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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07.07 백두대간 18차: 미시령 ~ 황철봉 ~ 마등령 ~ 백담사

산행일시: 2015년 7월 7일 화요일 (대체로 맑음)
산행코스: 미시령 ~ 황철북봉 ~ 황철봉 ~ 저항령 ~ 마등봉 ~ 마등령 ~ 오세암 ~ 만경대 ~ 백담사
산행거리: 대간 9.0km + 접속 8.1km = 17.1km
산행시간: 05:05 ~ 17:00
등산지도:

 

미시령  ~마등령 구간을 마저 땜빵하러 갔다.

전날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에 가서 잠을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산행을 준비하였다.

4시 30분에 콜택시를 불러 울산바위 휴게소를 지나 미시령 옛길로 올라가는데 미명에 울산바위가 보인다.

(24시간 콜택시 033-639-1000. 전화하면 재까닥 온다.)

  

                  울산바위

전에 상봉에서 화암사로 내려갈 때 본 울산바위는 어마 무지 컸던 거 같은데 오늘은 왜 이리 아담해 보이지?

언젠가 저기 울산바위 동봉과 서봉도 가보아야 하는데...

꼬불꼬불 미시령 옛길을 올라 지금은 폐쇄된 미시령 휴게소 앞에서 내렸다.

 

미시령 

물론 이 시간에 지킴이들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조급하여 서둘러 미시령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미시령 표지석 앞에서 용대리 쪽으로 10m 정도만 가면 철조망이 끊어진 곳이 있다.

그곳에 철조망이 끊어진 것을 지킴이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거 산행을 하지 말라는 건지 알아서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찜찜한 마음으로 철조망을 통과하였다.

나도 법을 지키고 싶기는 하지만 출입금지가 풀리는 2026년에는 내가 산행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으니까. ㅠㅠ

조금 올라가다 보니 감시 카메라가 나온다.

 

서둘러 통과하려 했지만 때 마침 떠오른 태양에 정신이 팔려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아마 우리 얼굴이 감시 카메라에 모두 찍혔을 거 같다.

나중에 지킴이들이 보면 '어? 얘네들 무슨 배짱야?' 할 거 같다. ㅋㅋ

배짱은 아니구요, 일출이 너무 멋있어서 잠시 감시카메라도 잊었답니다. ^^

이후 좁은 산길을 올라가는데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산꿩의다리와 노루오줌, 터리풀은 오늘 산행하는 내내 실컷 보았다.

곳곳에 군락을 이루며 꽃이 만개하였다.

 

 산꿩의다리

 노루오줌

 터리풀

귀여운 노루귀도 있고,

 

노루귀 

동자꽃은 처음으로 보았다.

 

동자꽃 

미시령에서 울산바위 갈림길까지 1.5km이다.

이곳에서 컵라면에 누룽지를 넣어 아침을 먹었다.

 

                 울산바위 갈림길

이후 황철북봉까지 가는 길은 편안한 숲길이 나오다가 너덜지대로 연결된다.

 

저기를 올라가야 황철북봉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기에는 자갈 같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바위 덩어리였다.

 

마등령까지 이런 너덜지대를 몇 번 통과하여야 한다고 한다.

엄청 힘들다고, 집채만 한 바위라고 해서 내 짧은 다리로 어떻게 가나 걱정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글쎄?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태백산 문수봉 정도?

오히려 난 흙길보다 이런 바윗길이 더 나은 것 같다.

알바할 위험이 있다고도 했는데 야광 깃대에 노끈이 연결되어 있거나 빨간색 페인트로 화살표가 되어 있거나 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올라가다 보니 울산바위로 연결되는 능선과 동해가 보인다.

 

너덜지대를 오르다가 경치에 반해 그냥 그곳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개인 산행을 하면 이래서 좋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니 맘껏 즐길 수가 있다.

오늘 동행한 산우님들은 지난 6월 대간 산행 때 이곳에 오셨던 분들이다.

그런데 그때는 희운각 대피소에서 미시령까지 가느라 힘이 들어서 너덜지대를 내려갈 때 경치를 제대로 못 보았다고 한다.

오늘은 미시령에서 시작하니 비교적 쉽사리 너덜지대를 통과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래서 경치를 음미할 여유도 있고.

 

게다가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덥지도 않고 해가 쨍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조망을 망칠 만큼 흐리지도 않고.

16도 정도의 기온에 해가 적당히 가려지니 산행하기에는 최상의 날씨다.

난 왜 이리 복이 많을까? ^^

황철북봉에 도착하여 인증 사진을 찍어 산돌이 대장님께 보냈다.

 

황철북봉 정상

짧은 너덜지대를 내려가서 숲길을 걷다가 옆으로 빠져 내가 상어바위라고 이름 붙인 전망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그다음에 황철봉에 도착하였다.

 

황철봉 정상

다시 너덜지대를 내려가서 저항령에 도착한 다음,

 

저항령 

또다시 너덜지대를 올라간다.

 

올라가다 바위틈에서 두꺼비를 만났다.

 

물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까?

너덜 오르막길에서는 저항령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계곡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너덜지대를 올라가고 나면 이런 암릉 구간을 돌아가게 되어 있다.

 

내려서 돌아가기 전에 바위 위에 올라 한 컷.

 

암릉을 돌아가면 다시 오르막 너덜지대가 나오고 그다음에 숲길이 나온다.

 

 너덜지대에서 만난 돌양지꽃

이곳에는 아직도 함박꽃이 피어 있다.

3주 전에 소청에서 함박꽃을 보았는데 이곳 기온이 많이 낮은가 보다.

 

함박꽃 

붉은덕다리 버섯도 있고 기린초, 일본조팝, 병조회풀도 꽃이 피었다.

게다가 톱잔대 꽃까지 보았다.

 

붉은덕다리버섯 

기린초

일본조팝 

병조회풀

톱잔대 

마지막으로 마등봉으로 올라가는 너덜길은 길이 너무 좋다(?).

 

사진으로는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지그재그로 길이 나있어서 올라가기가 쉽다.

드디어 마등봉에 도착하였다.

 

마등봉 정상

이곳에서 공룡능선을 보며 점심을 먹었다.

 

마등봉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올라오셔서 빵과 커피를 나누어 드렸다.

75세라고 하신다.

69세 때 대간을 시작해서 3년 7개월 만에 백두대간과 9 정맥, 한강지맥까지 다 끝내셨다고 한다.

대단한 노익장이시네.

우리 같은 젊은이가 산행을 해야 한다고 하신다.

우리 졸지에 젊은이가 되었다.ㅋㅋ

하긴 그분 눈에는 우리가 젊은이로 보이겠지.

대간 끝나면 9정맥까지 하라고 하신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 이거 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마등봉서 마등령으로 내려가 공룡능선과 만나는 오세암 삼거리로 갔다.

 

마등령 

지난번에는 설악동으로 내려갔으니 이번에는 백담사로 내려가 봐야지.

길이는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약간 더 길지만 길이 좋다니까 시간은 덜 걸릴 것 같다.

오세암까지 1.4km는 약간 가파른 내리막이다.

오세암은 암자라고 하기에는 꽤 큰 절이다.

 

                  오세암

오세암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숙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033-462-8135, 033-633-8135)

오세암에서 영시암까지의 2.5km는 약간 덜 가파르다.

내려가는 길에 만경대에 들렀다.

오세암에서 내려가다 왼쪽에 출입 금지되어 있는 곳이 만경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만경대에서는 건너편 중청과 소청 대피소, 용아장성이 보인다.

 

만경대에서 내려다본 계곡에는 물이 별로 없었다.

정말 비가 와야 하는데.

산행을 못하더라도 비가 좀 많이 왔으면 좋겠다.

 

다시 되돌아 내려가 영시암으로 갔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노루오줌이 크고 색깔도 진하다.

 

노루오줌 

영시암은 오세암보다 조금 작은 절인데 이곳에서도 숙박이 가능한 것 같다.

 

                  영시암

영시암에서부터는 길이 완전 고속도로다.

수렴동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데 이 가뭄에도 계곡에 그런대로 물이 있었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면 그건 예의가 아니지. ^^

계곡 물에 들어가니 송사리의 수준을 넘어서는 꽤 큰 물고기들이 마치 닥터 피쉬처럼 다리로 몰려든다.

계곡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백담 탐방안내소를 지나 백담사 입구로 내려갔다.

 

백담 탐방안내소 

백담사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내려갔다.(차비 2,300원)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그 거리가 꽤 된다.

지난번에 아침 일찍 와서 용대리에서 자고 걸어서 백담사까지 올라갈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했으면 엄청 고생했을 뻔했다.

내 걸음으로는 두 시간 이상 걸릴 것 같다.

용대리로 가서 시외버스 정거장을 찾느라 어떤 아저씨께 물어보니 자기가 서울 택시 기사라며 6만 원에 동서울까지 가겠다고 한다.

오늘 정말 운이 좋네.

그 기사님 소개로 맛있는 음식점(푸줏간 식당)에서 한우로 저녁을 먹고 1시간 30분 만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오늘 산행은 perfect!!

일단 날씨가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리고 미시령에서 마등령으로 산행 코스를 잡은 것도 잘한 것 같다.

기운이 있을 때 너덜지대를 통과해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

또한 무박 산행이 아니라 속초에서 자고 일찍 산행을 시작하여 덜 피곤하였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야생화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산꿩의다리와 노루오줌, 터리풀은 이제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로 돌아올 때도 운 좋게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버스 출발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마음 편하게, 널널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산행한다면 여기 몇 번이라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코스를 바꿔서 가보고 싶다.

설악동에서 시작하여 울산바위 서봉으로 해서 말굽폭포로 내려 가보고 싶다.