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도림사 주차장 ~ 도림사 ~ 신선바위 ~ 시루봉/북봉(정상) ~ 배넘어재 ~ 주차장
산행거리: 9.6km
산행시간: 10:20 ~ 15:45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 계획된 코스는 도림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신선바위를 거쳐 정상인 시루봉에 올랐다가 배넘어재를 지나 대장봉(서봉)과 형제봉으로 가서 길상골로 내려가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면 일주문과 매표소가 있다.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그냥 통과할 수 있었다.
도림사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청류동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물이 깨끗하여 하산할 때 꼭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올라가니 도림사가 나온다.
사실 절은 하산하면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함께 가는 k현민 님이 이리로 내려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절을 보고 가자고 하셨다.
난 속으로 '이리로 내려와야 할걸요.' 했지만 오늘은 편하게 산행하기로 마음먹었으므로 그냥 순종(?)하기로 하였다.
석축 위에 지은 누각이 웅장해 보여 절도 클 줄 알았는데 절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도림사
ㅁ자로 생긴 아담한 절이었다.
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도로며 화장실, 상점이 잘 되어 있었다.
도림사를 지나면 바로 등산로로 연결된다.
도림사에서 동악산 정상까지 3.5km 정도이다.
청류동 계곡을 끼고 가는 배넘어재 갈림길까지는 곳곳에 알탕 하기 좋은 소가 있어 발길을 잡아끈다.
가물 때에는 섬진강 물을 양수한다고 하는데 지금 이 물도 섬진강에서 온 물일까?
수량이 많지 않음에도 물이 깨끗한 걸 보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도림사에서 400m가량 가면 길상골 갈림길이 나온다.
원래는 형제봉까지 가서 이리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시간 되는 대로 산행하기로 하였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종주를 하려고 기를 썼을 텐데 지난번에 관악산에서 다친 후로는 마음을 많이 비웠다.
싫어도 내 체력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한 일이 없었는데, 무리를 해서라도 꼭 해내고야 말았는데 그것을 포기하려니 참으로 마음이 거시기하다.
섭섭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하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배넘어재 갈림길이 나온다.
도림사에서 1.2km 지점이다.
일단은 정상부터 찍고 시간 되는 대로 산행하기로 하여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청류동 계곡을 벗어나면 마른 계곡이 나오고,
길이 가팔라지며 너덜길이 나온다.
아주 급경사는 아니지만 지난 화요일 서늘해서 오늘도 그럴 줄 알고 대비를 했더니 오늘은 더워서 지친다.ㅠㅠ
요새 날씨랑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더울 줄 알면 춥고, 추울 줄 알면 덥고.
긴 장갑에 긴팔 티셔츠를 입고 부채도 안 가져왔는데.
너덜길을 쉬엄쉬엄 올라가니 안부가 나타났다.
신선바위가 어느 쪽에 있을까 잠시 고민을 했는데 이곳에서 왼쪽 동악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신선바위 갈림길이 나온다.
신선바위를 들러 정상으로 가려고 오른쪽으로 갔다.
조금 가다 보니 왼쪽에 큰 바위가 있다.
이것이 신선바위인 것 같은데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바위 왼쪽으로 치고 올라가면 될 것 같지만 동행한 k현민 님이 어쩌려고 그런 데를 올라가려 하느냐고 말리신다.
예전 같았으면 고집을 부려 올라갔을 텐데 마음이 약해진(?) 난 순한 양처럼 k현민 님을 따라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한참을 돌았다.
물론 k현민 님은 조금 돌았다고 하시겠지만. ㅋㅋ
어쨌든 어찌어찌 신선바위를 찾아냈는데, 예상대로 바로 옆으로 올라오는 길이 있었다.
신선바위
아! 이 바위 안 보고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널찍하고 판판한 바위가 정말 신선놀음하기 딱 좋게 생겼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아름답고, 상 차리고 앉아서 놀기도 좋게 생겼다.
여기서 비박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더니 자다가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질 거란다.ㅋㅋ
바위가 경사 없이 판판해서 눕기 진짜 편하다.
비박은 못하더라도 누웠다가는 가야지.
이후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왼쪽 능선 길을 따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시루봉/북봉(동악산) 정상
이 정상석과 돌탑은 곡성읍 산악회 소속 회원들이 만들었나 보다.
감사할 일이다.
복 받으세요.^^
정상에서 배넘어재까지는 3.1km, 형제봉까지는 5.5km 란다.
아까 신선바위에서 시간을 좀 보냈더니 형제봉까지 가기가 빠듯할 것 같다.
정상에는 통신탑도 있었다.
통신탑을 지나면 데크 계단이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시원하다.
정면으로는 가야 할 대장봉과 형제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곡성읍 벌판이 내려다보인다.
한참 사진을 찍으며 경치를 구경하다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 뒤돌아보니 발판 높이가 높아서 이 계단을 올라가려면 힘 좀 들겠다.
정상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 곳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늘 감격하게 된다.
맨 밥에 김치만 먹더라도 얼마나 행복한지!
식후에 먹는 커피랑 과자는 왜 또 그리 맛있는지!
행복하기가 얼마나 쉬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널널하게 산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므로 식사도 여유 있게 하고 길을 떠났다.
멋진 바위 앞에서 포즈도 취해보고.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 배넘어재로 내려가니 쉬어가라는 원형 의자가 있었다.
배넘어재
시간이 1시간 30분밖에 안 남았으므로 형제봉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이곳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도림사까지 내려가는 3.2km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1km 정도 내려가면 청류동 계곡을 만나게 되고 길은 순해진다.
출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도림사를 지나 청류동 계곡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이 아직 많이 차갑지 않아 알탕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넓은 암반이 있어 여름엔 이 계곡에 행락객들이 많이 몰릴 것 같다.
오늘은 공지보다 반밖에 돌지 못하였다.
그래도 여유 있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산행을 하니 오늘은 그야말로 널널한 여유 산행이었다.
동행한 산우님께는 나 때문에 단축 산행을 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가끔은 이런 산행도 괜찮지 않을까 변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