지는 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 계속 가다 보면 폭포 아래쪽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상당히 가파르다.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둘레길 같은 길을 룰루랄라 걸어가면 출입금지 표시판이 나온다.
학사평 ~ 울산바위 구간을 "영구" 출입 금지한다는 안내문이다.
한시적인 게 아니라 영구 출입금지란다. ㅠㅠ
괴로우면 이런 거 안 읽고 가는 게 상책이다.
이 출입금지 표시판 뒤로 길이 잘 나있다.
이렇게 좋은 길이 있는데 영구 출입금지라니!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그다음에 삼거리가 또 나오면 빨간 리본이 있는 쪽으로 직진한다.
나뭇가지로 막아놓은 오른쪽 길은 황철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 삼거리를 지나고 나면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길은 점점 더 가파르게 올라서더니 산사태가 난 것 같이 잔돌이 깔린 급경사 지역이 나왔다.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오른쪽 숲길로 올라가는데 정말 힘들고 열이 났다.
지난주 금요일 명성산에서 추웠기 때문에 설악도 쌀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늘은 덥다. ㅠㅠ
왜 이리 날씨가 오락가락하는지 모르겠다.
힘들게 올라가니 비박터가 나오고 서봉 아래 마당바위가 나타났다.
넓은 마당바위에 앉아서 서봉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오늘 사람도 없어서 이곳이 전부 우리 세상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문바위가 나온다.
문바위
이 문을 통과해 직진하면 동봉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일단 왼쪽 바위 구간을 통해 서봉으로 올라갔다.
위험 구간에는 밧줄이 있지만 그래도 오금이 저린다.
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밧줄이 끊어져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을 해가며 올라갔다.
10분쯤 올라가니 앞이 탁 트이며 이렇게 넓은 마당바위가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숨이 턱 막히는 절경이 나타났다!
울산바위와 저 멀리 달마봉까지 당당히 서있는 모습이 정말 사람 가슴을 뒤흔들어놓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어?
세상에 어떤 남자가 내 가슴을 이렇게 떨리게 만들 수 있겠어?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고 난리부르스를 쳤다.
너무 아름답고 멋있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런 게 소위 aesthetic experience 일 텐데 그런 말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저 백문이 불여일견.
왼쪽으로 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가파르고 잔돌이 깔린 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러웠다.
위에 올라가서 또다시 감탄하고 소리 지르고 찰칵.
아, 이런 데서 별 보며 자고 싶다!!!!!
다시 마당바위로 내려가 암릉을 타고 동봉 쪽으로 조금 가보았다.
이게 돼지바위라는 건데 찍는 위치가 잘못되어서 돼지처럼 안 보인다. ㅠㅠ
돼지바위
아슬아슬하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는 2층 바위도 있고,
키세스 초콜릿 바위도 있다.
작으니까 잘 찾아보시길.
이 암릉을 타고 동봉까지 갈 수 있을까?
물론 금지 구간이니까 그렇게 간 사람들은 없겠지만 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얼마나 아찔하고 재미있을까?
커피와 케이크, 쿠키를 먹으며 신선놀음을 한 후 아쉬움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내려가기 싫은데, 더 있고 싶은데, 힝. ㅠㅠ
나중에 동봉에서 만난 분 말로는 서봉 마당바위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단다.
그렇게 험하지 않다는데 다음에는 그 루트를 찾아봐야겠다.
다시 문바위로 가 문을 통과하여 울산바위 아래 길을 따라 동봉 쪽으로 갔다.
이후 숲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단풍이 많이 들었다.
길을 따라 한참 가다 보니 너무 아래로 내려가는 거 아닌가 싶었다.
앞서 가던 산우님이 잘못 왔다고 하신다.
다시 되돌아 올라가 처마바위(?)까지 갔다.
이 바위에 흰색 화살표가 있는데 그 화살표 방향이 우리가 내려갔던 길이다.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야?
위로 가란 말인가?
처마바위 위로 올라가 보았다.
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동봉 쪽으로 계속 가보는데 숲을 헤치고 가는 길이 쉽지 않다.
그리하여 40분 넘게 알바를 하다가 결국 다시 처마바위로 와서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였다.
훌륭한 비박터를 지나면,
출입금지 표시판이 나온다.
그냥 길만 따라갔으면 되는 건데 너무 믿음이 부족했었나 보네. ㅎ
출입금지 표시판을 지나니 밧줄이 쳐있고 동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조암 바로 위다.
서봉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고 알바를 하느라 또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동봉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아무렴.
난 아직 동봉을 못 가봤거든.
그리고 여길 또 언제 와보겠어?
산은 항상 그대로라지만 내가 그대로가 아닐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지친 몸을 이끌고 기다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200m쯤 올라가니 울산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캬~~ 여기서 이렇게 올려다보는 모습도 정말 멋있네.
권금성과 그 뒤로 화채봉, 오른쪽으로 공룡능선과 그 뒤로 대청, 중청도 보인다.
진짜 설악산이 멋있긴 멋있구나!
여기까지는 그래도 힘이 남아있었는데 이후 동봉까지 올라가는 600m는 고행의 길이었다. ㅠㅠ
에고, 다리야. ㅠㅠ
에고, 힘들어. ㅠㅠ
에고, 더워라. ㅠㅠ
차가운 물 한 모금만 마시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드디어 동봉에 도착하였다.
경치도 끝내주게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동봉에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차가운 음료를 팔고 있다는 사실!
동봉 한쪽에는 허름한 긴급대피소가 있었고 매점(?)도 있었다.
그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아저씨 두 분이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시면서 시원한 음료 한잔 하라고 영업(?)을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마셔야만 했기에 시원한 블루베리 주스를 사서 마셨다.
오천 냥!
하지만 난 만원이라도 사서 마셨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장사를 하나?
국립공원 직원인가?
우리더러 어디로 왔느냐고 해서 서봉을 갔다가 왔다고 하니까 거기 금지 구역이라며 자기가 잡는 사람이라고 한다.
다음 주부터는 단속이 강화된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하시고, 마당바위 아래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참 강원도 인심 좋다. ㅎㅎ
동봉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 모습도 정말 멋있다.
하지만 계단으로 올라가는 동봉보다는 바위 길을 타고 올라가는 서봉이 오만 오천 배 더 좋다. ^^
5시가 넘었으므로 서둘러 동봉을 내려갔다.
계조암에 도착하여 흔들바위도 한 번 밀어보고 내려갔다.
계조암
흔들바위
신흥사를 지날 때에는 이미 어두워져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산 위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 카 승강장의 불빛이 보인다.
왜 그 불빛에 그리도 마음이 평안해지는지.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울산바위,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