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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9.19 관악산 6봉능선 ~ 8봉능선

산행일시: 2015년 9월 19일 토요일 (맑음)
산행코스: 과천 기술표준원 ~ 문원폭포 ~ 6봉능선 ~ 8봉능선 ~ 서울대 공학관
산행거리: 6.13km
산행시간: 10:50 ~ 16:20
산행트랙:

관악산 20150919_111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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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이번 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산행을 했더니 좀 힘들다.

화요일 산행은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목요일에는 비탐 지역을 가는 거라 뒤처지면 안 된다고 해서 좀 빠르게 올라갔더니, 그리고 바위를 타고 올라갔더니 온 몸이 녹작지근하다.

쉬어야 하는 줄 알면서도 관악산 6봉능선 ~ 8봉능선 공지가 올라와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산에 갔다.

과천 정부청사역에서 걸어가다 기술표준원 옆에서 오른쪽 샛길로 들어가 준비체조를 하였다.

 

날이 너무 더워서 여기까지 걸어가는 동안 벌써 지치는 것 같았다.

이번 주 운문산과 설악산에서는 추워서 방풍 재킷을 입었는데 오늘은 너무 덥다.

다시 한 여름이 된 것 같다. 

어라, 6봉까지 1.5km네.

하지만 거리가 짧더라도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오늘로서 6봉능선은 세 번째 도전인데 첫 번째는 우회로로 돌아가거나 대장님이 내려주시는 밧줄을 잡고 올라갔고, 두 번째는 멋모르고 릿지 산행 하는 사람들을 따라갔다가 울며 불며 간신히 내려왔었다.

오늘은 어떨는지.

연신 부채질을 해가며 문원폭포에 이르니 애 오줌줄기 만한 물이 졸졸 떨어지고 있었다.

 

문원폭포 

비가 온 후에는 여기도 꽤나 멋있는 폭포인데 오늘은 영 볼품이 없다.

잠시 산길을 올라가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저기 올라갈 거다.

그런데 대장님께서 밧줄을 안 내려주시네.

오늘은 다들 잘하는 사람들만 왔는지 완전 생릿지 산행이다.

몇몇 사람은 우회로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등산 3년 차인데 돌아갈 수는 없지. ㅎ

바위를 올라가느라 힘든 것보다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과 바위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인한 더위가 더 힘들었다.

 

오늘 블랙야크 릿지화를 사서 처음 신고 나왔는데 63,000원짜리 릿지화 덕분에 쉽게 산행하는 것 같다.

등산화가 반은 산행을 해주는 느낌이다.

발이 편하고 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니까 산행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두 치수 크게 사서 깔창을 깔았더니 바닥도 딱딱하지 않고 좋다.

하지만 더위에 지친데다 확실히 1주에 3번 산행은 무리인지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휘청거린다.

바위에 여기저기 긁히고 부딪히고 난리가 났다.

오늘 조심해야겠다.

코끼리바위를 지나 계속 올라갔다.

 

코끼리바위 

곳곳에 경고문이 있지만 다들 아랑곳 않고 올라간다.

 

나 원래 모범 시민이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네. ㅠㅠ

 

힘들어서 비틀대면서도 꾸역꾸역 6봉을 다 넘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힘든 봉우리를 내려가는 길은 정체가 되어 한동안 땡볕 아래 바위에 앉아 기다렸는데 기다리며 생각해보니 나도 참 못 말리는 아줌마다.

이 더운 날 힘들어 죽겠다면서 여기는 왜 와서 고생인지.

그냥 우회로로 가면 누가 뭐래나?

누가 뭐라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그런 게 허용이 안 된다.

뭐든지 하면 열심히, 제대로, 다 해야 직성이 풀리니.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피곤한 성격이다. ㅠㅠ

그나저나 오늘 정말 조심해야겠다.

국기봉을 지나 8봉 쪽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설악산엔 다람쥐가 많던데 관악산엔 고양이가 많다.

 

오늘은 관악산 고양이에 한 마리가 더 추가되었네. ㅋㅋ

점심을 먹고 8봉능선을 넘었다.

 

8봉능선을 잘 내려간 후 왕관바위로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여기서 사고가 났다.

 

왕관바위

그러지 않아도 조심을 했건만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다가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사진 오른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고 어리둥절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다들 놀라서 순간 얼어붙은 거 같다.

잠시 후 대장님이 "빨리 잡아줘!"하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일어나서 보니 바로 절벽 앞이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갔더라면 절벽으로 떨어졌을 것이고 아마 지금 쯤 중환자실이나 관 속에 누워있었을 것 같다.

뒤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배낭을 메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이 찢어지고 팔꿈치가 깨졌다.

그리고 오른쪽 엉덩이가 갑자기 두, 세배쯤 부어올랐다.

분명 멍이 들었을 것이지만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ㅠㅠ

속으론 무지 아팠지만 두꺼비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내려갔다.

 

두꺼비바위 

집에 와서 보니 여기저기 내 무모함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양 팔은 다 긁히고, 팔꿈치가 깨지고, 손가락이 찢어지고, 다리와 엉덩이는 피멍이 들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오늘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몸이 힘들었고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강행했다.

게다가 너무 더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을 알아야 하는데 내가 뭘 하면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브레이크가 잘 안 걸린다. ㅠㅠ

그리고 즐겁자고 시작한 산행이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해야 하는 목표와 과제가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나더러 산행도 공부하듯 한다고 할까?

산행을 체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오기로 한다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건 어쩌면 완전하지도 않고 완전할 수도 없는데 완벽하려 애쓰는 성격 탓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나약해 보이는 것이 싫고 내 한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힘에 부치도록 노력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은 안쓰러워 보이나 본데 그런 시선도 자존심 상하고. ㅠㅠㅠ

아무튼 앞으로는 좀 자제해야겠다.

딱 일주일에 두 번만 산행하는 걸로. ㅋㅋㅋ

그리고 더울 때는 절대로 바위를 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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