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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7.30 설악산 백운동 계곡

산행일시: 2015년 7월 30일 목요일 (흐린 후 맑아짐)
산행코스: 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곡백운 ~ 백운동 계곡 ~ 수렴동 계곡 ~ 백담사
산행거리: 16.5km
산행시간: 10:00 ~ 17:50
산행트랙:

설악산 백운동계곡 20150730_1022.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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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Total Disaster!

오늘은 misscat 수난의 날이었다.

<서락특별산행>이라고 공지가 올라왔는데 코스 문의는 사절이라고.

이젠 나도 그런 데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걱정이 되어 대장님께 꼬치꼬치 물어보았더니 백운동 계곡이라고 알려주셨다.

크게 힘든 건 없고 지구력만 있으면 된다고.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가보기로 하였다.

한계령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한계령 

다른 때 같았으면 맑은 날이기를 바랐겠지만 요즘처럼 더울 때는 조망을 좀 포기하더라도 오히려 햇빛을 가려주는 게 더 고맙다.

108 계단을 올라간 다음 설악루와 위령비, 통제소를 지나 한계령 삼거리를 향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가에는 오리방풀과 모시대, 동자꽃이 만개하였다.

 

오리방풀 

모시대

동자꽃

중간쯤 올라가니 귀하다는 솔나리도 있었다.

귀한 분을 올여름 벌써 세 번째 만나네.

 

 솔나리

한계령 삼거리까지 2.3km.

6월에 왔을 때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덥기는 그때가 더 더웠던 거 같은데 왜 오늘이 더 힘들다.

여행 갔다 와서 계속 산행을 해서 체력이 딸려 그런가?

6월에는 불편한 마음에 씩씩대고 올라가느라 힘든 걸 잘 못 느꼈었나?

날이 흐리고 많이 덥지 않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엄청 지칠 뻔했다.

계단 옆에는 나비를 닮은 나뭇잎이 있었다.

나도 오늘 다리에 나비를 붙이고 왔는데. ㅎ

 

1시간 50분 정도 걸려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한계령 삼거리 

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다가 귀때기청봉 방향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조금 가다 보니 첫 번째 목책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곳에도 오리방풀과 동자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진범도 피어있었다.

 

진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길이 있는 듯 보이다가 이내 없어지더니 완전 포복 자세로 내려가야 한다.

 

여기저기 긁히고 쓸리고.

대장님이 반바지 입고 가도 된다고 하셔서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고 왔다가 된통 당한다. ㅠㅠ

"아니, 왜 길도 없는 데로 가?" 하고 말했더니 비탐 코스 가면서 무슨 길을 바라느냐고 한다.

하긴 그러네.

기다시피 내려가다가 배낭 옆에 꽂아 둔 부채를 잃어버렸다.

그거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ㅠㅠ

하늘도 안 보이는 숲 속에서 나뭇가지에 찔려가며 한동안 내려가니 드디어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너덜길.

 

곧이어 들려오는 물소리.

 

그러더니 어느 순간 계곡이 넓어졌다.

 

백운동 계곡에 들어선 것이다.

백운동 계곡은 곡백운과 직백운이 있다고 하는데 여긴 곡백운이란다.

굽이쳐 흐르는 계곡이 정말 멋있다.

멋있다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를 계곡에 떨어뜨렸다.

얼른 주웠지만 작동이 안 된다. ㅠㅠ

 

계속해서 단을 이루어 내려가면서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앞을 보아도 멋있고 뒤를 보아도 멋있고 과연 설악이다.

 

그런데 바위가 젖어서 엄청 미끄럽다.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질 것 같아 신경을 곤두세우고 갔다.

열심히 쫓아가는데도 자꾸 뒤처진다.

이미 일행은 저만치 앞서가고 애꿎은 보병궁 대장님만 나를 챙기시느라 진땀을 흘리신다.

백운폭포에 도착.

 

여기를 내려가야 한다.

물론 바로 내려가는 건 아니고 옆으로 돌아서 내려가는데 그 길도 엄청 힘들다.

가느다란 줄이 하나 매달려있긴 하지만 젖은 바위와 물에 젖은 이끼 때문에 모두들 힘들어한다.

 

                    내려온 길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당시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쭉쭉 미끄러져 어디 발 디딜 데가 없었다.

내가 어찌할 줄을 몰라 하니까 여기저기서 백기사들이 출동한다.

내 손을 잡아라, 내 어깨를 잡아라, 이 줄을 잡아라, 내 발을 밟아라, 하도 못해 백 대장님께서는 나를 지탱해주신다고 내 엉덩이를 머리로 떠받치시고. ㅠㅠ

정말 민망해 죽는 줄 알았다.

하도 사공이 많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어쨌든 고마운 분들 덕분에 간신히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용을 쓰며 내려올 만했다.

 

백운폭포 

아, 시원해!

 

풍덩풍덩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아직도 소위 알탕이라는 것을 못하겠다.

나도 올해는 한 번 해봐야 할 텐데.

점심을 먹고 나서 일행들과 함께 출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뒤로 처졌다. ㅠㅠ

계곡으로 가다가, 숲길로 가다가, 너덜지대로 가다가...

 

이때쯤에는 힘이 빠져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하였다.

결국엔 조심했는데도 넘어져서 팔, 다리가 까졌다.

이 계곡은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오늘 중에 내려갈 수 있으려나.

셔틀버스를 타려면 6시 이전에 백담사까지 가야 한다는데.

안 되면 백담사에서 자고 가야지, 뭐.

마음을 비우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니 저 아래 일행들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실컷 알탕을 하고 쉰 일행들이 짐을 싸들고 떠난다.

하지만 나도 발은 담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시원한 계곡 물에 세수하고 발만 살짝 담갔다.

 

다시 또 맨 꼴찌로 보병궁 대장님과 둘이 오붓하게(?) 백운동 계곡을 내려갔다.

오늘 보병궁 대장님이 안 계셨으면 난 미아가 되어 백운동 계곡을 떠도는 귀신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정규탐방로가 보인다.

 

백담사까지 7.4km, 지금 시각 4시.

6시 이전에 백담사까지 가야 하니까 2시간 만에 7.4km를 가야 한다는 말이다.

수렴동 계곡을 만난 후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서둘러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고,

 

수렴동 대피소 

오세암 갈림길을 지나고, 영시암을 지나고, 백담 탐방안내소를 지나 백담사까지 내려갔다.

 

백담 탐방안내소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발에 모터가 달린 듯 정신없이 내려가니 5시 50분이다!!!

만석이라 안 태워준다는 셔틀버스 기사에게 서서 가도 좋다고 사정하여 간신히 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내려갔다.

용대리에 있는 식당에서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옷을 갈아입고 명태 비빔냉면을 먹었다.

너무 매워서 반도 못 먹었다. ㅠㅠ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보니 선글라스가 없다.

어디서 흘렸을까?

벌써 몇 번째 선글라스를 잃어버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것은 꽤 오래 쓴 편이다.

 

비경은 아무나 보는 게 아닌가 보다.

여기저기 까지고 쓸리고 온몸이 물 먹은 솜 같다.

나 때문에 애를 쓰신 보병궁 대장님도 너무 신경을 써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신다.

게다가 선글라스도 잃어버리고, 부채도 잃어버리고, 카메라도 고장 나고. ㅠㅠ

다음 달 서락특별산행은 취소해야 할까 보다.

80m짜리 폭포를 기어 내려갔다 기어 올라가야 한다는데.

내가 아무리 바위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

비경 보러 다니다가 죽을 수는 없지.

다음에 또 이곳에 온다면 수렴동 계곡에서 백운폭포까지만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할 것 같다.

멋진 백운 계곡의 모습을 보는 것은 오늘로 만족하자. 

설악산 백운동계곡 20150730_1022.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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