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흐린 후 맑음)
산행코스: 묵호고 ~ 초록봉 ~ 동회육교 ~ 북삼초교
산행거리: 10.7km
산행시간: 10:15 ~ 13:50
산행트랙:
등산지도:
지난 월요일 시누이를 마침내 보내드렸다.
화장을 한 후 남은 백골을 보니 솔로몬처럼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는 죽기 하루 전에야 자기 상태를 알았는데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다.
나는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상태를 알려주자고 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반대했다.
그렇더라도 건강하다가 갑자기 사망한 게 아니라 병원에서 점점 악화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모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기는 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어쨌든 난 그렇게 삶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죽을 때를 알고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내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하고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다.
어떠한 형태의 이별이든 슬픈 것이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고.
Life goes on.
오늘은 동해 초록봉을 갔다가 추암 촛대바위 근처를 트레킹 한다고 한다.
머리 식히기에 딱 좋은 코스인 것 같다.
묵호고등학교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100m쯤 가서 안내 팻말 앞에서 왼쪽으로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친절하게 감시원이 초록봉 가는 길을 알려주신다.
산으로 들어서 편안한 등산로를 따라간다.
홍고개를 지나 무덤이 있는 삼거리까지 간다.
기린초
홍고개
무덤 앞 삼거리
조금 더 가면 데크 계단이 나오고 이후 대부분 계속 오르막이다.
올라가는 길에는 철없는 진달래도 피어있었다.
아까 기린초도 피어있더니 요새 꽃들이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ㅠㅠ
동네 주민들이 자주 오는지 여긴 등로에 가로등도 있다!
초록봉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날아갈 것 같았다.
동해 바다가 보이지만 날이 흐려서 조망은 별로였다.
바람을 피해 돌탑 밑에서 점심을 먹고 옥녀봉으로 향하였다.
북삼초교 방향으로 간다.
초록봉 정상
초록봉에서 옥녀봉까지 계속 운탄고도 같은 임도를 따라갈 수 있다.
임도로 가면 구불구불 돌아갈 것이고, 산길로 가면 오르락내리락 잔 봉을 넘을 것이다.
산행을 왔는데 산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임도 중간에서 무작정 산으로 치고 올라갔더니 잘 닦인 등로가 있었다.
예상대로 오르락내리락하며 간다.
오른쪽 아래에는 구불구불 돌아가는 임도가 보였다.
등로에는 간간히 벤치가 있고 운동기구도 있다.
또한 등로를 따라 벚나무들이 많이 있다.
벚꽃 피는 봄에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지나온 능선
다시 임도로 내려서고 옥녀봉까지 임도를 따라간다.
저기 산불감시소가 있는 곳이 옥녀봉인데 먼저 갔다 오신 분이 말씀하시길 정상 표시도 없고 조망도 없단다.
그래서 묘원 사거리에서 그냥 내려가기로 하였다.
언당골로 내려간다.
옥녀봉
두타산
한동안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동회육교를 건너 예쁜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가까이 가자 감시원이 나오셔서 북삼초교로 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이곳 감시원들이 정말 친절하시네.
동회육교
(이곳에서 왼쪽으로)
북삼초교로 내려가 산행을 마쳤다.
친근한 동네 뒷산이었다.
산행 후 버스를 타고 추암해변으로 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모둠초밥과 물회(각 15,000원), 대게라면(8,000원)을 주문하였다.
전망이 좋은 2층에서 식사를 했다.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런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맛은 평균 정도.
아주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어쨌든 배불리 먹고 해암정을 지나 출렁다리로 갔다.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해암정은 그 어떤 건축물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출렁다리를 건너본 후 촛대바위로 갔다.
그새 사람들이 사라져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바위가 애국가 영상에 나온 바위라지?
촛대바위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바위들이 다 멋있었다.
해암정
추암 촛대바위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오늘도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나라 가기 전에 하나님이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 다 보고 싶은데 제 욕심이 너무 과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