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년 11월 17일 화요일 ( 맑은 후 흐림)
산행코스: 토실마을 입구 ~ 관음사 ~ 방어산 ~ 희망이고개 ~ 계적등 ~ 학고개 ~ 괘방산 ~ 지철마을
산행거리: 9.7km
산행시간: 11:05 ~ 15:54
산행트랙:
등산지도:
말기 암 환자인 시누이가 병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산행을 간다.
남편은 이 상황에 산을 꼭 가야 하는가 의문이겠지만 난 꼭 가야 한다.
내가 채워져야 남에게도 줄 수 있으니까.
이럴 때 자신이 소진되더라도 주는 사람이 있겠지?
난 냉정한 건가?
ISTJ형이라 합리적인 거라고 변명을 해본다.
사실 난 2년 전 시누이가 대장암 말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하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니까.
산에서 몸과 마음이 충전되길 바라며 토실마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도로를 따라 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관음사 방향으로 간다.
관음사까지 가면 산신각 왼쪽으로 등로가 있다.
방어산 정상까지 1.4km 남았다.
가을 냄새가 물씬 나는 등로를 200m 올라가면 매봉들이라는 주능선에 도착한다.
매봉들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점점 가팔라지더니 가마봉에 도착하였다.
가마바위는 어느 것인가?
가마바위 상부
방어산
가마봉을 내려섰다 가파르게 올라간다.
멋진 소나무도 있고, 조망터도 있고, 널찍한 마당바위가 있다.
조망이 좋지만 아직 미세먼지가 걷히지 않아 아쉬움만 남는다.
지나온 가마봉
마당바위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가마봉
마당바위를 지나 설치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데크 계단을 두 번 올라가면 방어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 바위들은 특이하다.
판판한 바위들이 우뚝 우뚝 솟아있다.
방어산 정상부도 판판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역시나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조망은 포기해야 하겠다. ㅜㅜ
방어산 정상
방어산을 가파르게 내려서 헬기장을 지나고, 관음사 갈림길을 지나면 마애불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 마애불이 그저 그런고로 바로 어석재 방향으로 갔다.
나중에 마애불을 보고 온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괜히 고생만 했다고 한다.
그러게 누나 말을 들어야지. ㅎ
마애불 삼거리
다시 가파르게 내려가면 희망이고개에 도착한다.
희망이고개에서 가파르게 올라가면 계적등이다.
원래는 계적등에서 하산하려고 했는데 대장님께서 회원들을 위해 날머리를 관산재에서 지철마을까지 올리신 바람에 할 수 없이 더 가기로 하였다.
계적등에서 내려가면 관산재까지 가게 되기 때문이다.
희망이고개
지나온 방어산
계적등
계젹등을 가파르게 내려갔다가 송현산을 지나 학고개로 내려간다.
송현산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어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계적등에서 내려가는 길
11월의 용담
송현산 정상(?)
학고개
학고개에서 하산할까 하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 괘방산까지 가기로 하였다.
학고개에서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 산이 은근 오르내림이 많다.
육산인 듯 하면서 바위 구간도 심심찮게 나오고.
가파르게 올라가면 방어산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방어산이다.
물론 표식은 없다.
작은방어산 정상
작은방어산에서 200m 가면 마당바위이다.
마당바위에 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와 괘방산으로 갈 것이다.
이번 마당바위는 방어산 아래 마당바위와는 클래스가 다르다.
작은방어산에 큰 마당바위인 셈이다.
이곳 바위들이 판상형이라 산성을 구축하기도 좋았을 것 같다.
마당바위에서는 가마봉과 방어산에서부터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아래로는 마애사가 내려다보인다.
물론 멋진 조망을 날씨가 받쳐주지는 않지만.
마당바위
방어산(맨 뒤)과 지나온 능선, 아래는 마애사
삼거리로 돌아가 괘방산으로 향하였다.
괘방산까지는 1.5km 남았다.
간간이 바위들도 나오지만 걷기 좋은 육산 길이다.
부자의 기를 받아 보고자 흔들바위도 밀어보고.
새작골 갈림길을 지나 청원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새작골 갈림길
청원 갈림길
청원 갈림길에서 100m 정도만 가면 괘방산이다.
괘방산을 갔다가 이곳으로 되돌아와 청원으로 내려갈 것이다.
괘방산 정상에는 작은 돌탑과 정상 팻말이 있었다.
괘방산 정상
사진을 찍고 청원 갈림길로 돌아가려는데 평소에는 안전제일주의자인 임병수운님이 이곳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하신다.
있더라도 길이 안 좋을 텐데?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내려가면 임도로 바로 연결될 것 같기는 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은 청원 갈림길로 돌아가고 임병수운님과 나는 개척 산행을 해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내 산행 알바 빼면 시체니까 모험을 해보는 거야! ㅋㅋ
괘방산 정상 아래에 삼거리 이정표가 있는 걸 보니 분명 등로가 있긴 있었나 보다.
지철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낙엽이 수북이 쌓이고 길도 없이 가파른 곳을 질질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내려갔다.
하여튼 사서 고생이라니까. ㅉㅉ
한참 그렇게 내려가니 등로가 보이기 시작하며 리본도 보였다.
괘방산 정상 아래 이정표
반가운 마음에 날아갈 듯이 내려가니 이윽고 임도와 만나는 계단이 나왔다.
먼저 청원 갈림길로 되돌아갔던 사람들이 임도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그쪽도 길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는데.
이제는 편히 임도를 따라가면 된다.
천호사를 지나 지철마을로 내려가 산행을 끝냈다.
천호사
방어산
산행 후 어느 산우님이 나쁜 산이었다고 하셨다.
글쎄?
나쁜 산, 좋은 산이 있나?
어느 산이든 그 나름대로 독특할 뿐이다.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어느 산이든 좋은 산이 될 수 있지 않겠나?
그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한 걸음씩 포기하지 않고, 순간마다 감사와 기쁨을 잊지 않고 살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끝자락에 가있을 것이고, 지난날이 후회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열심히 살자, miss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