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맑은 후 흐림)
산행코스: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 대피소 ~ 봉정암 ~ 소청 대피소
산행거리: 11.4km
산행시간: 12:10 ~ 17:20
산행트랙:
등산지도:
잔여 석에 대하여 선착순 예약을 받는데 운 좋게도 소청 대피소 예약이 되었다!
들뜬 마음으로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서 내렸다.
용대리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백담사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1km 정도 걸어가야 한다.
셔틀버스가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운행하면 좋겠건만 그 사이에 즐비해있는 음식점들을 위하여 일부러 셔틀버스 정류장을 멀찍이 떨어뜨려놓은 것 같다.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100m도 넘게 줄을 서있었다.
다행히 버스가 연달아 와서 30여분 기다린 끝에 셔틀버스를 탈 수 있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9시 5분 버스를 탄데다가 셔틀버스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보냈더니 12시 10분이 되어서야 백담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렴동 계곡은 물이 바싹 말라 있었다.
가뭄에 속수무책인걸 보니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별 수 없는 것 같다.
하루속히 비가 시원하게 내리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백담 탐방안내소를 지나니 단풍이 눈부시다.
이걸 보려고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들었는데 실망시키지 않네.
단풍에 물든 숲길을 걸어가노라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I'm so happy!
평지에 다름없던 길은 영시암을 지나면서 굴곡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관광객들이 걸러지는 첫 번째 관문이다.
영시암
반 이상의 사람들은 영시암까지만 왔다 가는 것 같았다.
이후 오세암, 봉정암 갈림길에 도착하니 오세암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다들 봉정암으로 향한다.
어디선가 봉정암에 가는 사람들이 버스 열 대로 왔다고 한다.
수능이 가까워져서 그런가?
수렴동 대피소로 가는 길에 와이프와 단풍 구경을 하러 온 k현민 님을 만났다.
이렇게 만나니 무척 반갑다. ^^
백담사에서 수렴동 대피소까지는 4.7km.
수렴동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구곡담 계곡으로 올라갔다.
수렴동 대피소
물가라 그런지 단풍 색깔이 더욱 선명하다.
이게 만수폭포인가?
날도 덥고 물이 너무 맑아서 풍덩 뛰어들고 싶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백운동 계곡과 만나는 지점이 보였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이 백운동 계곡이다.
고사목이 서 있는 것을 표시로 삼으면 된다.
다리에 <대청봉 5.5km>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이후 길은 다소 험해진다.
경사가 심해지며 너덜길이 나타난다.
얼마쯤 올라가니 꽤 큰 폭포가 나온다.
아마 이게 용손폭포 아닐까?
용손폭포
폭포 옆으로 난 긴 계단을 올라가 폭포를 건넌 다음 올라가니 또 폭포가 나온다.
이건 용아폭포일 듯싶다.
물이 많았으면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용아폭포
다시 폭포 옆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협곡이 정말 멋있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폭포는 쌍용폭포이다.
쌍용폭포
쌍용폭포는 전체 모습을 찍기가 어려웠는데 가뭄에 좌우 양쪽의 폭포 줄기가 전혀 이름에 걸맞지 않게 힘이 없어 보였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쌍용폭포까지는 4.3km이고, 쌍용폭포에서 봉정암까지는 1.6km 남았다.
쌍용폭포 상단에서 잠시 발도 씻고 휴식을 취하였다.
다시 길을 가다 보니 바위에서 옆으로 자라는 나무가 있었다.
용봉산에서도 옆으로 자라는 나무를 보았는데, 바위틈에서 자라는 것도 신기하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채 옆으로 자라는 것도 신기하다.
그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결국 어떤 모양이건 살아낸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봉정골 입구에서 봉정암까지는 500m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500m가 죽여준다. ㅠㅠ
이런 길을 올라가서는,
또 이런 길을 올라가야 한다.
어차피 소청 대피소에서 잘 테니까 경치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봉정암으로 가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힘들어하신다.
땀을 뻘뻘 흘리고 힘들어 비틀대면서도 불심에 의지해 올라가는 모습이 왠지 짠해 보였다.
힘든 오르막 끝에는 사자바위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 뒤쪽으로 올라가면 사자바위가 있다.
사자바위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정말 멋있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벌벌 떨고 있다는.
사자바위에서 봉정암이 보인다.
몇 분의 아주머니들이 봉정암을 향해 손은 모은 채 불경을 합창(?)하고 있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그들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봉정암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절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리탑에서 바라본 봉정암)
사리탑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직도 남아있는 쑥부쟁이를 보았다.
올해 설악에 남은 마지막 야생화가 아닐까?
쑥부쟁이
사리탑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봉정암 사리탑
힘들게 이 높은 산을 오르는 불자들의 모습에서, 봉정암을 바라보며 불경을 외우는 모습에서, 추운 날씨에 사리탑 앞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기도를 하는 모습에서 새삼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도 이런 열의가 있는지.
하나님을 향한 이런 사랑이 있는지.
내 믿음에 좀 더 행동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사리탑 옆에는 목책이 있고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목책 안쪽으로도 등산로가 아니라는 안내판이 여러 개 있는데 아마도 이곳이 용아장성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나도 한 번쯤은 용아장성을 가보아야 할 텐데.
사리탑 위 전망대에서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을 바라보았다.
공룡능선
용아장성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간신히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봉정암에는 무료 자판기가 있었다.
나도 염치 불구하고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셨다.
추운 날 마시는 따끈한 믹스 커피 맛은 정말 환상이다.
봉정암에서 소청 대피소로 올라가는 700m 정도의 길은 깔딱고개이다.
날씨가 흐려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 꽤 춥다.
재킷을 걸쳐 입고 천천히 올라갔다.
이윽고 소청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소청 대피소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또 왔어.
땅거미 속에 내려다보이는 용아장성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저녁을 먹었다.
우모복까지 입었지만 추워서 도저히 밖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취사장은 인산인해이고 음식 냄새 때문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별 구경도 못하고 할 수 없이 8시경 대피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뭘 하나?
초저녁부터 잠이나 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